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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밴, 고용불안 캐릭터가 살아가는 방식
올라이즈밴드 우승민(36)은 연예인 같지 않은 연예인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런 모습은 방송에서 그대로 유지된다. 자신이 처한 모습 그대로인 ‘고용불안’이 캐릭터가 됐다. 5년간 안정적으로 재직하던 ‘무릎팍도사’가 갑자기 문을 닫으며 졸지에 직장을 잃고 ‘놀러와’ 등에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내 인생이 그러니까, ‘니마이(2류)’로 사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준다. 억지로 잡은 캐릭터는 아니다. ‘놀러와’에서 반지하의 제왕으로 반지하송을 부르고 있는데, 반지하는 시청자들보다 밑에 있다는 의미도 있다. 나를 보고 시청자들이 위로가 되고 힘이 됐으면 좋겠다.”

1인 밴드로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는 그의 밴드명은, ‘모두가 거짓인 밴드’(올라이즈밴드)다. 여기서 밴드는 ‘끈’이라고 했다. “나는 뫼비우스의 띠를 생각했다. 우리의 일생도 음악도 이런 것이다. 누가 먼저인지 따지기 힘들다. A급 B급 C급, 성공에 대한 잣대는 누가 정하는 거냐? 누가 이걸 정하는 건 모순이다.”

그는 10년간의 활동 중 5년간은 ‘언더’로, 또 5년간은 대형 기획사인 팬텀엔터테인먼트와 디초콜릿이앤티에프에 소속돼 있었다. 그는 “환경도 중요하지만 결국 본인의 의지다. 어디에 있건, 잘되고 못되고는 자신한테 달려 있다”고 전했다.

그에게 스타로서의 생활이 어떠했는지를 물어봤다. “폼 잡는 게 싫었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 대형 기획사에 가보니까 조금 더 좋은 술, 음식, 차, 집이 있더라. 마인드가 다르고 좀 더 열려 있는 줄 알았는데, 사람은 똑같더라. 신형원이 부르고 한돌이 작곡한 ‘옷’이 그런 생각을 표현한 곡이다. 어렸을 때는 이해를 잘 못했는데 이제 알겠더라.”

우승민은 5집 가수다. 1집은 재즈, 힙합, 트로트, 스카, 셔플 등 전 장르를 담은 종합선물세트다. 2집은 1집에 넣지 못했던 펑크와 포크가 담겨 있다. 3집과 4집은 거의 포크다. 최근 타이틀곡 ‘당연히’ 등 10곡을 담은 정규 5집 ‘조울증’을 냈다.

우승민의 음악 베이스는 포크다. 트윈폴리오의 웨딩케익을 들으며 스리 핑거 기타주법에 반해 자연스럽게 포크를 좋아하게 됐다. 사이먼&가펑클, 산울림, 시인과 촌장을 들었다. 민중가요를 부르던 정태춘과 정수리의 ‘아 대한민국’을 들어보니 상반된 느낌이었다. 사춘기 때는 착한 것이 무엇이냐를 고민하며 딜레마에 빠졌다. 결국 남들이 하지 않는 이야기를 해보자는 게 그가 내린 결론이었다.



“사랑 노래는, ‘내가 너를 너무 사랑한다’ ‘헤어져도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노래들밖에 없다. 내가 이 여자에게 이용만 당했구나, 이런 노래도 이해해줘야 한다. 영화에서는 파격이 용인되지만 노래는 가사에 비속어가 들어가니 잘 안 되더라.”

그는 실용음악과를 다니면서 실험적인 노래를 만들어 홈페이지에 올렸다. 기획사에서 연락이 왔다. 녹음만 해서 발매했는데 호불호가 나눠졌다. 지금까지 앨범에 담긴 노래는 히트하지 못했지만 100여 로그송 중 간식송과 무릎팍송 등은 꽤 히트했다.


“나는 앨범을 일기처럼 쓴다. 내 처지를 진솔하게 쓴다. 남에게 보여주는 게 아니라서 대중적인 면은 부족하다. 일기도 남에게 보여주려고 쓰는 사람도 있다. 사기를 좀 쳐야 한다 말도 하더라. 하지만 스스로를 속이기 싫다. 젊었을 때에는 세상이 나를 못 알아준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내가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알아봐주지 않으면 어떡할까? 그래도 된다. 나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으면 된다.”

우승민은 연예생활 10년간 돈을 많이 벌지 못했다. 경기도 능곡의 아파트에 전세로 산다. 집에서 녹음하면 옆집에서시끄럽다고 벽을 치는 사황이다. 그는 “혼자 살면서 모아놓는 돈이 재산이 아니고, 죽을 때까지 쓰는 게 재산이다”면서 “처음에는 가족을 부양할 수 없을 것 같아 결혼을 안 하려고 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너무 무책임한 삶이었음을 깨달았다. 이제 남을 위해서도 살아야 한다. 많은 사람에게 받은 사랑도 돌려줘야 한다.” 점점 어른이 되어 가는 걸까.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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