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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잇단 ‘OOO게이트’ 오명…금 간 아이폰 신화
옐로게이트·안테나게이트 등 애플 신모델 출시때마다 기능오류 몸살…이번엔 배터리 조기 방전으로 구설수도
경쟁사 견제하는 동시에

소비자 기대감 향상 효과

애플 ‘비밀주의’가 禍 자초


정보 유출 차단위해

직원 일부만 테스트 참여

가능성 있는 오류도 놓쳐

출시 이후에 문제점 다발



“출시일에 아이폰4S를 구매했습니다. 모든 설정을 예전에 쓰던 아이폰4와 똑같이 맞췄는데도, 대기 상태에서 3~4분마다 배터리가 1%씩 방전되네요.”(아이폰4S 구매자 JonGoldman, 출처=애플 홈페이지 토론게시판)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4S’를 손에 넣은 해외 구매자들이 술렁이고 있다. 얼리어답터가 된 듯한 희열도 잠시, 원더걸스의 새 뮤직비디오와 드라마 ‘가십걸’ 한 편을 봤더니 배터리가 20% 가까이 줄어들었다. 완벽하게 충전해서 나와도 8시간을 채 버티지 못한다는 호소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이쯤 되면 지난해 아이폰4를 따라다닌 ‘안테나 게이트’의 악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당시 구매자들 사이에서는 단말기 하단을 감싸 쥐면 수신율이 떨어진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불만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게이트’로 명명되기에 이르렀다.

약 1년 뒤 출시된 아이폰4S는 안테나 수신율은 개선됐지만, 화면이 노란빛을 띠는 문제에 이어 최근 배터리 조기방전 논란에 휩싸였다. 애플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배터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사실 애플사는 제품 포장부터 케이스 색상까지 꼼꼼하게 따질 만큼 완벽주의를 추구하기로 유명하다. 이 깐깐한 조직이 제품 성능을 좌우하는 굵직한 이슈들에 역습을 맞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왜 아이폰은 출시 때마다 크고 작은 잡음들로 몸살을 앓는 걸까.


▶아이폰4 뒤통수 친 ‘안테나 게이트’
=아이폰3GS의 성공적인 국내 안착에 힘입어, 아이폰4가 기대감 속에 지난 3월 출시됐다.

아이폰4는 슬림하고 세련된 디자인, 빨라진 구동 속도와 영상통화가 가능한 전방 카메라 등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기존 아이폰3GS 사용자들은 긴 약정 기간을 원망해야 했다.

곧 아이폰4는 예기치 않은 역풍을 맞았다. 단말기 왼쪽 하단 부분을 쥐면 안테나 수신율이 떨어지는 ‘데스그립’ 현상이 발견된 것. 비슷한 불만을 제기하는 소비자들이 줄을 이으면서, 이 문제는 ‘안테나 게이트’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당시 애플은 부랴부랴 범퍼(외부 케이스)를 무상 지급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실시해 불만에 대처했다. 또 업데이트 후에도 수신불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구매 30일 이내 100% 환불을 보장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애플은 수신불량 문제가 불거진 지 3주가 지나서야 해결에 나서면서, 늑장 대처에 대한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다른 휴대전화에도 있는 문제’라는 잡스의 해명은 소비자들의 화를 돋구기만 했다. 결국 당시 애플의 하드웨어 부문 책임자는 회사를 떠났다.



▶신제품 아이폰4S, 나오자마자 ‘옐로 게이트’=아이폰4 출시 1년여 만에 전작의 수신불량 문제를 개선한 아이폰4S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폰4S는 출시되자마자 일부 단말기 화면이 노란빛을 띠는 문제가 발견됐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소비자들이 ‘안테나 게이트’에 빗대 이 현상을 ‘옐로 게이트(Yellow Gate)’로 부르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옐로 게이트가 초기 일부 제품의 문제로 그칠지, 설계 오류로 판명될지 비상한 관심을 나타냈다. 애플은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스크린을 붙일 때 쓰이는 접착제가 완전히 마르지 않아서 생긴 현상으로 파악했다.

