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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뢰인’ 박희순, 오기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당당하다 (인터뷰①)
박희순은 작품 속에서 빛을 발하는 배우, 진정성을 갖고 관객들을 만나는 배우다. 영화 ‘작전’의 전직 조폭 종구, ‘10억’의 프로듀서 민철, ‘혈투’의 조선 최고의 장수 헌명이 이번엔 냉철한 카리스마를 지닌 수석 검사로 관객들을 만난다.

제법 쌀쌀해진 초가을의 어느날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의뢰인’의 박희순은 깊은 눈빛 만큼이나 깊은 작품세계를, 늘 도전하는 자세를 지닌 ‘배우’였다.

“1년 만에 다시 나를 찾아온 안민호 검사, 오기발동”

손영성 감독의 ‘의뢰인’은 용의자, 변호사 그리고 검사의 치열한 법정 공방을 그린다. 국내 최초 법정스릴러를 지향하는 이 영화는 세 인물이 펼치는 고도의 심리싸움과 법정의 생생한 현장감만으로 관객들의 긴장감을 이끌어낸다. 

박희순은 누구보다 냉철한 엘리트 검사 안민호 역을 맡았다. 그는 유머러스함과 진지함을 동시에 발산하는 강성희 역의 하정우와 공허한 눈빛으로 주위를 혼돈에 빠뜨리는 한철민 역의 장혁과 팽팽한 기싸움을 해야 했다.

“처음에 ‘의뢰인’을 받았을 때 고사했어요. 마침 기다리고 있는 작품이 있었고, 더구나 이 영화는 변호사 중심에서 그의 시선으로 끌고 가는 스토리였습니다. 검사라면, 그와 정면 승부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불리한 조건에서 시작한다는 것이 불만 아닌 불만으로 작용했지요”

그의 말처럼 안민호 검사는 빛나는 변호사 하정우와 묘한 의뢰인 장혁에 밀려 자칫 생기를 잃을 수도 있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박희순은 그런 안 검사에게 내재된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열등감이라는 복합적인 감정을 불어넣었다.
“1년 만에 다시 ‘의뢰인’이 나에게 왔습니다. 그 뜻은 누가 보더라도 시나리오 상에는 변호사가 멋져 보였고, 의뢰인 역시 매력적인 배역이었습니다. 검사는 ‘잘해봐야 본전’이라는 느낌이 강했어요. 그런데 아무도 하지 않았다는 것, 거기서 괜한 오기가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설정에 변화를 주고 인물에 감정을 이입했습니다. 이중적이고 복합적인 인물을 그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

“정형화된 인물이 가진 트라우마가 강성희 변호사와의 대결구도로 자연스럽게 옮아가고, 자신이 갖고 있는 정의, 소신이 있지만 ‘반칙’도 허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의 갈등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을 표현해내고 싶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굉장히 매력적인 인물로 다가왔었죠”

“하정우와 장혁에 대한 신뢰, 묻어가자” 


충무로의 카리스마 하정우와 장혁, 이름만으로도 관객들의 눈길을 끈다. 박희순 역시 이번에 호흡을 맞춘 두 배우에 대한 절대적 신뢰와 호감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하정우와 ‘의뢰인’ 이전에 개인적인 친분은 없었습니다. 그저 스쳐 지나가면서 인사를 하고 많은 이들이 모인 술자리에서 본 것이 전부였지요. 하지만 스태프들이 전해주는 소문이 굉장히 좋은 친구였고, 작품적인 면에서도 결코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는 하정우와 장혁의 힘을 믿었다. 촬영 당시 두 배우를 보면서 정말 열심히 한다는 생각을 했고, 한편으로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작품이 끝나고 하정우와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많았던 그는 배우가 가지는 외로움과 고통을 공유하기도 했다.

“하정우는 어딘가 묘한 매력이 있고 어느 곳에나 흡수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 좋은 친구들을 얻어서 더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지루함 없는 스피디한 법정영화, 자기희생”

박희순이 그려내고 싶었던 안민호 검사의 이중적인 부분, 그 양면성이 영화 속에서는 모두 드러나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관객들을 만나는 ‘의뢰인’은 15분이라는 시간이 사라졌다. 그 속에는 그가 담고 싶었던 안 검사의 ‘다양함’이 있었다. 


“법정 장면에서 안민호 검사를 부각시킬 수 있는 부분이 많이 편집됐습니다. 완성된 영화를 보고 놀라고 씁쓸한 마음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죠. 단순히 나의 분량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극중 안 검사의 이중적인 부분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장면이라 서운함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영화 전체적인 측면에서는 다소 지루할 수 있는 법정영화가 속도를 갖추게 됐습니다. 스피디한 전개로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긴장감을 고조시켰죠. 개인적으로는 아쉽지만 감수하고 있습니다”

배우 박희순은 극중 인물의 섬세한 감정 변화를 관객들에게 전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그는 또 배우이기에 작품을 전체적으로 보는 눈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1년 만에 다시 돌아온 안민호 검사를 박희순만의 ‘안민호’로 재탄생시켰다.

“최초로 시도된 한국형 법정 드라마가 첫 선을 보입니다. ‘최초’라는 이름도 부끄럽지 않은 영화라고 생각하고, 이러한 시도들이 계속 되어야만 한국 영화의 다양성이 넓어질 것입니다. 지루하지 않은, 흥미로운 영화 ‘의뢰인’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최근 국내 영화계에 ‘새로운 주연급’이라는 별칭을 얻고 있느 박희순. 그의 새로운 도전이 어떤 식으로 끝맺을지 영화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슈팀 김하진기자 / hajin@issu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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