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공불락의 시장 유럽을 뚫기 위해 개발한 새로운 세그먼트의 모델인 만큼 현대차가 i40에 들인 공은 대단하다. 2007년부터 본격 연구ㆍ개발에 착수한 이래 완성까지 무려 4년6개월이 걸렸고, 쏟아부은 돈만 2300여억원을 헤아린다. 양승석 현대차 사장은 ‘꿈의 차’라는 말로 i40를 정의했다.
정성이 깃든 덕일까. 시승을 위해 만난 i40의 디자인은 유려했다. 쿠페를 연상시키듯 앞면에서 후드와 루프를 넘어 탄력적인 뒷면으로 이어지는 전체 곡선은 부드러운 곡선미를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옆면에서 뒷면까지 이어지는 캐릭터 라인은 날렵함을 더했다. 특히 쏘나타와 그랜저 디자인의 특징인 후드의 라인을 없앤 까닭에 깔끔한 느낌을 준 부분은 기품 있는 유럽풍 차량의 특색을 물씬 풍겼다.
실내는 시원하고 고급스러웠다. 푸른색 조명을 적용한 클러스터 수퍼비전은 외관 디자인의 날렵함과 잘 어울렸고 다양한 기능의 버튼을 내비게이션 하단에 한데 모은 덕에 깔끔하다는 인상이 강했다. 변속기 레버, 인사이드 도어핸들, 센터콘솔 노브 등 주요 부분에 크롬 내장재가 사용돼 고급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램프류 조작 스위치를 크래쉬 패드의 운전석 좌측 하단에 통합 배열했고, 상대적으로 크기를 줄인 스티어링 휠 등은 i40가 유럽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켰다.
또 다른 장점은 넓은 적재 공간과 활용성이었다. 2열 시트를 모두 접으면 일반 중형 세단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은 적재공간이 나타났다. 또 트렁크 문을 자동으로 열고 닫을 수 있게 한 부분도 눈길이 갔다.
i40는 가솔린 2.0 GDi 모델과 디젤 1.7 VGT 모델로 구성돼 있다. 이 중 기자가 시승한 차량은 2ℓ급 GDi 엔진이 탑재된 가솔린 모델이었다. 시승코스는 부산 해운대를 출발해 경남 밀양을 돌아오는 184㎞ 구간으로, 시내주행과 고속도로 주행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최적의 코스였다.
3스포크 타입의 스티어링 휠을 잡으니 우선 느낌이 좋았다.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아 스포츠카나 쿠페 스티어링 휠을 연상시켰다.
출발을 위해 엑셀러레이터에 발을 올리니 속도가 깔끔하게 올라갔다. 일반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수준인 시속 120㎞까지 아무런 저항이 느껴지지 않았다. 고속도로 교통흐름이 나빠 더 이상 속력을 낼 수는 없었지만 끝까지 버틴다면 시속 180~200㎞까지도 무난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고출력 178마력의 힘 덕이었다.
다만 최대토크가 21.6㎏·m으로 낮지는 않았지만 4700rpm에서 발현돼 느리게 달리다 갑자기 속도를 끌어올리고자 할 때 초기 순간가속력이 조금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숙성은 압권이었다. 지금껏 시승한 중형급 차량 가운데 최고였다. 한국 고객들이 정숙성과 승차감에 민감해 엔진룸 등에 흡음재를 대거 추가했다는 회사 측 설명이 이해가 갔다. 때문에 가속 중임에도 작은 목소리로 동승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성능, 승차감, 정숙성 등이 잘 어우러져 시승을 마친 후 만족감은 상당했다.
시승 후 기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느낌을 이야기하는 중에 차량의 본질가치는 뛰어나지만 국내 판매는 기대보자 적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중형급을 웃도는 2700만원대 후반에서 3000만원대 초반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해외 유명 모델은 물론 국내 중형급 차량에 비해 뛰어난 성능과 연비에다 주차조향보조시스템, 후방주차 가이드 시스템, 전ㆍ후방 주차 보조시스템, 전자식 파킹브레이크 등 각종 첨단 편의장치가 더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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