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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영화, ‘장애’와 벗하다, ‘장애’를 고민하다
한국영화의 최근 화제작에서 장애인이 주인공이나 주요 등장인물로 등장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장애에 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는 얘기다. 영화에서 신체 장애는 극적인 장치로 등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 사회가 가진 장애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을 직ㆍ간접적으로 드러내고 특히나 열악한 장애인의 인권 상황을 드러내는 작품이 많다.

특수학교에서 벌어진 청각장애 청소년들에 대한 성적 학대 및 폭력사건을 다룬 ‘도가니’는 그 정점이었다. 이 작품은 광주 인화원 사건에 대한 공분을 자아내며 재수사 요구를 촉발시켰을 뿐 아니라 어둠 속에 묻혀있던 장애인에 대한 또 다른 성폭력사건과 사례에도 귀를 기울이도록 했다. 이 작품은 장애인이 범죄의 사각지대에 노출될 가능성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또 청각장애인이 피해자인 사건의 공판에서도 수화통역이 이루어지지 않는 등 우리 사회가 장애인 인권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독립영화인 함경록 감독의 ‘숨’ 역시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한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일어난 성폭력사건과 보조금 횡령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다. 이 작품은 실제 사건이 모티브가 됐지만 누구하고도 다르지 않은 장애인들의 사랑과 욕망, 소망을 다뤄 호평을 받았다.

공교롭게 시각장애인을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도 연이어 나왔다. ‘블라인드’와 개봉을 앞둔 ‘오직 그대만’이다. ‘블라인드’에선 김하늘이, ‘오직 그대만’에선 한효주가 시력을 잃은 여성으로 출연했다. 모두 극중에서 교통사고로 인해 후천적 장애를 갖게 된다. ‘블라인드’의 영화사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최초의 영화상영회를 갖기도 했다. 사고로 실명의 위기에 있는 주인공은 ‘챔프’에서도 등장했다. 차태현이 시력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마지막 레이스에 나서는 경마 기수역을 맡았다.

정재영과 전도연 주연의 ‘카운트다운’에선 극중 남자주인공의 죽은 아들이 다운증후군을 앓았던 장애소년이라는 설정이었다. 개봉을 앞둔 ‘완득이’에선 주인공인 고교생 완득이(유아인)의 아버지가 속칭 ‘꼽추’라고 불리는 척추장애인이다. 완득이는 장애를 가진 아버지와 필리핀에서 이주한 어머니 사이에서도 꿋꿋하고 씩씩하게 성장한다. 



올초에는 야구 소재 영화인 강우석 감독의 ‘글러브’가 청각장애고교의 야구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역시 실화를 바탕에 둔 작품으로 사회적 편견과 장애를 딛고 전국 대회에 도전하는 소년들의 이야기가 눈물을 자아냈다.

이와 함께 아직은 미흡하지만 영화계에서도 장애인들을 위한 관람환경 조성에 조금씩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오는 14일 폐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선 처음으로 실버ㆍ장애인을 위한 특별상영관이 운영됐고, ‘블라인드’에 이어 KBS미디어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영화무료상영회를 갖기도 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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