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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의 대중문화비평> 때론 엉뚱하게…때론 진지하게…‘힐링캠프’ 한혜진은 예능 청량제
토크쇼가 독했던 때도 있었다. 강한 이야기, 독설이 더 잘 먹혔던 시절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톱스타가 아니더라도 소소하면서 진솔한 이야기는 충분히 공감을 얻는다. 아예 제목에 치유(힐링)를 내세우며 편하게 볼 수 있는 SBS 토크쇼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가 관심을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너무 잔잔한 분위기로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말도 있지만, 8번째 손님으로 나온 옥주현 편까지 방송되며 서서히 시청자의 감성을 건드리고 있다.

‘힐링캠프’는 게스트에게 특정 병을 치료한다기보다는 탁 트인 공간에서 쉬면서 편안하게 내려놓고 마음을 충전하고 가라는 의미 정도를 담고 있다. 토크쇼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중요하다. 그래야 기대하지 않았던 효과가 나온다. 억지로 짜낸 이야기, 자극적인 이야기를 지양하기 때문에 때로는 심심할 때도 있다. 하지만 두 번째 게스트였던 지성은 “밤에 야외에서 텐트를 치고 모닥불을 피워놓고 분위기가 편안해서인지 생각하지도 못한 이야기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힐링캠프’는 게스트에 대한 듣기 좋은 소리만 들려주지 않는다. ‘이래서 싫어요’ 코너를 통해 싫어하는 대중이나 주변 연예인의 소리도 듣고 인정 또는 항변을 함으로써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다양한 에피소드가 나오게 된다


이경규-한혜진-김제동 등 MC진은 유쾌한 천적관계를 형성하는 등 벌써부터 콤비네이션이 자리를 잡았다. 특히 지상파 예능에 첫 도전한 한혜진은 기대 이상으로 잘해내고 있다. 극도의 이기주의MC 이경규와 예능에서 다큐적 느낌을 강하게 주는 김제동 사이에서 공동MC를 맡는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병풍MC나 묵언수행MC가 되기 좋은 구도다. 병풍MC가 되지 않기 위해 나대다가는 무리수를 연발하는 민폐MC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한혜진은 병풍도 아니고, 민폐MC도 아니다.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말을 어느 정도 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드라마에서 형성된 단아하고 정숙한 이미지 외에 상쾌하고 발랄한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가끔씩 터뜨려주는 예능감의 효과는 기존의 착한 모범생 이미지로 인해 더욱 돋보인다.

‘힐링캠프’의 최영인 PD는 한혜진을 두고 “힐링의 보배”라고 말한다.

한혜진은 억지로 웃기려고 하지 않는다. 편안하게 말하면서도 그속에서 자연스럽게 예능감이 묻어나게 하는 스타일이다.

게스트로 나온 옥주현이 “두 남자 MC와 안 어울리는 것 같은데 어떻게 MC를 하게 됐느냐”고 묻자 “노느니 뭐해”라고 답했고, 이경규와 김제동이 옥주현의 사연을 듣고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을 두고 티격태격하자 “나도 명언 몇 개 외워 와야지”라고 말했다.

두 선배 MC에게 예의는 지키면서도 할 말은 한다. 절친 엄지원과 고창석이 나왔을 때는 몸개그도 선보였다.

한혜진은 항상 웃는 얼굴을 하고 있고, 할 말은 하면서도 여린 듯하고, 차분하면서도 몸개그까지 선보인다. 그래서 형성되는 분위기는 유쾌함이다. 한혜진이 나타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한혜진은 게스트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애환과 고충을 공감하는 소통법도 알고 있는 듯하다. 힘든 시절을 경험했던 고창석이 “배우는 비참한 순간도 한 발 떨어져 나에게 무기가 생긴 것 같을 때가 있다”고 하자 “나도 슬픈 일이 있어 울 때 나중에 연기할 때는 이렇게 울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병기 기자/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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