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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싸움 피한 국회…의회주의 희망 봤다
6인 협의체를 비롯한 여야 90여명의 협상파 의원들이 폭력으로 멍든 18대 국회 막바지에 ‘작지만 큰’ 변화를 이끌어냈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처리되는 2시간여 동안, 여야 의원들은 극한 대치상황 속에서도 주먹질과 멱살잡이 등 과거와는 달리 몸싸움을 극도로 자제했다. 국민들의 눈을 의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선동 민노당 의원의 ‘최루탄 1인극’이 한때 장내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긴 했지만, 2008년 외통위 한ㆍ미 FTA 비준안과 2009년 미디어법, 2010년 예산안 등 타협 불가능한 입장 차가 곧 ‘난투극’으로 이어지곤 했던, 후진적이고 퇴행적인 관성에 처음으로 제동이 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변화의 단초는 작년 말 이후 조용히 확산됐다.

‘폭력 국회’를 반성하며 작년 12월 결의한 한나라당의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과 한ㆍ미 FTA의 합의처리를 위해 지난 15일 구성된 6인 협의체 등 여야 온건ㆍ협상파들은 비폭력 대의에 적극 동참했다.

6인 협의체는 직권상정이 강행된 22일 오전까지도 머리를 맞대고 합의처리 방안을 모색했으며, 협상파 가운데 일부는 기권 또는 표결처리 불참으로 이런 의사를 전달했다. 

민주당 손학규(왼쪽) 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의 한ㆍ미 FTA 비준안 날치기 처리를 비난하는 회의 참석자들의 발언을 들으며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양동출 기자/dcyang@heraldcorp.com

기권표를 던진 임해규 한나라당 의원은 23일 BBS와의 인터뷰에서 “한ㆍ미 FTA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어제와 같은 모습으로 통과되는 건 찬성하지 않아서 기권했다”고 말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에 협상파의 불씨가 살아났어야 하는데 매우 안타깝다”면서도 “이번을 계기로 협상파로 대표되는 중간지대의 목소리가 들렸고, 이 같은 시도가 계속된다면 공감대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협상파의 한계도 분명했다. 타협 없는 대결과 정략적 판단이 횡행하는 정치환경에서 소장파 위주로 구성된 이들이 직권상정에 이은 다수당의 강행처리 시도와 소수당의 반발이라는 막다른 골목까지 막아내기는 역부족이었다.

남경필 외통위 위원장은 “합의처리가 참 힘들다. 송구스럽고 참 안타깝다”면서 “끝까지 노력했고 선진적인 국회의 모습을 보여 드리려고 최선을 다했는데 그렇게 못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는 “협상파의 노력이 빛을 보기에는 힘이 너무 미약했다”면서 “(정치적으로 힘이 있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나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그런 역할을 해줬다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이정희 교수는 “국회라는 게 국민들의 정치적 지형과 유사한 분포를 보여야 함에도, 우리나라 정치는 그동안 극단적 목소리의 정치인들이 힘을 써왔다”면서 “이번 중간파(협상파)의 움직임이 계기가 돼 이 같은 고질병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춘병ㆍ조민선 기자@madamr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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