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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성공시대’, 좋은 멘토가 되다
KBS ‘글로벌 성공시대’는 세계 각지에서 성공한 한국인을 조명하고 있다. 한 편을 보고 나면 자기계발서 한 권을 읽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글로벌 리더들의 성공지침서 역할을 해내고 있다. 꿈을 세계로 펼친 사람들의 성공 과정을 보면서 귀감으로 삼을 수도 있다. 국제 감각과 매너도 배울 수 있고, 큰 변화 없이 사는 시청자에게는 좋은 자극제가 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좋은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프로그램이 말하고 있는 성공은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정관념과 한계를 깨고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밀어붙이며, 목표에 도전하고, 인간에 대한 관심 등을 실현해나가는 것을 더 중시한다.

가령, 로봇공학자인 버지니아공대 홍원서 교수가 시각장애인용 차량을 개발한 것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앞을 못 보면 운전을 못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것이다. 그래서 시각장애인들에게도 과학적 혜택을 보게 했다. 기술로 삶의 질을 향상시켜 준 것, 이런 게 성공이다.

기업하는 사람은 이윤 추구가 목적이지만, 이윤을 어떻게 쓰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벨연구소 김종훈 사장은 부를 나누는 게 성공한 리더의 덕목이라고 한다. 승원호 코린도 회장과 인터불고 권영호 회장은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이 프로그램은 한 인물을 통해 ‘성공노트’라고 하는 성공지침서를 제시하고 있다. 이 성공전략들은 따지고 보면 너무나 기본적인 원칙들이다. ‘정직과 성실이 다른 어떤 가치보다 더 앞선다’(어바인 시장 강석희), ‘도전은 청춘의 특권이다’(패션모델 강승현), ‘작은 습관이 큰 차이를 만든다’(소프라노 임선혜), ‘위험이 크면 기회도 많다’(권영호 인터불고 회장), ‘겸손하되 기죽지 않는다. 최선을 다하고 포기하지 말자’(프로골퍼 최경주), ‘자유로움에서 창의가 나온다’(파티기획자 캐빈 리) 등 세계에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전략은 지나치게 평범하다. 몰라서 시도를 못하는 건 아니다.



뭐니 뭐니 해도 이 프로그램의 미덕은 특이하고 특출해 질투심을 유발할 수 있는 인물을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게 조명한다는 점이다. 시청자들도 “그래서 성공했구나” “성공할 수밖에 없겠구나” 하고 그 사람의 노력과 성취를 인정하게 된다.

한 인물의 성공비결을 주제로 하다 보니 홍보성이 가미되는 건 어쩔 수 없다. 홍보성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자기계발서 같은 성공전략을 파헤쳐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주인공의 힘든 과거, 고생했던 과정이 미화되는 경향이 없지는 않다. 모든 과정을 성공이라는 틀에 꿰맞출 필요는 없다. 부정적 요인과 인간적 단점들도 솔직하게 드러냈으면 한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대단한 사람들이고 배울 게 많은 멘토들이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오지에서 힘들게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도 시청자에게 “내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느껴져야 공감이 이뤄진다. 그 점에서 너무 가시적인 성과를 올린 사람들로만 출연을 제한하는 건 지양해야 할 듯하다. 세계 최대, 세계 최초, 세계적 관심 같은 타이틀이 붙어야 나올 수 있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큰 업적과 명예, 부를 일궈낸 거대 인물도 좋지만 국제인들과 소통에 성공한다거나 참신한 생각과 가치를 실현시킨 미시적 인물도 발굴했으면 한다.

한 사람의 성공에는 노력 외에 우연적 요소도 개입이 된 것이다. 신화처럼 이야기하고 성공을 과장하면 보는 사람도 낯간지러워진다. 그러면 도달하기 힘든 도전이 돼버려 오히려 괴리감을 줄 수 있다. 손에 잡히는 얘기를 해야 하며, 일반 사람들이 봐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눈높이를 조금 더 낮춘다면 정말 괜찮은 프로그램으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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