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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룡·펭귄·군마…그중 최고배우는 ‘개’
최근 동물들이 영화에서 맹활약하는 작품들이 잇따르고 있다. 공룡을 주인공으로 한 한국 3D애니메이션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을 비롯해 펭귄이 춤과 노래를 펼치는 ‘해피 피트2’, 1차대전을 배경으로 군마와 소년의 우정을 그린 스필버그 감독의 ‘워 호스’ 등 그야말로 극장가는 ‘동물천하’다. 다양한 동물들이 영화 속에서 배역 한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뭐니 뭐니 해도 으뜸은 개.

최근에는 견공(犬公) 배우들만 대상으로 하는 영화상이 잇따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물론 해외 영화계에서의 일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간)미국 LA 하얏트 리젠시 센추리 플라자 호텔에선 제1회 ‘골든 컬러 어워드(Golden Collar Awards)’ 시상식이 열렸다. 직역하면 ‘황금 개목걸이상’으로 영화와 TV에 출연한 개들을 대상으로 최고의 견공배우를 뽑는 시상식이다.

도그데일리닷컴이라는 애견 관련 사이트에서 홍보용 행사로 주최한 것이지만 미국 주요 영화사의 관계자와 배우들도 참석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심지어 마틴 스코시즈 감독은 LA타임즈를 통해 자신의 신작 ‘휴고’에 출연한 도베르만종의 블래키의 수상을 독려할 정도였다.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영화 ‘아티스트’의 조연 제임스 크롬웰은 “돼지 연기로 이 행사에 초청돼 더 기쁘다”고 말했다.

반려견인 말티즈를 동반하고 심사를 진행한 미국의 대중문화 전문기자 엘리자베스 스니드가 “아카데미 시상식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했다”고 밝힌 이날 행사에서 영화 부문 최고 연기상은 ‘아티스트’의 ‘어기’에게 돌아갔다. 어기는 잭 러셀 테러어 종의 개로 ‘아티스트’에서 주인공 조지와 파트너를 이뤄 무성영화에 출연하는 견공배우로 등장했다. 조지가 총을 쏘는 동작을 보여주면 그 자리에 쓰러져 죽은 척 하는 연기로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낸 ‘독보적인 연기파’다. ‘아티스트’ 뿐 아니라 ‘워터 포 엘리펀트’에서도 ‘명연기’를 보여줬다. 영화 ‘레드독’의 타이틀롤을 맡은 코코는 외국어영화 부문 최고상을, 드라마 ‘모던 패밀리’의 프렌치 불독 브리지트는 TV 시리즈 부문상을 거머쥐었다.

‘아티스트’의 어기는 지난해에도 견공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지난해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 영화 속 주인인 조지 역의 장 뒤자르댕이 남우주연상을 받는 동안 어기는 세계 영화평론가들이 선정하는 ‘팜 도그’(Palm Dog) 수상자로 뽑혔다. 팜 도그는 ‘견공종려상’이라는 뜻으로 칸영화제의 최고상인 ‘팜 도르’(황금종려상)을 패러디한 이름이다. 당시 팜 도그의 심사위원특별상은 ‘르 아브르’의 라이카가 받았다.

출연한 개까지 수상행진을 이어가며 최근 세계 영화계의 최고 화제작으로 등극한 ‘아티스트’의 유명세도 놀랍지만 잇따른 견공배우상 시상식을 여는 풍경도 신기하다. 이쯤되면 아카데미상에서도 견공 부문을 따로 마련해도 될 듯하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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