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자유무역협정)비준동의안을 둘러싸고 여당과 첨예한 대립을 계속하고 있는 민주당이 고민에 빠졌다. 고민을 제공한 측은 이명박 대통령. 이 대통령은 FTA의 조속한 여야 국회처리를 당부하기 위해 15일 국회를 방문키로 했다.

이 대통령은 당초 11일 오후 국회를 방문할 계획이었다. 민주당은 이에 “밀어붙이기의 명분쌓기”라고 면담을 거부했다. 대신 박희태 국회의장이 15일로 연기해줄 것을 요청하자 수용했다. 

한종태 국회 대변인에 따르면 박 의장이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시 여야 지도부가 모두 참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고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이를 설명하자, 김 원내대표가 ‘15일 대통령 방문을 맞이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같은 국회의 요청을 받아들여 청와대도 이 대통령의 국회방문을 15일로 연기했다.

문제는 지금부터. 11일 상황이나 15일 상황이나 별로 달라질게 없다는 것. 이 대통령과의 면담이 15일로 연기된 직후부터 민주당 내에서는 ”뭐가 달라질 수 있다고 15일로 덥석 연기해서 받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당내 의견을 의식한듯 김 원내대표는 “박 의장이 15일을 얘기했으나 이런 (여야 대치)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15일도 마찬가지다. 노력은 해보겠지만 단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용섭 대변인 역시 “그날 가서도 상황이 똑같고 새로운 제안 없이 단순히 밀어붙이고 압력을 주기 위해서 오는 면담이라면 할 필요가 없다”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가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나 협상에 대한 새로운 제안을 가져온다든지 돌파구를 마련될 수 있는 만남이라면 만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APEC에서도 이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재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 야당은 현재 FTA발효특시 투자자ㆍ국가소송제도(ISD)를 폐지여부에 대한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받아오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ISD는 모든 통상협상에서 기본에 해당되는 조항으로 미국과의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여야는 이에 따라 15일까지 물밑협상을 이어가면서 한미FTA의 타결을 위한 막바지 접점찾기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접점을 찾는 것을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민주당의 입장에서 두번씩이나 이 대통령의 면담요청을 퇴짜놓기도 부담스럽다. ”반대를 위한 반대“, ”논리없이 당리당략만을 위해 면담거부“등의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15일 대통령 면담후에도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경우, 여당측에 강행처리의 명분만 제공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 후에도 여야가 극적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여권이 결국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비준안의 강행처리 수순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양대근 기자 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