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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자 꿈꾸는 99%의 멘토, 한동철 교수
‘부자학 교수 1호’ 10년간 100명 ‘젊은 부자만들기’ 프로젝트 운영…1%의 사고방식·행동 등 분석 ‘富창출 습관 만들기’ 도전
하루 30분씩 1년 노력

웬만한 습관 바꿀 수 있어

100명중 1~2명만 성공

실패 땐 목표 재점검해야


부자 되는 일은

포기해야 할 것 많은

자기와의 끝없는 싸움


구직난 88만원세대

막연한 취업준비 대신

창업이 富창출의 첩경


21세기 부자상은

가·치·창·조…

어디에 쓰느냐가 중요



2000년 IMF를 혹독하게 치르던 시절, 서민들에게 ‘부자되기’ 꿈을 불어넣어준 책이 있다. 일대 재테크 붐을 일으킨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다. 책을 쓴 로버트 기요사키 말대로 따라하면 ‘나도 부자아빠가 될 수 있을까’, 소박한 믿음으로 사람들은 책 갈피마다 밑줄을 그었다.

그 소망이 현실에서 실천운동으로 나타난 것이 2003년 소위 ‘10억만들기’ 열풍이다. 왕대박 대신 일정 기간 목표로 돈을 모으는 프로젝트들이 직장인, 맞벌이 부부, 인터넷 동호회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한 포털 카페의 ‘맞벌이 부부의 10년 10억만들기’는 당시 회원 수가 8만5000명을 넘어섰을 정도다.

이제 만 10년을 바라보는 지금, 그들은 자신의 꿈을 이뤘을까.

국내 ‘부자학’이란 개념을 처음 만들고, 부자학연구학회를 설립, 운영중인 한동철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100명 중 한두 명만이 부자의 꿈을 이어간다고 말한다. 지난해부터 10년간 100명의 ‘젊은 부자만들기’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예전만 못하지만 대한민국의 부자되기 꿈은 여전히 뜨겁다고 말한다. 이 프로젝트엔 1차적으로 대학생, 대학원생, 주부, 회사원 등 2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한 교수는 무엇보다 ‘부자정신’을 훈련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부자들의 사고방식을 직접 체험해보기다. 첫 번째 코스는 젊은 부자들 인터뷰하기. 부자의 24시를 동영상으로 찍어 그들의 말과 습관, 행동 하나하나를 분석해본다.

부자는 부자의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일 30분씩 자신의 습관을 바꾸는 데 힘쓴다. 이렇게 노력하면 1년이면 웬만한 습관을 바꿀 수 있다는 논리다.

한 교수는 아직도 내가 하는 일에 방해가 되는 습관들을 고치지 못했다면 목표를 다시 검토해 보라고 말한다.

‘나는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추진할 부자가 되려는 것일까?’ 한 번 생각하고, 5분 후에 다시 생각하고, 30분 후에 다시 생각하고, 2시간 후에 다시 생각하고, 식사 후에 다시 생각하고, 하룻밤 자고 나서 다시 생각하라는 것이다.


문제는 꿈과 열정이다.

부자가 되려는 이들에게 그가 도움을 주는 건 돈이 아니라 일종의 정신 교육이다. “정신이 물질을 만든다”고 본다. 토론과정을 통해 부자의 노하우를 전해주거나 네트워크 형성에 도움을 주는 건 다음 일이다.

한 교수는 부자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 일로 사회적 인정을 받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액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의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건 부자와의 만남이다. 부자의 경험을 듣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친해지라고 권한다. 그렇다고 무언가 이득을 취할 생각을 하면 안된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란 속담은 부자되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맨 처음 모으고 싶은 액수를 머릿속에 그려본다. 그런 뒤 그 액수의 1000분의 1을 모은다. 어느 날 그 돈이 모아졌다면 모임에서 공식 선언한다. 그리고 언제까지 100분의 1을 모으겠다고 말한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선언한다는 건 책임을 무겁게 가지는 계기가 된다.

부자가 되는 길에는 심리적 마찰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포기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얻으려면 다른 걸 줄이고 포기해야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그래서 부자되기는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한다.

부자들의 셈법은 다르다.

가령 부동산 계약을 할 때 일반인들은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한푼이라도 깎으려고 애쓰지만 부자들은 더 얹어준다. 이런 식이다. 중개수수료가 200만원이라면 500만원을 줄테니까 아파트 매매가를 1000만원 깎아달라고 부탁한다. 그럼 중개사는 매매인에게 복비는 안 받을 테니까 상대방이 제안한 대로 하자고 말한다. 매매자는 복비를 안 받겠다는 말에 빨리 팔아준다면 대개 오케이한다.

중개수수료를 두 배 넘게 주고도 돈 버는 방법이다.

88만원세대에게도 한 교수의 부자학 강의가 유효할까.

그가 가르치는 서울여대 부자학연구센터에는 자발적 연구생들이 줄을 잇는다. 장학금을 받고 부자실습에 나선 학생들이다. 4, 5개팀으로 구성, 저마다 창업에 열중이다. 문화행사 이벤트 사업 등 나름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한 교수는 좋은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88만원세대에겐 창업이 경제적 자립과 부의 창출의 첩경이라고 말한다.

대기업 중심의 막연한 취업준비 대신 현실에 바탕한 눈높이를 가지라고 조언한다. 그가 내놓은 경제적 독립의 답은 창업형 알바. 즉 관심분야 업종에서 미래 창업에 대비한 알바를 하거나 먼저 중소기업체에서 경험과 관련 지식을 쌓는 거다.

“프로젝트 참여자 중 한 사람이 언니가 핀란드에 사는데 휴가 때 올 때마다 껌을 몇 박스씩 가져온다고 하더라고요. 국내에는 없는 껌인데 기능도 있고 맛도 있어서 들여다팔면 어떻겠냐며 조언을 구하더라고요. 그러려면 먼저 껌파는 업체에서 알바를 하라고 조언해줬죠.”

프로젝트에 참여한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한 대학생의 ceo꿈도 막연하지 않다.

한의사인 아버지, 녹차를 만드는 회사에 다니는 삼촌을 설득해 한방차를 개발하는 거다. 연구실도 필요없다. 한의원 한 구석을 이용하면 된다. 개발한 차는 알바를 이용해 서울역에서 팔거나 학교에서 팔아본다. 온라인 판매도 해본다. 100만원이면 작게 시작해볼 수 있다. 차 전문회사에 취직해 경험을 쌓는 것도 좋다.

한 교수는 ‘명함용 취직’은 하지 말라고 권한다. 원하는 일이라면 작은 데서 만들어서 찾아가라는 것이다. 그게 창조형 부자되기다.

‘99% 대 1%’의 시대에 부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않은 요즘, 한 교수가 말하는 21세기 부자상은 가치에 방점을 둔다.

우선 금전적으로 깨끗해야 하고 가치를 만들어 돈을 써야 한다는 것. 어디다 쓰느냐가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그는 더 중요한 건 재능기부라고 강조한다. 돈 100만원을 주는 것보다 1000만원을 벌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게 지속가능한 해법이기 때문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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