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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폰, 인간에 도전하다
신체일부 같은‘HCI(Human Computer Interaction)기술’…동작인식부터 디지털 악수까지 인간·기계 상호작용 끝없는 진화
상대방 얼굴 보면서 문서·일정 공유하고
인간 눈처럼 거리따라 사진크기 변화
열쇠 없이 신체전류로 비밀번호 전송도

생활 속으로 더 밀착한‘ 애플發 IT 혁명’
편리함 넘어 마치 스킨십 하듯 활용하고
다양한 제품에 나만의 정체성까지 담아

사망한 경찰의 몸에 컴퓨터 프로그램을 심은 사이보그 경찰의 활약상을 담은 ‘로보캅’(1987). 사람의 척추에 바이오포트를 뚫어 가상현실의 이미지를 주입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을 그린 ‘엑시스텐즈’(1999), 늙고 병든 인간은 집에만 있는 대신 원격 시스템으로 잘생기고 튼튼한 로봇들만 사회 생활을 한다는 이야기의 ‘써로게이트’(2009).

영화 속에서 인간의 신체가 기계와 결합하는 모습은 대부분 사회 정의에 반하는 것으로 묘사되거나 결합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결말이 났다. 이는 모두 경험하지 않은 미래의 일에 대한 불신과 인간이 기계에 지배될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을 저평가하는 일종의 획일화된 잣대가 작용한 탓도 있다.


모바일 기기의 혁명이 발발하기 전 스마트 시대를 겪지 않은 사람들은 이처럼 인간과 기계에 대해 강한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피처폰, 데스크톱ㆍ노트북이 저물고 그 자리에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자리잡으면서 사람들은 이를 필요할 때만 쓰는 것이 아니라 항상 ‘끼고 사는 존재’로 대하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히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고 휴대하기 편리해서만은 아니다. 만지고 사용할수록 기계와 ‘통한다’는 느낌과 함께 제품에 나만의 ‘정체성’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그동안 부정되거나 무시됐던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을 구현한 수많은 기술들이 담겨 있다. 우리는 이를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이라고 부른다. 


 
폰 카메라로 상대방의 아이폰이나 노트북 등을 보면서 사진, 동영상, 문서 등을 공유하는 Digital Handshake기술
                                                                                                                  [출처=patently apple·팬택]

(왼쪽) 웹문서를 보다가 키패드를 실행하더라도 반투명 효과로 키패드와 웹문서가 겹쳐 보인다. 터치를 짧게 하면 키패드가 입력되고, 길게 하면 웹문서가 입력된다.
(오른쪽) 손으로 1, 2, 3, 4, 5, 6 등의 값을 스마트폰에 입력한 상태에서 도어록에 한 손을 대고 다른 손으로 순서대로 스마트폰에 접촉하면 잠금이 해제된다. 
                                                                                                                  [출처=patently apple·팬택]

말그대로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을 뜻하는 HCI는 디자인, 학문, 산업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데 최근 가장 활발한 분야가 IT 모바일업계다. 내 의지대로 신체를 사용하듯 생각하는 대로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기술의 밑바탕에는 HCI가 자리잡고 있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통하지 않고 화면에 바로 자신의 생각을 입력하는 터치스크린 기술의 진일보로 기계는 인간과 ‘스킨십’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스마트폰 시대를 연 선두주자답게 애플은 이미 2002년 멀티 터치 기술에 관한 발명특허 7건을 출원했고, 2005년에는 손동작으로 식별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Finger Works라는 회사를 인수해 해당 회사의 터치 기술을 지금의 아이폰에 응용했다.

300개가 넘는 HCI 기술을 보유한 애플의 최대 관심사는 여전히 UI(User Interface)이다. 애플은 최근 아이폰 카메라로 상대방의 디지털 기기를 보면서 문서, 사진, 비디오, 일정 등을 공유하는 기술을 개발, 이를 ‘Digital Handshake(디지털 악수)’라고 발표했다. 사람들이 하는 악수의 개념을 디지털 기기에 도입, 친분을 쌓고 감정을 교류하는 스킨십을 연장시킨 셈이다.

무선 헤드셋은 사람의 귀와 스마트폰의 상호작용을 극대화했다. 헤드셋을 떼면 듣던 음악이 저절로 꺼지고 스피커폰 모드로 돌아간다. 반대로 귀에 착용하면 음악이 다시 연주되거나 리시버 모드로 변환된다.

삼성전자는 사용자의 움직임을 스마트폰 주요 기능으로 승화시킨 ‘Motion UX’를 차별점으로 내세운다. 눈에 사물을 가깝게 가져갈수록 더 크게 보인다는 원리가 적용된 Motion Zoom을 통해 사용자들이 화면에 두 손가락으로 터치한 상태에서 스마트폰을 몸쪽으로 당기면 화면이 확대되고 밀면 화면이 축소된다. 또 벨소리나 알람이 갑자기 울리는 경우 스마트폰을 뒤집기만 하면 무음으로 전환된다. 이밖에 갤럭시 노트에는 손바닥을 세워 옆면으로 화면을 쭉 쓸면 화면이 캡처되는 기능이 추가됐다.

동작 인식을 특화한 팬택은 한 단계 향상된 UI를 준비 중이다. 투명한 문서는 겹쳐 보인다는 점을 이용, 복수의 화면 투명도를 달리 표시해 압력세기, 터치 시간 등으로 각각의 화면을 제어하는 관통입력 기술. 뉴스를 보던 중 전화를 걸 때 기존에는 키패드가 화면을 가렸지만, 이 기술을 이용하면 키패드가 반투명하게 표시돼 웹페이지를 보면서 키패드를 누를 수 있다.

인체 접촉을 이용한 입력 기술은 한 단계 더 나아간 수준. 인체 부위별로 전류값이 각기 다르다는 점에 착안, 부위별 동작에 따른 데이터값을 감지하는 방식이다. 가령 문에 한쪽 손을 대고 다른 한 쪽 손으로 스마트폰 터치하기만 하면 기 설정된 번호가 입력돼 도어록이 해제된다. 사람의 손과 스마트폰이 접촉해 데이터를 입력하고 센서가 이를 감지하는 단계까지 발전한 셈이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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