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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음엔 뱀파이어…또 센가요”
영화 ‘하울링’서 강력계 형사役 이나영
늑대개가 살인범인 스릴러
비주류 철학적 메시지 담아

“힘든 터널 한번 건너보자
그래야 또 뭔가 하지 생각…
유하·송강호와 첫 작업
시나리오 선뜻 받아든 이유”

배우 이나영. 데뷔 14년차, 만 서른셋. 한창 시절은 지났고 적당한 매너리즘도 생겨 일반인이라면, 게다가 미혼여성이라면 훌쩍 연수를 핑계삼아 출국하거나 직업 또는 직장을 바꾸거나, 그도 아니면 앞뒤 가리지 않고 결혼을 저지르기 쉬운 ‘쉼표’ 같은 나이다.

영화 ‘하울링’(유하 감독, 오퍼스픽쳐스 제작) 개봉을 앞두고 지난 1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나영은 “솔직히 이번에 ‘초심’이다. ‘힘든 터널 한번 건너보자. 이래야 또 뭔가 할 수 있지’란 심정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런 진지한 각오는 뜻밖이었다. 이나영은 자신만의 캐릭터 세계를 구축한 국내선 몇 안되는 배우로 꼽히기 때문. 예쁘면서도 비주류(‘네 멋대로 해라’ ‘아일랜드’), 루저(‘영어 완전정복’ ‘아는 여자’), 남장여자(‘아빠가 여자를 좋아해’) 역할을 그만큼 제대로 어울리게 해 낼 배우가 또 있을까. 팜므파탈, 청순미의 계보를 대기는 쉽지만 4차원스럽고 비현실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여배우 둘을 찾기는 어렵다.

그도 이런 평가가 싫지 않은 눈치다.

이번엔 형사역이다. 이나영이 연기한 강력계 신참 ‘은영’은 5팀 내 유일한 여자로, 승진 때마다 후배에게 밀리는 만년 형사 ‘상길(송강호 분)’과 한 조를 이뤄 사체에 공통된 짐승의 이빨자국이 나 있는 연쇄 살인사건을 추적해 간다. 일본 추리소설 ‘얼어붙은 송곳니’ 원작의 ‘하울링’은 늑대와 개의 혼혈인 ‘늑대개’가 살인범인 독특한 스릴러물이다.

이나영은 “기존 형사물과 다른 장르다. 사건이 주가 되기보단 늑대개를 매개체로 해서 늑대도 개도 아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비주류 느낌. 이것이 인간상과 인간의 고뇌들과 많이 결부돼 있다. 이런 철학적 메시지가 애잔하게 가슴을 저민다”고 소개했다.

이런 감성은 영화 속 범인 심문 중 “가족 아닙니까?”라는 대사에서 최고조다. “내가 이 대사 때문에 영화한다 할 정도로 ‘OK’ 사인이 어려웠어요. 영화 보시면 ‘아~ 저거 였구나’ 하실거에요.”



유하 감독과 선배 배우 송강호와의 첫 작업이란 점도 시나리오를 선뜻 받아든 이유다. 또 오토바이를 타고 추격하는 액션 장면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이나영은 이미 ‘도망자 플랜B’에서 직접 액션 연기를 선보여 화제가 됐지만, 이번엔 주로 두들겨 맞는 등 고초를 감내해야 했다. 또 여형사라고해서 중성적이라거나 가시돋힌 언행을 하는 튀는 성격이라기보다 분노를 안으로 누르는 담담한 성격의 은영을 표현하려 애썼다. 그런 점에서 송강호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면서 깨닫고 배우는 게 많았다고.

다음엔 무슨 역할을 해보고 싶냐는 질문에 눈을 반짝인다. “뱀파이어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푸르스름한 조명이 너무 좋아요. ‘노킹온헤븐스도어’ 같은 영화도 해보고 싶고. 너무 센가요? 이쁜 거 해야 하는데…. 시골여자도 되게 잘 어울릴 거 같지 않아요?”

이나영은 데뷔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한 연기 욕심과 호기심이 넘치는 천상 배우였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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