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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웃음보다 값진 감동예능
KBS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은 시청률 경쟁이 가장 치열한 일요일 저녁시간대에 평균 연령 62세들이 주역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게다가 나이 든 사람만으로 따로 팀을 꾸리는 게 아니다. ‘남자의 자격’ 멤버인 연예인들, 합창단 지도자와 함께 어우러져 하모니를 낸다는 점도 이 프로그램의 미덕이다.

가족 뒷바라지를 하느라 자신이 원했던 음악을 할 수 없었던 할머니, 자식을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내고 음악으로 상처를 달래는 노부부, 간과 신장을 이식받고 불편한 몸으로도 노래가 좋아 참가한 중년 아저씨 등 많은 사연을 지닌 단원들이 조금씩 합창단의 모습을 갖춰나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동으로 다가온다. 장노년층에게는 활력과 보람, 희망을 주면서 감동까지 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엄숙과 권위를 내려놓고 편하게 이야기할 때는 인생에 관한 생각마저 든다.

합창대회 본선에 오르고 은상까지 수상한 이들은 수상 여부에 관계없이 시청자들에게 좋은 느낌을 선사한 것이다. 청춘합창단이 서울소년원 앞에서 노래를 부르자 청소년들이 눈물을 주루룩 흘렸던 이유는 청춘합창단에서 자신의 부모와 할머니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청춘합창단원과 함께하는 ‘남자의 자격’ 멤버들도 튀지 않고 잘 어울린다. 합창단원을 이끄는 지휘자 김태원은 그동안 예능에서 이미지가 집중적으로 소비됐음에도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식상함을 줄여나가고 있다. ‘국민 할매’로 출발해 ‘마음이 따뜻한 멘토’로 예능 캐릭터를 자연스레 변화시켜나간 김태원은 이번에는 ‘생초보 지휘자’라는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고 있다. 이미지 수명을 늘리는 이런 변화는 매우 영민한 전략이다. 합창단원들을 이끌어 가는 자리이긴 하지만 자신도 처음이어서 쩔쩔매는 모습은 여전히 흥미롭다.

김태원은 로커다. 예능에서 희화된 캐릭터로는 수명을 늘려나가기 힘든 뮤지션이다. 예능에서 멘토와 지휘자로 캐릭터를 바꿔나가는 그는 여전히 록이라는 음악과 예능을 병행할 수 있는 음악인이다.

김태원은 스승 복도 많다. ‘위대한 탄생’에서는 제자 복이 있더니 청춘합창단에서는 스승을 제대로 만났다. 초보 지휘자 김태원을 가르치는 진짜(?) 지휘자 윤학원은 공(功)은 제자에게 돌리고 초보에게 용기를 주고 배려하는 스승이다. 



합창단이 본선에 진출하자 제자 김태원에게 “큰 축하 드립니다”고 했던 장면도 좋은 분위기를 선사했다. 50년 지휘 경력에서 묻어나는 온화한 카리스마 윤학원으로 인해 청춘합창단은 좋은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윤학원이 평창합숙 원포인트 레슨에서 소프라노 파트에 대해 “(음이) 높으면 겸손해져야겠죠”라고 말하고 화음에 대해 지도할 때의 모습은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다.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의 흠을 한 가지 꼽으라면 제작진의 자막이다. 제작진은 ‘자막’을 통해 가장 많은 말을 하고 있다. 보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감동하면 되는데 제작진은 자막을 통해 감동을 유도하는 데 신경 쓴다. ‘역시 연륜과 관록의 하모니’ ‘인생이란 이런 거야’ ‘감동이 물 밀듯’ 이런 식으로 감동이 앞서나간다. 감동을 하려는데 미리 ‘감동’이라는 자막을 띄울 필요가 있을까? 감정은 자연스러울수록 좋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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