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티박스> 아가야, 내볼 봤어?
내가 다닌 골프장은 명문 골프장인지라 매우 연로하신 회원님들이 많았습니다. 평균 연령이 63세였고, 70대와 80대도 상당수 계셨습니다. 그중 일주일에 3번은 언제나 정해진 시간에 골프를 즐기시는 한 팀이 있었습니다.

80 중반 정 회장님, 70 후반 이 회장님, 70 중반 안 회장님, 70 초반 장 회장님. 이렇게 항상 같이 플레이하셨습니다.

80대 중반 회원님은 정 회원님. 그 회원님은 귀가 좀 어두워 많은 분이 대화 상대로 꺼리셨습니다. 그리고 행동이 아무래도 늦고 걸음이 늦어 일행들이 답답해하셨습니다. 그중 장 회장님은 노골적으로 불평하셨고, 때론 그 회장님을 무시하셨지요.

“아가야, 내 볼 어디 갔어?”, “네, 저쪽 왼쪽으로 잘 갔습니다”, “어디? 어디라고?”, “아따! 그 양반 저기 놓고 하나 더 치면 되지. 알아서 어쩌겠다는 거야?” 하시면서 정 회장님을 크게 면박을 주시곤 하셨습니다. 사실 그 회장님을 서브하는 캐디들도 처음에는 측은한 생각에 이리저리 말씀을 드리다가도 몇 홀 못 가 지쳐 질문을 슬슬 피했지요. 그래서 성격 급하신 동반자들은 아예 공이 잘못 가면 공을 중앙으로 쳐내 주곤 하셨습니다. 그러면 있는 힘껏 걸어가셔서 샷을 하신 후 또다시 “아가야, 이번엔 또 어딜 갔냐?”, “잘 갔수. 뭐 그리 궁금하슈?” 퉁명스레 내뱉고 마는 장 회장님 멘트. 아마도 정 회장님은 많이 외로우셨을 겁니다.

이 네 분은 언제나 화ㆍ목ㆍ금 이렇게 사흘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년 내내 그 시간에 오셨습니다.

이 할아버지들을 보면서 골프가 뭔지, 골프 동반자가 뭔지 가끔 생각하게 됐습니다. 늘 그렇게 토닥토닥 다투시다가도 또 어느 날은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를 그렇게 위해줄 수가 없었습니다.

언젠가 정 회장님은 골프 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장 회장님의 변함 없는 구박에도 늘 끄떡없이 오신 이유가 골프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회장님, 힘 안 드세요?”, “아니야. 내가 하루 빠지면 다른 사람 끼우면 어떻게 해? 저 사람들이 정말 고마워”라고 말씀하시는 정 회장님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쎄듀골프서비스연구소 사랑이>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