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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준 감독, "영화제작 지원 마켓 다양해야"
“‘도가니’를 보고 울분을 느꼈는데 ‘달팽이의 별’을 보고 치유받은 느낌이다.”

지난해 11월 제24회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IDFA)에서 아시아 최초로 장편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한 이승준 감독(40)의 다큐멘터리 영화 ‘달팽이의 별’을 본 관객들의 반응이다.

이 감독은 일반 극장 개봉 한 달을 앞두고 21일 대학로CGV에서 가진 특별시사회에서 “이 영화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달팽이의 별’은 시청각 중복 장애인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이 감독은 방송 PD 시절, 조영찬ㆍ김순호 부부를 알게 됐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찍을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고 했다. 영찬씨와 얘기를 하면서 이내 그의 독특한 감각, 인간적인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부부의 일상을 그대로 따라가기로 했다.

이 감독은 “일상은 무료하고 심심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굉장한 일이 있고 굉장한 재미가 있다”고 말한다.


척추를 다쳐 키가 작은 아내 순호씨와 시청각 중복장애인 남편 영찬씨의 일상은 평범하지만 시적이다. 방안의 형광등이 나가자 남편은 키 작은 아내를 대신해 모험을 감행한다. 형광등을 감싼 철테를 하나씩 벗겨내고 새것을 끼우는 일은 간단치 않다. 아내는 열심히 설명하고 남편은 조심조심 더듬으며 마침내 불을 밝힌다. 비가 오는 날은 부부에게 특별하다. 베란다 창틀에 떨어진 물방울에 손가락을 가만히 대보며, 영찬씨는 물의 부드러움을 온 몸으로 느낀다. 아내 순호씨는 빗방울이 땅에 떨어질 때 나는 냄새를 특히 좋아한다. 둘은 그렇게 고요히 비오는 분위기를 만끽한다.

소설가를 꿈꾸는 영환씨에게 아내가 질투를 느끼는 때가 있다. 남편이 사랑하는 나무다. 영환씨는 나무를 애인 다루듯 팔을 둘러 안고 쓰다듬으며 코로 호흡하고 귀기울인다. 그런 남편의 모습에 순호씨는 잠깐 서운하다.

영화는 장애인이 등장하는 작품의 무거움이나 답답함 대신 가볍고 재미있다. 배려하고 아끼며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에 따뜻하게 반응하는 삶에 마음이 환해진다.

이 감독은 “암스테르담 영화제에서도 많은 관객들이 웃고, 편하다며 좋아했다”고 전했다.

2억8000만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는 일본 NHK, 핀란드 공영방송, 선댄스 다큐멘터리 펀드 등 다양한 지원으로 이뤄졌다.

이 감독은 “영화 제작에는 제작비 확보가 관건인데, 어느 정도 촬영이 진행됐을 때 보고 투자하는 마켓 같은 게 우리도 생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화는 3월 22일 개봉하며, 국내 처음으로 시청각 장애인들을 위해 한글 자막, 음성 해설을 삽입한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버전으로 함께 일반 극장에 선보인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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