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실전에 배치된 전략 핵무기를 최대 80%까지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AP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는 전직 관리 등의 말을 인용해 이 방안에는 핵무기를 ▷1000∼1100개 ▷700~800개 ▷300~400개로 각각 감축하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이런 3가지 옵션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하더라도 역사적인 군비축소라는 평가가 나온다. AP는 최대치인 300~400개로 감축하는 방안이 실현될 경우 미국이 보유한 핵무기는 미국과 소련 간 무기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950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전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 따라 2018년까지 핵무기를 각각 1550개로 줄여야 한다. 지난해 9월 1일 현재 미국은 1790기의 핵탄두를, 러시아는 1556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이날 보도에 대해 조지 리틀 국방부 대변인은 ‘기밀 사항’이라며 확인을 거부했다. 그는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국방부에 핵 억지력과 관련해 대안적 접근법을 개발해 보도록 요구했다고 전했다.

토미 비에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펜타곤이 검토하고 있는 감축 방안들이 아직 오바마 대통령에게 제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바마 정부가 핵무기 감축을 결정할 경우 공화당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공화당은 러시아, 중국 및 다른 국가들이 핵 능력을 강화하는 상태에서 미국이 핵무기를 감축하는 것은 미국을 약화시키는 일이고 한국, 일본, 터키와 같은 동맹국들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정책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해 왔다.

그러나 핵무기 감축론자들은 21세기 주요한 안보위협인 테러와 같은 위협을 막기 위해 핵무기가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반박해 왔다.

미 과학자연맹(FAS)에 따르면 각국의 핵무기 보유 수는 프랑스 300개, 중국 240개, 영국 225개, 이스라엘과 인도, 파키스탄이 100개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