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드라마 · 개그속 ‘미존’ 내시…귀여운 호감 캐릭터로 떴다
TV 속 드라마와 개그프로그램에서 왕의 그림자 ‘내시’가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사극에서 내시는 남성성을 상실한 남자도 여자도 아닌 나약한 존재이거나 상궁, 나인과 어울리며 모사를 꾸미는 비호감형 인물로 주로 그려졌다. 하지만 기존 사극의 고정관념을 깬 판타지, 팩션 사극이 인기를 끌면서 빠질 수 없는 조연 내시는 코믹하고 귀여운 호감형 캐릭터로 바뀌었다.

장안의 최고 화제작 MBC 수목극 ‘해를 품은 달’의 ‘형선’(정은표 분)이 대표적이다. 형선은 왕인 훤을 어린 시절부터 보필해 온 ‘보모’이자, 연우와의 사랑을 이어주는 ‘사랑의 메신저’이며, 어린 왕에게 어른으로서 가끔 훈수도 두는 ‘스승’이다. 정은표는 이 ‘형선’을 깜찍할 정도로 귀엽게 표현해 연기생활 20여년 만에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형선의 귀여움은 방송 초반에는 은연 중에 내비쳤다. 훤과 연우가 재회하는 장면에서 마침 흩날리는 꽃가루. 알고보니 지붕 위에서 형선이 꽃가루를 뿌리는 중이다.


이젠 성인이 된 훤에게 잦은 구박과 타박을 받으면서도 곰살맞게 구는 장면에서 형선의 귀여움은 절정에 달한다. 훤이 “뒤돌아서 있거라” “그 입 다물라” 등의 명령을 하면 형선은 풀 죽은 강아지 마냥 뒤돌아 있다가 왕의 용서에 금새 밝은 얼굴로 돌아선다. 인터넷에선 벌써 동성애 코드를 입힌 ‘훤과 형선’ 커플 패러디까지 등장했다.

귀여운 내시는 KBS 개그콘서트 ‘감수성’ 코너에서 내시를 연기하는 김영민이 원조다. 출연자들에게 무시당하며, 남자들끼리의 얘기에 “저는 달라요”라며 김영민이 울먹이면 여지없이 등장하는 슬픈 멜로디는 폭소를 자아낸다. 김영민의 내시 연기가 워낙 실감 나 그가 케이블 음악채널 Mnet의 프로그램 비틀즈코드에 고정 패널로 출연할 때는 누군지 알아보기 어려웠을 정도였다.

이렇게 내시가 전례없이 주목받으며 인기를 얻는 이유는 탈권위, 비주류가 주류가 되는 시대의 흐름 변화와 무관치 않다. 왕도 서민처럼 “우라질”이란 쌍욕을 하고, 첫사랑이 그리워서 오열하거나 겸양은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게 자신의 잘생긴 용모를 자랑하는 한사람의 인간으로 그려진다. 내시도 마찬가지. 더구나 사회 속 남성성과 여성성의 구분이 흐릿해지면서 내시에겐 더 이상 ‘거세당한 남자’의 슬픔이 아닌 부드럽고 예민하며 귀여워 간혹 보듬어 주고 싶게 하는 성격이 부여되는 시대다.

<한지숙 기자 @hemhaw75>
/jsha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