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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영화의 새로운 ‘신 스틸러’ 오정세, “촬영장에서 아직도 쫓겨나요”
몇 년간 한국에서 영화 한다는 회사, 연예인 키운다는 기획사에 무수히도 ‘프로필’을 냈다. 한때 “1차 오디션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2차 응시 비용은 ○만원입니다”라는 문구에 귀가 솔깃해 “알고도 속는다는 심정”에 은행으로 달려갔던 기억도 적지 않다.

믿을 것은 배우로 성공할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뿐이었다. 그리고 몇 년이 흘렸고, 오정세(34)의 근거 없는(?) 자신감은 한국 영화계의 신뢰로 보답 받았다. 오정세는 지금 충무로가 가장 믿는 배우, ‘명품 조연’ 중 한 명이 됐다. 배역에 이름이 주어지지 않는 ‘경찰 1’ ‘깡패 2’ 등 단역부터 조연까지 40여편의 출연작을 거쳐 신작 ‘커플즈’에선 김주혁, 이시영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연으로 극을 이끌게 됐다. 어딜 봐도 조각 같은 외모하곤 거리가 먼 평범한 남자의 얼굴. 연극 무대와 영화, 최근엔 TV 드라마( ‘더 뮤지컬’)까지 두루 거친 경력 14년여의 배우지만 거리를 나가면 알아보는 이들이 적고, 촬영장에서도 기웃거리는 행인 대우를 받을 때가 많다. 

영화배우 오정세.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1.10.21
영화배우 오정세.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1.10.21


“아직도 촬영장에서 쫓겨날 때가 있어요. 촬영 중이니 돌아가시라고. 그러면 저는 ‘대사 하나만 하고 가겠습니다’라고 하죠.”

‘커플즈’는 수수께끼 같은 한 여자(이시영 분)를 중심으로 해프닝에 휘말리는 남자들의 ‘기막힌 연애 사건’을 그린 미스터리 형식의 코미디영화다. 결혼을 약속했던 여자가 갑작스레 사라지면서 당혹스러운 상황에 처한 남자(김주혁 분), 친구를 위해 사라진 여자의 뒷조사를 하다가 꽃뱀-조폭 보스의 연애 사건에 휘말린 또 다른 남자(오정세 분), 순정을 다 바친 여인에게 배신당한 깡패 두목(공형진 분)이 얽히고설킨 영화의 중심에 오정세가 있다. 

영화배우 오정세.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1.10.21
영화배우 오정세.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1.10.21


주인공들의 조력자나 관찰자에서 사건의 당사자까지 오가며 희극적인 사설과 추임새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한다. ‘쩨쩨한 로맨스’나 ‘부당거래’, 사건의 비밀을 움켜쥔 ‘시크릿’ 등에서도 오정세는 카멜레온같이 변화무쌍한 캐릭터로 ‘신 스틸러(비중과는 관계없이 몇 장면만으로도 관객의 시선을 빼앗는 인상 깊은 조연)’로서의 몫을 빼어나게 해냈다.

“강렬한 이미지를 가진 외모가 아니어서 연기 경력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도저도 아닌 느낌이 아닌가, 그래서 오디션에 숱하게 낙방한 게 아닌가’ 생각했죠. 이제는 오히려 저에게 큰 무기가 될 거라 믿습니다.”

고 3 때 지원 가능한 대학 학과를 죽 펼쳐놓고 “가장 재미있게 일하며 살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하고자 하나하나 지워가던 중 남은 것이 연극영화과였다. 재수 끝에 연극영화과 진학은 실패했지만 대학졸업 후 6개월간 ‘무료’ 과정으로 명계남 씨가 개설했던 연기학교 ‘액터스21’에 다녔다. 전후 4년여간 무수하게 오디션을 보고 쓴잔만 마시던 ‘낙방인생’은 배역 뒤에 이름 대신 꼭 숫자가 붙던 ‘단역인생’을 거쳐 최근 2~3년간은 스케줄 관리에 애를 먹을 정도의 감초 조연이 됐다. 


영화배우 오정세.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1.10.21
영화배우 오정세.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1.10.21

‘이발사 박봉구’를 시작으로 ‘라이어’ 등 연극 출연도 했고, 주ㆍ조연의 독립영화도 제법 여러 편이다. 최근 만난 오정세는 ‘커플즈’를 비롯해 출연(촬영) 예정인 작품으로 ‘코리아’ ‘퍼펙트 게임’ ‘시체가 돌아왔다’ 등을 줄줄이 읊었다. 오정세는 “지금처럼 연기를 계속할 수 있다면 좋겠다”며 “누구 때문에 슬프다, 재밌다는 이야기를 듣도록 한몫하는 연기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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