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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바이 2011> ‘한류 프로듀서’ 이수만·양현석 지구촌 K팝 열풍 주도, 흥행 보증수표 김수현·한석규·조승우 역시‘명불허전’

영화·음악·공연·방송까지

‘CJ 제국’ 독주는 계속

예상 뛰어넘은 ‘나가수’ 신드롬

김영희PD 톱10 신규 진입

국민 여동생 아이유 22위 신규진입

예능 시청률 1위 유재석 5위→3위

강호동 안팎 시련에도 9위 굳건

최효종 정치풍자 개그로 명성


올해 한국 대중문화는 전인미답의 길을 걸었다. K-POP이 앞장섰다. 한국 대중가요의 불모지나 다름 없는 유럽과 남미, 중동에선 머리와 피부색이 다른 동양인 스타에 열광하는 팬덤을 심었다. 소녀시대와 샤이니, 동방신기의 춤과 노래를 똑같이 따라하는 노랑머리 소녀떼가 각지 랜드마크에 모여 K-POP 스타의 자국 공연을 요구하는 풍경은 더이상 신기하지 않게 됐다.

‘근짱’ 장근석은 일본에서 신한류를 만들어 냈다. 그는 아줌마 우상에 그쳤던 ‘욘사마’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문화 주소비층인 10, 20대를 사로잡았고, 일부 계층의 미풍에 그칠 것 같던 한류의 궤를 바꿔놓았다. 한류 스타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한국어와 한국음식, 한국영화와 TV드라마, 한국문학으로까지 이어졌다.

방송에선 ‘나는 가수다’ 신드롬이 일었다. 지난해 ‘슈스케’가 오디션 프로그램 시대를 열었다면, ‘나는 가수다’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주는 긴장감에 수준 높은 질좋은 공연을 보는 즐거움을 더해, 공연과 예능 사이의 벽을 허물었다. 얼굴 없는 가수들이 얼굴을 찾았다.

아이돌 스타들이 세계 무대를 향해 진군할 때, 국내에선 중장년 층이 대중문화의 주류로 떠올랐다. 70~80년대에 대한 문화 향수를 지닌 40, 50대가 영화관과 공연장, 방송 스튜디오의 객석을 메웠다. 80년대 학창시절을 그린 영화 ‘써니’와 그 시대를 풍미한 팝스타 ‘아바(ABBA)’ 음악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맘마미아’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아이들을 대동한 엄마들을 울리며,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다 관람객(220만) 동원이란 새 기록을 썼다.

영화 ‘도가니’는 묻혀 있던 장애인 성폭력 사건을 들춰내며 대한민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런 미증유의 열풍은 헤럴드경제가 실시한 ‘2011 대중문화 빅리더’ 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2006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1위가 바뀌었다. 이 조사를 시작한 지난 2003년 이후 단 두 번을 제외하곤 매해 최고의 빅리더로 뽑혔던 이미경 CJ엔터테인먼트 부회장은 영화, 음악, 공연, 방송 분야에서 여전히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올해만은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에게 정상의 자리를 내줬다. 조사 대상인 전문가 집단에게 조차도 올해 K-POP 세계화의 원년을 일구며 세계에서 맹위를 떨친 얼굴과 이름이 깊게 아로새겨진 탓이다.


▶K-POP 영향력은 어디까지 갈까= 격세지감(隔世之感)이었다. 90년대 중반 국내에 아이돌 그룹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해도, 일본의 아이돌 시스템을 차용한 ‘국내용’에 불과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15년이 지난 현재 K-POP은 유튜브를 타고 세계 각지로 퍼져 열풍을 만들고 있다. K-POP만의 역동적이고 화려한 군무, 단순하고 밝은 멜로디는 장기 경제침체의 여파로 문화계도 피로하고 늙고 있는 선진국의 10대를 파고들었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대중문화 빅리더 조사에서 2009년 6위, 2010년 2위에 이어 올해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소녀시대(4위),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사장(5위),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13위) 등 한류 붐의 주역들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가수로선 국민 여동생 아이유(공동 23위)와 ‘나가수’ 스타 임재범(38위), 울랄라세션(50위)이 50위권에 진입했다. ‘슈퍼스타K3’ 우승자인 울랄라세션은 암투병 중인 멤버의 투혼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우승자인 허각 못지않게 대중의 가슴을 울렸다.

▶대중은 도전과 창의, 발칙을 사랑했다= 전문가들은 끝없는 도전정신으로 창작의 새 지평을 연 대가들에게 한 표를 던졌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가 6위에 올라, 2위 이미경 부회장을 제외하고 영화 부문에서 최고 파워로 등극했다. 2007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2010년 ‘시라노 연애조작단’을 성공시킨 심 대표가 이 조사에서 30위권에 진입하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특유의 뚝심을 발휘, 극장가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돌풍을 일으켰다.

‘쌀집 아저씨’ 김영희 MBC PD는 방송PD로선 가장 높은 순위인 10위, MBC ‘무한도전’을 6년째 연출하고 있는 김태호 PD가 11위로 바로 뒤를 이었다. 비록 ‘나가수’ 연출에서 중도하차한 김영희 PD지만, 역시 남다른 연출자란 평을 들었다. 국내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시초격인 무한도전은 공연, 달력, 사진전 등 회가 거듭돼도 화수분 같은 신선한 기획으로 예능의 신기원을 여는 중이다. 신원수 로엔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김태호 PD에 대해 “상상력과 재치가 변하지 않는다”고 평했고, 이진석 제이에스픽처스 대표는 “무한도전은 이제 예능을 뛰어넘어 생활이 되었다”고 극찬했다.

