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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SA·마당을 나온 암탉…여성·비주류를 보듬는 따뜻한 시선
한국영화 수놓은 명필름 16년史
명필름은 16년간 30편을 만들었다. 1년에 평균 2편 남짓이다. 장르도 다양하고 스타일도 제각각이다. 한 감독의 작품은 아니지만 뚜렷한 특징과 색깔을 보여준다. 키워드는 ‘여성, 사회, 비주류’다.

▶‘코르셋’에서 ‘잎싹’까지

여성 제작자인 심재명 대표의 명필름은 우연인지 필연인지 독창적인 여성 캐릭터의 영화를 만들어왔다. 창립작인 ‘코르셋’은 뚱뚱한 여성속옷 디자이너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었다. 최근작이자 30번째 영화인 ‘마당을 나온 암탉’의 주인공인 암탉 잎싹에 대해 심 대표는 “아마 우리 회사의 영화 중 가장 진취적이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일 것”이라고 농담을 섞어 말했다. ‘해피엔드’는 정부와 불륜을 저지르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유부녀가 주인공이었다. 도발적이기로는 ‘바람난 가족’에서 남편에게 삼진아웃을 선언하는 여주인공이나, 뭇 남성의 애정공세를 받으며 ‘방종’한 행각을 벌이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의 여교수도 빼놓을 수 없다. 명필름이 만들어낸 여성 영화의 정점에는 물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있다. 흥미로운 것은 명필름이 창조한 여성 캐릭터의 중심에는 배우 문소리가 있다는 것.

▶정치와 사회

‘달은 해가 꾸는 꿈’과 ‘3인조’ 등 첫 두 작품에서 참담한 실패를 맛본 박찬욱 감독은 가방에 여러 편의 시나리오를 담아 다니며 영화사를 전전했다. 그 보따리 속엔 훗날 ‘박쥐’로 태어날 원고도 있었다. 그러던 박 감독의 가능성을 꿰뚫어본 이가 바로 심 대표다. ‘3인조’를 인상 깊게 본 심 대표는 판권을 소유하고 있던 소설 ‘DMZ’의 영화 연출을 박 감독에게 맡겼다. ‘공동경비구역 JSA’였다.

박정희 대통령 암살사건을 다룬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사람들’은 심 대표에게 프로듀서로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안겨준 문제작이었다. 고 박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 씨가 소송을 걸었고, 영화는 유례 없이 일부 장면을 들어내야 했다. 계약까지 체결했던 대형 영화사는 개봉을 며칠 남겨두지 않고 돌연 배급을 포기했다. 그 모든 상황들이 생각지도 않았던 “폭탄”이었다고 심 대표는 떠올렸다. 심 대표는 “누구도 편들지 않았던 냉정하고 쿨한 작품이었다”고 평했다.

▶달콤 쌉싸름한 로맨스

‘수줍은 사랑’은 명필름의 로맨스 영화를 관통하는 정서다. ‘광식이 동생 광태’는 대학시절부터 한 여자만을 짝사랑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였다. 많은 3040세대의 남성들로부터 “내 이야기 같다”는 호응을 이끌었다. 참신한 발상으로 흥행에 성공한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수줍어 고백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이벤트를 통해 사랑을 이루게 해준다는 내용이었다. 주제곡을 대대적으로 히트시키며 명필름을 알린 ‘접속’ 역시 PC통신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소재로 했지만, 주인공들은 사랑 앞에서 주저하고 머뭇거렸다.

▶장르영화의 도전

‘안녕, 형아’와 ‘아이스케키’는 복고적인 정서 속에서 가족영화의 가능성을 탐색한 작품이었다. ‘극락도살인사건’과 ‘사생결단’은 명필름 작품으로는 보기 드물게 강렬한 공포와 액션스릴러 장르였다. ‘조용한 가족’과 함께 명필름의 장르적 다양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본격 뮤지컬영화 ‘구미호가족’도 있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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