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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년 영국의 선택은 옳았나
유로화 10년, 파운드화 고수한 대영제국의 자존심…유럽대륙과의 차별화 전략은‘절반의 성공’
독자적 경제·문화 축 이뤄
유럽 대륙과 끊임없는 경쟁

美와 궤를 같이하는 경기사이클
외부 충격에 취약한 경제구조…
결국 대륙주도 단일화에 불참

유로존 전체 뒤덮은 위기속
영국의 선택은 일단‘ 남는 장사’
獨·佛 주도 체제속으로의 편입?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


2002년 실물 유로화 통용이 시작된 날, 영국의 선지(SUN誌)는 ‘새로운 실수의 새벽(Dawn of a New Error)’ 제하의 머리기사를 실으며 유로화 체제를 혹평했다. 당시 영국은 유로존(유로화 사용국가)에 불참했고, 지금까지 자국통화인 파운드화를 고집하고 있다.

같은 날 ‘미스터 유로’로 불리던 빔 뒤센베르크 유럽중앙은행(ECB) 초대 총재는 “유로화는 경제만이 아닌 정치통합의 촉매가 될 것”이라고 유로화를 한껏 띄웠다.

10년이 흐른 2012년, 남유럽을 중심으로 시작된 유럽의 재정위기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영국의 유로존 불참은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유로화를 거부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선택은 과연 옳았을까.

▶영국은 왜?

1999년 유럽연합(EU) 회원국 15개국 중 11개국이 유럽통화통합(EMU)에 가입하면서 유로화 체제가 출범했다. 유로화는 3년 동안 장부에만 존재하다가 2002년부터 실제 생활에 쓰였다.

당시 영국ㆍ스웨덴ㆍ덴마크 3개국은 통화주권침해와 국민반대여론을 이유로, 그리스는 재정적자 등 가입 기준 미달로 각각 불참했다.

특히 영국인들이 유럽대륙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섬나라 영국은 유럽대륙 국가와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도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을 건설했다. 그러면서 영국 런던은 세계경제와 금융의 중심지라는 평가를 받았다. EU 회원국이지만 영연방의 중심 국가이기에 독자적인 경제와 문화의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다고 대부분 영국인은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쇠락의 길로 접어들자 영국의 자리는 미국이 차지했고, 유럽대륙은 경제대국 독일의 품 안으로 들어왔다.

의회민주주의와 산업화, 자본주의 등 ‘최초의 나라’ 자존심이 강한 영국은 독일 등 대륙국가 주도의 통화통합을 반길 수 없었다. 더욱이 단일화폐 유통은 정치통합을 위한 중간 과정. 영국인들은 더더욱 유로화를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

영국은 유럽 2위의 경제 규모와 선진자본시장을 갖고 있다. 유럽은 결국 ‘영국 없는 반쪽신세’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경제적으론 ‘글쎄’

영국은 유로화 사용에 따른 경제적 득실도 면밀히 따졌다. 당시 5개 항목에 대한 타당성 검토 결과 영국정부는 유로존 가입이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영국은 미국과 긴밀한 관계다.

영국 경기 사이클과 경제구조는 유럽대륙이 아닌 미국과 궤를 같이한다. ECB의 통화정책은 유럽대륙의 것이지, 영국에 맞지 않는다는 게 영국정부의 판단이다.

예상못한 충격을 흡수할 만큼 영국 경제구조가 유연하지 않다는 점도 유로존 불참의 주요 이유 중 하나였다.

영국은 유로화를 쓰면 자국 내 기업투자가 촉진되는지, 성장ㆍ안정ㆍ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살펴봤다.

기업투자를 놓고 볼 때 환율변동이 사라지고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경감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됐다. 기업과 가계의 거래비용 경감, 역내교역 확대 등으로 성장과 고용확대를 불러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유럽대륙과 다른 경기 사이클에다 외부충격파 흡수에 미흡한 영국의 경제구조 속에선 유로화 사용이 되레 경제안정을 해친다는 결론에 도달하면서 유로존 가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같은 통화를 쓰면 성장과 안정은 물론 위기도 함께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영국의 선택은?

그렇다면 영국은 파운드화를 계속 고집할까.

영국은 유로존 가입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려 했다. 하지만 실제 국민투표는 없었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유로존 전체의 위기가 된 것으로 미뤄, 현 상황에서 영국의 유로존 불참은 남는 장사인 것처럼 보인다.

영국과 대륙 간 오랜 앙금을 보고 자란 전전(戰前)세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 판도가 바뀔 수도 있으나, 영국이 가까운 시일 내 독일과 프랑스 주도의 체제 아래 들어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전문가들은 “영국의 태도가 쉽게 바뀔 것 같지 않다”고 진단한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영국 경제가 두 손 들어서 파운드화를 쓰는 게 좋지 않다는 결론이 나면 유로존에 가입할 것”이라며 “그러나 영국 경제가 그렇게 망가질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영국의 유로존 가입은 영국보다 유럽대륙 상황에 달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로존이 강한 경제를 구축하면 영국도 가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로존 위기가 넘어가면 독일과 프랑스가 EU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EU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영향력 축소를 우려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정치적으론 가입의 필요성이 대두되더라도 역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볼 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내린 영국. 파운드화의 투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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