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세계 호사가들의 시선을 잡아끈 두 건의 결혼이 있다. 하나가 영국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초호화 결혼식이었다. 또 하나를 꼽자면 뱀파이어 로맨스영화 ‘트와일라잇’의 두 주인공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와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가 4편째 속편 ‘브레이킹 던 파트 1’에서 드디어 영원한 사랑의 예식을 치른 것이다. 여기서 ‘영원’은 수사가 아니라 사실이다. 왜냐하면 뱀파이어들은 영생하기 때문이다. 백년도 안 되는 한평생에도 지지고 볶고 물어뜯다 갈라서는 게 예삿일인데, 수천, 수만년을 같이? 숨부터 막히고 도리질부터 나오는 커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국내에선 하루 평균 855쌍이 결혼을 하고 341쌍이 이혼했다.
‘브레이킹 던’에서 벨라는 신혼 첫날밤의 결과로 새로운 생명을 잉태한다. 인간과 흡혈귀의 혼혈인 태아는 벨라의 생명을 위협하고 뱀파이어와 늑대인간들에게도 불행의 씨앗이 된다. 모두가 태아를 포기하라고 하지만 벨라만 출산을 고집한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선 혼전순결과 낙태반대, 금욕주의의 메시지가 선명하다. 십대의 결혼 및 섹스의 결과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도 내내 강조된다. 초인적 능력과 영생을 누리는 선민(뱀파이어) 청년이 평범한 여성을 사랑하고 이들의 결합을 가문이 승인하며, 신부는 새로운 종족의 일원이 된다. 뱀파이어라는 사실만 빼면 신데렐라 스토리 구조다. 이 영화가 설파하는 결혼과 섹스, 여성에 대한 보수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평과 비판은 미국과 유럽 언론에서도 종종 눈에 띈다. 원작소설가인 스테파니 메이어의 독실한 종교적 성향(몰몬교)에서 그 원인을 찾는 시각도 있다. 스테파니 메이어는 블로그 등에서 자신의 작품은 오로지 교리에 봉사하기 위해서 씌였다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아마도 칸트가 지하에서 만면의 웃음을 지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울지도 모르겠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영화를 알게 되면 화들짝 놀랄지도?
그나저나 칸트가 분석했다는 결혼의 나쁜점보다 많은 그 4가지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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