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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한도전’, 일상에 대한 관심에서 길어올리는 감동
MBC ‘무한도전’이 달력을 만들고 시청자의 신청을 받아 달력을 배달하는 과정은 이제는 국민적인 이벤트가 됐다. ‘무한도전’은 지난 11월 26일 2012년 달력을 만들기 위한 특집이 방송됐다.

지난 1년 동안 사진작가가 찍은 ‘무도’ 멤버들 사진이 달력에 들어갈 주내용이지만 멤버들이 지방을 다니며 만난 시민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 시민들이 찍어 보내준 사진들도 선별작업을 거쳐 뽑혔다. ‘무한도전’ 달력은 시청자와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무한도전’은 달력편을 통해 전국의 시청자 한명 한명을 만나며 깨알 같은 웃음과 감동까지 선사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내년 달력의 매출액은 무려 45억1659만원에 이른다. 벽걸이 달력, 탁상용 달력, 다이어리, 브로마이드가 포함됐다. 순수 수익금만도 8억2144만원으로 소년소녀가장, 저소득층, 청각장애 어린이 인공와우수술, 태안 ‘무한도전 사랑의 도서관’ 도서 구입 및 시설 지원, 대학생 장학금 지원 등에 사용된다.

‘무한도전’은 이 달력을 배달하는 과정에서도 주문자에게 감동을 전하고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버리곤 했던 택배아저씨의 노고를 생각하게 했다. 많은 사람들이 택배를 이용하지만 편리성을 활용만 했지 아저씨가 얼마만큼 힘들게 배달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무한도전’은 17일 일곱 멤버들이 일일 택배기사가 돼 차를 몰고 달력을 신청한 시청자에게 직접 전달해주는 것으로 원칙을 정했던 것 같다. 박명수가 범인을 잡기 위해 CCTV를 보러 나간 형사에게 직접 전달하지 못하고 형사반장에게 대신 전달해준 것을 제외하면 모두 신청한 사람이 직접 달력을 받아볼 수 있게 했다.

멤버들에게 배달 한 건당 500원을 주게 한 것과 유재석 등이 점심을 제대로 못 먹고 배달하는 모습을 보면서 택배라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도 느껴볼 수 있었다. 택배 일을 하다 보면 이날 보여준 것보다 훨씬 더 황당한 경험을 많이 했을 것이다.

충남 서천으로 간 노홍철은 내비게이션을 따라 갔지만 무덤 주변에서 안내가 종료돼 “내 달력 내놔~”라는 귀신(?) 소리를 들어야 했고, 인근의 다른 집을 찾았지만 주문자가 서울로 올라가버린 상태여서 배달을 하지 못했다.

정형돈은 중국어선의 우리 해역 침해로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인천의 해양경찰대를 방문해 달력을 신청한 한 대원에게 작은 기쁨을 주기도 했다. 그러고는 해경의 애로 사항을 방송으로나마 들을 수 있었다.

남자친구의 신청으로 달력을 받게 된 제주대학 여학생이 뒤늦게 택배아저씨가 길(길성준)임을 알아차리고 깜짝 놀라는 등 예상치 못한 ‘서프라이즈’에 달력 수령자들은 기쁨을 표시했다. 유재석에게 직접 달력을 받은 장호원 읍사무소의 한 공무원은 “올해 붙은 공무원 시험 합격보다 더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무한도전’이 빛나는 것은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그냥 지나치기 쉬운 것들을 소재로 하면서도 훈훈함과 감동을 전하기 때문이다. 일상에 대한 관심과 관찰력이 남다른 김태호 PD 등 제작진의 노력이 반영되고 있다.

‘무한도전’이 이처럼 별 것 아닌 것 같은 소재로도 호평을 받는 것은 매주 새로운 실험에 나선 결과 생긴 뚝심 때문이다. 출발은 미약했지만 수많은 형식실험 끝에 이제는 캐릭터와 관계망이 발달해 ‘명수는 12살’ 같은 추억 콘텐츠도 훌륭하게 만들어낸다.

가끔 식상한 에피소드도 나오지만 새로운 미션과 도전에 나서고, 유목민의 길을 가듯 실험을 거듭하는 예능은‘무한도전’이 유일하다. 한두 가지 고정된 틀을 갖추고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고 진화한다. 그래서 출발할 때와는 크게 다른 모습으로 변모하며 예능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중이다. 어느덧 ‘무한도전’이라는 커다란 세계가 만들어졌다. 앞으로 또 어떻게 변하고 어떤 것까지 시도할지 항상 기대가 된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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