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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피 같은 배우 김소연, ‘가비’를 말하다
“비오는 날엔 ‘가비’가 더 어울릴 것 같아요. 들떠 있기도 했었고, 긴장도 많이 했어요. 복합적인 감정이 드는 날이네요.”

영화 ‘가비’ 시사회를 하루 앞둔 배우 김소연의 소감이었다.

그는 지난 1997년 영화 ‘체인지’ 이후 오랫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터라 긴장 반, 떨림 반의 상태였다. 물론 지난 2005년 홍콩 서극 감독의 ‘칠검’의 녹주 역으로 출연한 바 있지만, 짧은 등장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사실상 그가 한국 스크린에 모습을 보인 것은 15년 만에 처음이다.

“아직도 영화를 열 번은 더 봐야 할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제 분량만 보이거든요. 첫 선을 보이는 날이라서 더 그런가 봐요. 너무 긴장돼요.”

# ‘가비’와의 만남은 운명적이다

적극적인 성격을 가진 그는 작품에 있어서도 자신이 먼저 어필하는 편이다. 하지만 유독 영화 ‘가비’만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어요. 캐스팅에 있어서 1순위, 2순위가 아니더라도 ‘읽어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편이었는데, ‘가비’는 그렇게 못했어요. 거절당할까봐 무섭기도 했었어요. 막연하게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그 때 운명처럼 ‘가비’가 다가왔죠.”

캐스팅 과정에서 여주인공 따냐 역으로 최후에 선택된 사람은 바로 김소연이었다. 덕분에 작품에도 가장 늦게 합류한 사람도 그가 됐다. 그는 감독도 놀랄만한 집중력으로 짧은 기간 내에 러시아어를 익혔다.


“아마도 따냐와 저는 만날 운명이었나봐요. 제가 ‘체인지’에 출연할 당시 장윤현 감독님은 ‘접속’이라는 영화를 하고 계셨거든요. 장 감독님의 작품을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야 그 소원을 이루게 됐네요. 누가 뭐라해도 지금의 따냐는 저 김소연입니다.”

장윤현 감독이 “15년 전부터 눈여겨 봤었고, ‘영화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할 정도로, 김소연과 ‘가비’와의 만남은 필연적이었다.

‘가비’는 김탁환 작가의 소설 ‘노서아 가비’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출간 즉시 영화화가 결정됐다. 김소연에게 원작과는 다른 따냐의 모습을 알아봤다.

“한마디로 영화 속 따냐는 좀 더 인간미가 있는 여자인 것 같아요. 원작에서 자기애가 강하고 보헤미안적인 캐릭터가 많은 사연들을 겪고 조선으로 넘어왔을 때는 좀 더 많은 감정들이 담겨있을 것 같거든요. 저희 영화에서는 그런 부분에 중점을 뒀어요.”


# ‘가비’의 추억

영화에서는 공사관이 주된 무대가 되는 만큼 에피소드나 감회도 남달랐을 듯 싶다.

“처음으로 ‘김소연’이라는 이름이 써져 있는 의자에 앉아봤어요. 꼭 가지고 싶었었고 너무 영광이었어요. 공사관 내부 촬영을 하는 동안 의자를 가지고 다니면서 앉았을 정도였죠.”(웃음)

“흰색 궁녀복을 입고 구석에 앉아 있으니까 지나가다가 놀라는 분들이 많았어요. 귀신같다고 말이죠. 평소 현장을 즐기려고 하는 편인데, 그러다보면 막상 따냐가 됐을 때 몰입할 때 어색했을 것 같았거든요. 일부러 외로움을 샀다고 할까나.”

김소연은 ‘가비’ 촬영이 끝난 후 난생 처음 시사회라는 것을 겪었다. 성인으로서 데뷔작이라고 불리울만한 ‘가비’는 그에게 많은 선물을 남겼다.

“난생 처음 기술 시사회를 해봤어요. 영화 시사회도 마찬가지고요. 여배우로서 이런 배역을 만난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기술 시사회를 할 수 있다는 게 어마어마한 일인 것 같아요. 끝나고 ‘가비’ 팀이 모여 밥을 먹었는데 감독님께서 ‘두 남자 배우들한테 밥 한번 사라. 그만큼 따냐를 빛나게 해줬으니까’라고 그러셨어요. 당연히 그래야죠.”

장 감독에게도 현장에서도 그는 성실한 배우로 통한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는 만큼보다 더한 성실함으로 모두를 놀라게했다는 후문이다.

이럴 때 보면 평소 그가 가지고 있던 차가운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얼마 전 KBS ‘개그콘서트‘에서 보여줬던 의욕적이던 그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비슷하다.

“‘개그콘서트’에 출연했을때 주변 분들에게서 문자가 쇄도했었죠. 제가 16부작 미니시리즈를 할 때도 못 받았던 문자를 한꺼번에 다 받았죠. 부모님께서는 너무 익숙한 장면을 보시는 듯 크게 웃지는 않으셨어요. 제가 평소에 집에서 보이는 모습과 많이 다르지 않으셨나봐요.”(웃음)


# ‘가비’ 같은 배우, 김소연

“아직도 해보고 싶은 장르가 정말 많아요. 드라마나 영화, 작품을 가리지 않고 도전해보고 싶어요. 드라마 같은 경우에는 빠른 호흡에서도 몰입을 잘 해서 그때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좋아요. 영화는 다 찍고 나서 느끼는 매력이 아주 크죠. 느와르, 로맨틱 코미디, 스릴러 등등 정말 많네요.”

질문을 던져놓고 기다렸다는 듯 대답하는 김소연은 욕심 많고 의욕 넘치는 배우의 모습이었다. 양 극단을 오갈 수 있는 연기, 바로 그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자 매력이다.

“아직도 원두커피보다 다방커피가 익숙하지만, 분명한 점은 ‘커피는 정말 매력적이다’는 것이죠. 같은 커피콩을 가지고도 방법에 따라, 사람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는 것을 보면 정말 신기해요. 저도 커피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더라도 김소연 만의 향기가 묻어 날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죠.”

“영화 대사 중에 ‘가비는 만드는 사람의 마음을 내리는 것이며, 향이 천천히 퍼지도록 인내하며 적셔야 합니다’라는 부분이 있어요. 열과 성을 다해 준비했습니다. 이제 그 향기가 천천히 퍼질 때 까지 인내해야겠죠?”(웃음)

분명한 것은, 이 배우가 주위를 행복하게 만들 줄 안다는 것이다. 마치 커피의 은은한 향과 씁쓸하면서도 깊은 맛을 즐기며 느낄 수 있는 행복처럼.


조정원 이슈팀 기자 / chojw00@ 사진 송재원 기자 su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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