국회의원 강용석의원으로부터 집단모욕죄로 피소된 개그맨 최효종은 14위에, ‘개그콘서트’ 연출자 서수민 PD는 공동 55위에 올랐다. 풍자 개그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개그콘서트’가 발칙할수록 대중은 더 열광했다. 이슈의 중심에 있던 최효종은 정치풍자 개그의 대표격으로 떠오르며, 개그맨으로선 유재석, 강호동에 버금가는 힘을 인정받았다.


1. 이수만(2) 2. 이미경(1) 3. 유재석(5) 4. 소녀시대(4) 5. 양현석(6)

6. 심재명(-) 7. 최시중(9) 8. 조승우(12) 9. 강호동(3) 10. 김영희(-)

11. 김태호(-) 12. 송승환(20) 13. 박진영(8) 14. 최효종(-) 15. 김윤석(-)

15. 김수현(-) 17. 한석규(-) 18. 박명성(26) 19. 장동건(-) 19. 김병만(-)

19. 김병석(-) 22. 정훈탁(-) 22. 아이유(-) 24. 김성수(-) 25. 정명훈(-)

25. 이병헌(-) 25. 손광익(20) 25. 봉준호(-) 25. 김인규(13) 30. 강제규(-)

*( )안은 작년 순위, (-)는 신규진입.



▶여전한 흥행보증수표ㆍ티켓 파워들=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세월이 흘러도 대중문화계 빅리더들의 힘은 여전했다. 드라마 ‘천일의 약속’의 작가 김수현, ‘시크릿 가든’을 쓴 김은숙 작가가 각각 공동 15위, 공동 38위를 차지했다. 언어의 마술사 김수현 작가는 전작과는 다른 감성과 인물 설정으로, 통속 멜로 드라마를 뻔하지 않게 만들며 건재를 과시했다.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으로 톡톡튀는 대사와 감각을 보여 온 김은숙 작가는 ‘현빈 앓이’ 열풍을 만들며, 죽지 않은 감각을 발휘했다.

배우 한석규는 16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인 ‘뿌리 깊은 나무’에서 세종을 열연하며, 제2 전성기를 맞았다. 순위는 17위. 올해 드라마에 출연한 연기자로선 가장 높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로 공연계의 막강 티켓 파워로 떠오른 조승우가 지난해 12위에서 4계단 뛴 8위로 등극했다. 올해 뮤지컬 ‘조로’, 영화 ‘퍼펙트 게임’ 등 장르를 넘나들면서 조승우 이름 석자의 파워를 발휘했다. 조승우뿐 아니라 공연계 인사들의 순위가 약진한 것도 올해의 특징이다. 공연 한류를 개척한 송승환 PMC프로덕션 대표는 지난해 20위에서 12위로, 박칼린, 옥주현을 발굴해내며 뮤지컬의 부흥기를 주도한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가 26위에서 18위로, 8계단씩 껑충 뛰었다.

국민MC 유재석은 지난해 5위에서 3위로 두 계단 상승했다. SBS ‘런닝맨’, KBS ‘해피투게더’ 등 3사에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만들며, 유재석 장기집권 시대를 수성했다. 최영근 초록뱀미디어 대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안정된 진행능력”을 이유로 추천했다.


▶★는 죽지 않는다, 잠시 사라질 뿐이다=탈세의혹을 받고 지난 9월 돌연 은퇴를 선언한 개그맨 강호동이 9위에 올랐다. SBS ‘강심장’, KBS ‘1박2일’에서 하차하고,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는 폐지됐지만 그의 존재감은 아직 컸다. 강호동이 ‘잠정 은퇴’를 발표하고 물러난 데다, 잊혀질만 하면 복귀설이 흘러나와 여전한 영향력을 방증했다.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잠정 은퇴에도 불구, 예능 분야 영향은 살아있다”고 평했다.

정훈탁 IHQ 대표 역시 2년 전 차명계좌, 불법도청으로 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올해 최고의 흥행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를 제작하며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아이유와 동점을 얻어 22위에 진입했다. 방송가에선 사건사고에 휘말린 스타들이 시간이 흘러 적당한 기회에 면죄부를 받고 복귀하는 게 워낙 흔해졌다. 방송가에선 강호동이 1~2년 내 복귀할 것으로 점치는 이들이 많다.

▶임기말, 힘빠진 정책 리더들= 문화계 정부와 공기관 수장들은 정권 말로 들어서면서, 입김이 약해졌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7위에 올랐지만, 종합편성채널 개국과 광고 압박 발언 등 잇단 미디어 이슈에서 그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린 탓이 크다. 최광식 문화관광체육부 장관의 존재감은 “있는 듯 없는 듯”했다. 최 장관을 빅리더로 지목한 응답은 2건에 불과했다. 유인촌 전 장관이 지난해 14위까지 등극했던 점이나 영화계 원로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이 올해 40위에 오른 것을 감안하면 현직 장관으로선 너무 초라하다. 최 장관이 국립중앙박물관장, 문화재청장을 거친 정통관료 출신인 데다 순수 문화예술계에서 이력을 쌓아 와 대중문화계에선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인규 KBS 사장은 지난해 13위에서 올해 29위로 16계단 내려왔다.

<한지숙 기자 @hemhaw75>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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