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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인정사정 볼 것 없다 (14)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까마귀가 날아가려는 순간 나뭇가지에서 배 덜어진다고 했던가? 배가 잘 익어 제풀에 떨어져도 까마귀가 욕먹을 판이니 참으로 공교로운 일이었다. 천상의 낙원이라는 하와이, 선녀들이 노닌다는 이 해변에서 경찰관들이 범법자 두 명을 끌고 가는 모습이 하필이면 강준호와 신희영의 눈에 뜨일 건 뭐란 말인가.

“어머나, 이런 낙원에도 강도나 도둑이 있나 봐요. 저기 좀 보세요. 경찰관들이 도둑놈들 끌고 가는 거 맞지요?”

“멀어서 제대로 보이지는 않지만… 여자가 옷을 홀랑 벗은 것 같아요. 그러니 끌려가는 놈은 아무래도 성폭행 범 인가봐.”

“성폭행 범 맞네. 홀랑 벗은 여자가 지갑인들 가지고 있었겠어요?”

“자고로 여자들이 문제가 많아요. 아무데서나 옷을 훌훌 벗고 다니니 남자들 정신이 혼미해지지. 더구나 이거 봐요. 해변이 텅텅 비었잖아? 이렇게 아무도 없는 해변에 어째서 옷을 벗고 싸돌아다니느냔 말예요. 그건 날 잡아 잡수쇼! 하고 바디랭귀지로 외치는 것이나 전혀 다를 바 없단 말입니다.”

강준호는 기고만장한 투로 말했다. 능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하리오즈 클럽에서부터 싸구려 모텔에 이르기 까지, 탱고를 추고, 라벨의 볼레로를 들으며 과격한 스포츠 섹스를 하는 동안 오로지 수동적인 자세를 취해오지 않았던가. 물론 손자병법의 혼전계와 적전계를 구사하기 위한 전략이었지만 어쨌든 겉으로 드러나기엔 ‘너 때문이야!’ 라고 발뺌하기 딱 좋은 상황을 연출했던 것이다.

“그럼 성폭행을 당하는 원인이 모두 여자들 때문이라고요? 내 참 기가 막혀서.”

“그럼 아닌가?”

“잘 됐네, 이걸 봐요. 여기 범행 현장의 흔적이 있으니 이걸 보고 판단 해 봅시다. 내 생각엔 모든 게 남자 때문이라고요. 이 캄캄한 야밤에 남자가 덤벼들면 여자는 무서워서 꼼짝도 못 하게 되어 있어요. 소리를 치려고 해도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엔 조용히 당하고 목숨이나 보존하자는 쪽으로 포기하게 된다니까요?”

마침 그들이 지나던 모래밭엔 범행현장으로 보이는 자국이 확연히 드러나 있었다. 범행현장? 알고 보면 우습기 짝이 없을 테지만 어쨌거나 지금 그들이 내려다보는 모래밭엔 야릇한 자국이 찍혀 있었던 것이다.

“자, 이걸 봐요. 이 자국이 여자가 누워있던 흔적일 거예요. 펑퍼짐한 엉덩이 자국과 등판 자국, 여기가 머리를 댄 자국이네요. 그리고 이건… 여자를 덮치던 남자의 무릎 자국이 확실해요. 추측컨대… 여자가 반항 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으로 보아 아마 손발이 꽁꽁 묶여있었을 지도 몰라요.”

신희영이 가리킨 곳은 바로 그녀의 딸, 유한솜이 인공호흡을 받으며 얌전히 누워있던 그 곳이었다. 좀 전의 상황으로 보아 모래바닥에 반항 한 흔적이 남아있을 리 없었다.

“그런 것 같기도 하군. 남자 놈이 딛고 있던 무르팍 자국은 마구 헤집어져 있네. 그 놈… 심하게 분탕질을 친 모양이야.”

“힘이 좋았던가 보죠?”

내 참, 기가 막혀서… 결국 신희영과 강준호의 대화는 이런 쪽으로 흘러가고야 말았다. 초저녁부터 야밤에 이르도록 분탕질을 해 대고 왔으면서도 막상 모래밭에 찍힌 엉덩이 자국을 보니 기분이 묘해졌던 것이다.

“신 여사, 여기 앉아보세요. 그렇지 않아도 골프 칠 때에 그린의 브레이크 라인을 자세히 설명하고 싶었거든? 마침 여기에 굴곡이 찍혀있으니 잘 되었어요.”

그는 모래밭 위에 신희영을 끌어 앉히고 골프 퍼팅 요령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조금 전 까지만 해도 유한솜과 한승우가 앉거나 누워서 꿈을 꾸던 그 자리였다.

“퍼팅을 하다 보면 그린 위에도 가끔씩 이런 엉덩이 자국이 희미하게…”

그는 은근슬쩍 신희영의 엉덩이를 만지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은근슬쩍 신희영의 엉덩이를 만지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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