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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푸틴 원맨쇼에 피로감...푸틴 버전‘아랍의 봄’가능
올브라이트 前장관 FT 기고\n부정선거 규탄 등 민심 싸늘\n美 백악관도 우려 표명
“압제(iron hand)는 해답이 아니라 환상이다. 러시아인들이 가진 경제 성장에 대한 열망과 문화적 자존감이 권력을 잡게 될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이끄는 러시아 여당 ‘통합러시아당’이 5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450개 국가두마(하원) 의석 가운데 238개를 차지하면서 간신히 과반(득표율 49%)을 획득한 데 대해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밝힌 촌평이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푸틴 총리 버전의 ‘아랍의 봄’을 상상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두 차례 대통령직을 역임(2000~2008년)하고, 내년에 또다시 대권을 잡으려는 푸틴 총리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이 집단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총선 개표에서 여당 지지표가 야당으로 대거 이동한 걸로 집계됐다. 지난 2007년 총선에서 57석(11%)을 얻은 제1야당인 공산당은 이번에 92석(19%)을 차지했다. 중도좌파 성향의 ‘정의 러시아당’도 38석에서 64석으로 지분을 늘렸다. 일명 ‘푸틴당’으로 불리는 ‘통합러시아당’이 315석(64%)에서 238석으로 쪼그라진 것과 대조된다.
당장 푸틴 총리의 내년 3월 대선 가도에 먹구름이 꼈다. 총선에서 확인된 민심을 볼 때 푸틴 총리는 예전 같은 절대적 지지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 많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 정치에서 푸틴의 ‘원맨쇼’가 계속돼 국민의 좌절이 쌓여가고 있다”며 “조만간 폭발할 수 있다”고 썼다.
간신히 과반을 차지한 ‘푸틴당’은 야당과 연립ㆍ제휴를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됐다.
셈법이 복잡해진 ‘현대판 차르’ 푸틴 총리는 올브라이트 전 장관의 전망처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촉발한 항의시위 물결에도 직면했다. 이날 모스크바 거리엔 수천명이 쏟아져 나와 ‘통합러시아당’이 총선 과정에서 저지른 선거 부정을 규탄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이날 최대 5000명 규모의 시위대가 “혁명을 이루자” “푸틴 없는 러시아를 원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제1야당인 공산당의 겐나디 주가노프 당수는 전날 실시된 총선이 1991년 소비에트연방 붕괴 이후 “가장 더러운 선거였다”고 규탄했다.
이번 총선에서 약 20%를 득표한 것으로 집계된 공산당 측은 자신들이 공식 발표된 것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고 주장하며 통합러시아당에 대해 법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극우민족주의 성향의 자유민주당도 남부 도시 크라스노다르 등지의 투표소에서 자신들의 선거감시요원들이 쫓겨났다며 여당을 비난했다.
미국도 우려를 표했다. 제이 카니 미 백악관 대변인은 러시아 총선 과정에서의 선거 부정이 “매우 염려되는 문제”라고 했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러시아 유권자는 이번 선거 부정 논란에 대해 충분히 조사된 결과를 보고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푸틴은 “통합러시아당이 최근 몇년간 정치적 안정에 상당한 기여를 해온 만큼 이번 총선의 승리는 러시아 전체에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홍성원 기자/hon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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