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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영이’와 ‘도가니’가 다른 점
가수 알리가 ‘조두순 사건’의 강간 피해자인 8살 어린이 ‘나영이’를 소재로 노래를 만들었다가 네티즌들의 집단공격을 받고, 결국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도 성폭력 피해자라는 충격적인 과거를 털어놨다. 지난 16일 언론사 사장인 아버지까지 함께 나와 과거 성폭행 사실을 밝히는 모습은 “어쩌다가 상황이 저렇게까지 됐나” 싶을 정도로 측은한 마음이 들게까지 했다.

하지만 알리가 만든 ‘나영이’란 노래는 ‘청춘을 버린채 몸 팔아…’ 등 선정적인 가사를 담았고, 결국 나영이를 두번 죽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알리는 “자신과 비슷한 시기에 성폭행을 당한 나영이를 위로해주기 위해 직접 노래를 만들었다”고 했지만, 경솔한 결정이었다. 세상에 다 알려진 나영이 사건을 다시 들춰냄으로써 나영이에게 상처만 안겨준 꼴이 됐기때문이다.

알리의 ‘나영이’ 논란은 올 9월 개봉한 영화 ‘도가니’의 교훈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둘 다 성폭행과 관련된 문제를 다뤘지만, ‘도가니’는 지난 2000년부터 5년 간 광주인화학교에서 청각 장애아를 상대로 교장과 교사들이 벌인 비인간적인 성폭력과 학대를 고발했다는 점에서 알리의 ‘나영이’와 전혀 다르다. ‘도가니’는 은폐됐던 장애인 성폭행 사건을 사회적인 이슈로 끄집어냄으로써 장애인 성폭행의 심각성을 알렸고,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반면, 알리는 이미 실명이나 다름없는 ‘나영이’를 제목으로 노래를 만들었고, 선정적인 가사까지 더해져 “왜 이런 노래를 만들었냐"”는 거센 비난에 직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네티즌들이 “나영이를 몸 파는 여자로 묘사했다”며 알리에게 무차별적인 인신공격을 가한 것은 과도했다.

알리의 ‘나영이’ 논란은 지난 17일 알리가 나영이 아버지를 직접 만나 사과의 뜻을 전함에 따라 마무리되는 국면이다. 28살 알리. “그렇게 큰 고통이 있는 줄 몰랐네요. 내가 다독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힘들겠지만 위축되지 말고 당당하게 정면 돌파해요”라며 자신을 포용한 나영이 아버지로부터 큰 교훈을 얻고 한층 성숙해졌으리라 믿는다.

장연주 기자/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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