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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바리맨, 성폭행범으로 진화한다?
개그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긴 코트 차림의 남자, ‘바바리맨’.

워낙 오랫동안 일반에 알려져 있고 희화화된 존재라 누구도 이들의 위험성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바바리맨들에 대한 연구는 물론이거니와 그들의 직업은 무엇인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통계조차 없다. 명백한 성범죄인 것은 틀림없지만 ‘보여주기만’ 하는 것인데 뭐 어때라는 인식과 함께 잡으려고 하면 도망쳐버리는 나약하고 소심한 남자라는 편견 때문에 아주 가볍게 다뤄지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오는 29일 밤 11시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바바리맨’에 대해서 분석하고 이들이 더 큰 성범죄를 저지르는 괴물로 진화하기 전에 이를 막을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해본다.

▶바바리맨, 공연음란죄만 적용돼 벌금만 내고 풀려나

=평범한 회사의 과장으로 일하는 조00 씨. 결혼해서 어린 딸까지 있는 가장인 그는 벌써 몇 년 째 바바리맨으로 이중생활을 해왔다. 많게는 하루에 열 번 이상 이런 행동을 했다는 그는 취재진을 만나는 순간 울음부터 터뜨렸다. 자신도 이 일이 범죄인 줄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는 것. 자신이 한 행동을 반성하는 듯 보였으나 조 씨는 피해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죄책감이 없는 듯 보였다. 상대방이 자신의 행동을 보면서 좋아한다거나 적어도 기분나빠하지는 않는다고 착각하고 있는 상태.

하지만 우리가 만난 피해자들 중 일부는 이 일로 인해 심한 우울증까지 경험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바리맨이 번듯한 직업도 없고 성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취재진이 만난 바바리맨들은 모두 정상적인 사회생활, 가정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철저한 이중생활로 가족조차 모르게 범죄를 저질러온 그들. 그러나 바바리맨들은 경찰에 검거된다 하더라고 <공연음란죄>만 적용돼 벌금만 내고 풀려나는 실정이다. 과연 이들은 이렇게 그냥 풀어주는 것은 안전한 일일까?

▶바바리맨의 위험한 진화

=지난 9월 서울의 성북동에서 원룸에 침입해 여대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30대 가장이 구속됐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가 2008년부터 이 일대에서 혼자 지나가는 여성들에게 은밀한 부위를 노출하는 소위 바바리맨 행위를 해왔다는 것. 자신이 그런 짓을 해도 여성들이 신고조차 하지 않자 그의 범죄 행각은 더욱 대담해졌다.

남의 집 창문을 통해 여성들을 훔쳐보고 촬영하는 등의 행동을 하다가 직접적으로 성추행까지 하는 범죄로 진화한 것. 그리고 그 위험한 진화는 기어이 성폭행이라는 범죄를 저지르는 데 이르렀다.

그 역시 우리가 만난 다른 바바리맨들처럼 평범한 집안의 가장이었고, 집안에서도 성적인 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취재진은 국립법무병원 성폭력 치료재활센터의 도움을 받아 세 명의 성폭력 범죄자를 만날 수 있었다. 이들 모두 노출증과 관음증 등 바바리맨에서 성폭력 범죄자로 된 경우였던 것.

바바리맨이란 이름에 담긴 가벼움, 학교 전설처럼 떠오는 무용담, 상대 여성을 건드리지 않았으니 피해가 없는 것 아니냐는 편견. 그리고 노출증을 치료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가벼운 벌금형만으로 다시 사회로 내보내는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바바리맨은 잔인한 성폭행범으로 진화하고 있다.

장연주 기자/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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