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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 이나영 “다음엔 뱀파이어역 욕심, 결혼은 갈수록 멀게만 느껴져”
배우 이나영. 데뷔 14년차, 만 서른셋. 한창 시절은 지났고 적당한 매너리즘도 생겨 일반인이라면, 게다가 미혼 여성이라면 훌쩍 연수를 핑계삼아 출국하거나, 직업 또는 직장을 바꾸거나, 그도 아니면 앞뒤 가리지 않고 결혼을 저지르기 쉬운 ‘쉼표’ 같은 나이다.

영화 ‘하울링’(유하 감독, 오퍼스픽쳐스 제작) 개봉을 앞두고 지난 1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나영은 “솔직히 이번에 ‘초심’이다. ‘힘든 터널 한번 건너보자. 이래야 또 뭔가 할 수 있지’란 심정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런 진지한 각오는 뜻밖이었다. 이나영은 자신만의 캐릭터 세계를 구축한 국내선 몇 안되는 배우로 꼽히기 때문. 예쁘면서도 비주류(‘네 멋대로 해라’ ‘아일랜드’), 루저(‘영어 완전 정복’ ‘아는 여자’), 남장여자(‘아빠가 여자를 좋아해’) 역할을 그만큼 제대로 어울리게 해 낼 배우가 또 있을까. 팜므파탈, 청순미의 계보를 대기는 쉽지만 4차원스럽고 비현실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여배우를 둘을 찾기는 어렵다.

그도 이런 평가가 싫지 않은 눈치다. “왜 다 저보고 비현실적이라고 해요? 영화에선 어떤 인물에 대한 특징을 극대화시키잖아요. 그런데 다양한 인물들이 생겨나니까요. 개인적으로 루저 코미디를 좋아해요. ‘영어 완전 정복’도 되게 신나서 (촬영)했거든요. 외국 감독분들이 (출연작 보여)달라고 하면 그거 보내드려요.”

‘하울링’에서 전과 다른 각오를 보인 것은 트랜스젠더 코미디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2009년)와 드라마 ‘도망자 플랜(Plan.)B’(2010년)가 이렇다할 성공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이나영은 “그 전까진 편하게, 제 식대로 연기했다면 이번엔 저를 다시 한번 다지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엔 형사역이다. 이나영이 연기한 강력계 신참 ‘은영’은 5팀 내 유일한 여자로, 승진 때마다 후배에게 밀리는 만년 형사 ‘상길(송강호 분)’과 한 조를 이뤄 사체에 공통된 짐승의 이빨자국이 나 있는 연쇄 살인 사건을 추적해 간다. 일본 추리소설 ‘얼어붙은 송곳니’ 원작의 ‘하울링’은 늑대와 개의 혼혈인 ‘늑대개’가 살인범인 독특한 스릴러물이다.


이나영은 “기존 형사물과 다른 장르다. 사건이 주가 되기 보단 늑대개를 매개체로 해서 늑대도 개도 아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비주류 느낌. 이것이 인간상과 인간의 고뇌들과 많이 결부돼 있다. 이런 철학적 메시지가 애잔하게 가슴을 저민다”고 소개했다.

이런 감성은 영화 속 범인 심문 중 “가족 아닙니까?”라는 대사에서 최고조다. “내가 이 대사 때문에 영화한다 할 정도로 ‘OK’ 사인이 어려웠어요. 영화 보시면 ‘아~ 저거 였구나’ 하실거에요.”

유하 감독과 선배 배우 송강호와의 첫 작업이란 점도 시나리오를 선뜻 받아든 이유다. 또 오토바이를 타고 추격하는 액션 장면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이미 ‘도망자 플랜B’에서 대역없이 직접 액션을 선보였던 이나영은 이번엔 오토바이를 직접 운전하고 두들겨 맞기도 하는 등 고난이도 액션 연기를 했다. “‘도망자 플랜B’의 액션은 약간 판타지스럽고 과장되게 포장됐다면 이번엔 달랐죠. 체력만 좋으면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어렵더라구요. 디테일과 리액션, 표정의 합을 맞춰야했으니까요. ‘~다.~나?.~까?’ 말투를 쓰는 등의 설정 등이 전과 다른 중성적 캐릭터로 보여질 거에요.”


이나영은 또 여형사라고해서 중성적이라거나 가시돋힌 언행을 하는 튀는 성격이라기 보다 분노를 안으로 누르는 담담한 성격의 은영을 표현하려 애썼다. 그런 점에서 송강호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면서 깨닫고 배우는 게 많았다고. “(송강호가) 저를 완주할 수 있도록 조금 ‘쓰윽’ 밀어주신 느낌이에요. 이래서 괜히 최고의 자리에 계신 게 아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선배님이 왜 9년만에 형사역으로 이 작품을 선택하셨느지 알겠더라구요.”

다음엔 무슨 역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눈을 반짝인다. “뱀파이어역을 해보고 싶어요. 푸르스름한 조명이 너무 좋아요. ‘노킹온헤븐스도어’ 같은 영화도 해보고 싶고. 너무 센가요? 이쁜 거 해야하는데…. 시골 여자도 되게 잘 어울릴 거 같지 않아요?”


그러다 결혼은 언제 하냐는 질문에 “결혼은 갈수록 멀게만 느껴져요. 제 주위에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없는 거 같아요. 굳이 스트레스가 되거나 그러지 않아요. 작년엔 하울링 촬영 때문에 바빴고. 연애도 할 여유가 없나 봐요. 주위 언니들이 잘 만나줘서 그런가”란 답변이 돌아온다.

그는 자신은 현재 단계에서 다음 단계를 채워가는 성격이기 때문에 특정한 롤모델이 없다고 했다. 최근엔 줄리앤 무어의 연기에 감탄해 같은 연기를 몇번씩 돌려보면서 연기 욕심을 냈다고 했다. 또 다음이 궁금한 배우이고 싶다고 했다.

이나영은 데뷔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한 연기 욕심과 호기심이 넘치는 천상 배우였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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