대부분 제품에서 2주 정도가 지나면 이런 현상이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의 잡음도 잦아들었다. 앞서 아이폰4ㆍ아이패드2에서도 발견된 문제라는 점에서, 안테나 게이트보다 가벼운 비난에 그친 면도 있었다.


▶이번엔 배터리? 또 ‘게이트’로 비화되나=
사실 아이폰은 외근이 잦은 소비자들에겐 ‘가까이 하기에 먼 당신’이다. 통화 기능 외에도 활용도가 높다보니 일반 휴대전화에 비해 스마트폰의 배터리 소모량이 큰 것은 사실. 그럼에도 배터리 일체형인 아이폰에서 그 스트레스는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옐로 게이트’가 지나간 자리를 배터리 조기방전 논란이 대신했다. 애플 리뷰 사이트 ‘아이라운지’에서 한 구매자는 “사흘 연속으로 실험한 결과, 아이폰4S가 아이폰4보다 전력을 더 소비했다. 애플은 아이폰4S 배터리 성능을 부풀려 소개했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배터리 문제를 새 모바일 운영체제 iOS5의 프로그램 오류(버그)로 인정, 업데이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안테나 게이트 때와 비교하면 민첩한 대응이다. 개선 내용을 반영한 새 버전은 최근 테스트 용으로 공개됐으나 아직 일반에 배포되진 않았다.

기다리다 못한 아이폰4S 사용자들은 단말기의 위치정보 서비스 기능을 해제하는 등 자구책을 찾아나섰다. 정보기술(IT) 매체와 블로거들도 배터리 소모량을 줄이는 방법을 앞다투어 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 IT 전문지 팝헤럴드는 “이 팁들이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아이폰의 활용도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와이파이를 꺼놓고 메일 알림을 못 받고, 단말기 음량을 줄여 벨소리도 듣지 못한다면 미칠 노릇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물론, 아이폰4S의 배터리 문제가 일부 사용자들에 한정된 현상이라는 의견도 있다. 미 소비자잡지 컨슈머리포트는 8일(현지시간) “배터리 표준실험 결과 별 문제 없이 작동했다”며 아이폰4S를 구매 권장 제품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애플의 ‘OOO 게이트’, 대체 왜?=안테나부터 배터리까지, 제품 성능에 대한 평가로 직결되는 이슈들이 아이폰에서 잇따라 발견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목할 만한 분석은 ‘애플의 비밀주의’가 자초한 결과라는 점이다. 애플은 출시 직전까지 제품사양, 발매일 등의 정보에 대해 입을 다문다. 애플 직원들이 제품 정보를 노출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쓴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신제품에 대한 정보를 철저히 단속하는 애플의 철칙은, “중요한 일을 중요하게 한다(The main thing is to make the main thing the main thing)”는 잡스의 생전 어록에서도 엿볼 수 있다.

애플의 비밀주의는 경쟁사들을 견제하는 동시에,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또 제품 사양이 당초 계획보다 다운그레이드 되거나 출시일이 변경됐을 때의 타격도 최소화할 수 있다.

물론 그만큼 위험 부담도 크다는 지적이다. 출시를 앞둔 새 상품은 애플 직원들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 테스트 해볼 수 있다. 그러다보니 앞서 안테나 게이트는 물론, 배터리 조기소진 문제도 아이폰4S가 시중에 출시된 이후에 발견될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고질적으로 ‘문제작’들을 내놓는다기보다, 아이폰에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애플이 새 아이폰이 나올 때마다 주목받는 만큼, 단점이 발견되면 더 크게 부각되는 점이 있다는 것이다.

윤정호 로아그룹(스마트폰 컨설팅업체) 이사는 “어느 제조사 제품에서든 버그(프로그램 오류)는 나올 수 있는 것인데, 애플은 단말기가 아이폰 한 종류밖에 없다보니 유독 이슈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윤 이사는 “이번 배터리 문제의 경우 안테나 게이트처럼 하드웨어 결함이라기보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안테나 게이트처럼 크게 이슈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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