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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사, 한류공연기획시 주의할 점?
요즘 지상파 방송사들이 너도나도 한류를 확산시킨다는 취지로 K팝 해외 공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전략적 접근 없이 ‘종합선물식’ K팝 공연만 거듭하다가는 개별 가수들의 공연 위축은 물론 한류 효과를 저하하거나 심지어 반한류 정서를 촉발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SBS가 지난해 11월 일본 사이타마에서 서울도쿄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지상파가 주관하는 한류 공연들이 올 들어 부쩍 늘어났다.

MBC는 지난 3월 태국에서 ‘코리안 뮤직 웨이브 인 방콕’과 지난 5월 사이타마에서 ‘동경전설2011’을 각각 개최했다. MBC는 또 6월 오사카에서 ‘서울 오사카 뮤직 오브 하트’를, KBS는 7월 도쿄에서 ‘뮤직뱅크 인 도쿄 케이팝 페스티벌’을 각각 열었다.

MBC는 이어 이달 20일 일본 니가타에서 ‘케이팝 올스타 라이브 인 니가타’와 오는 9월 24일 중국 상하이에서 ‘쇼 음악중심 상하이 특집’을 개최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방송사들이 기획 중인 한류 관련 공연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방송사가 K팝 공연을 해외에서 개최하는 것은 K팝이 주도하는 신한류가 아시아에서 유럽과 남미까지 영토를 확장하면서 글로벌한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사 주관의 K팝 공연은 원칙과 명분을 갖추지 않고 마구 이뤄질 경우 오히려 한류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축시킬 수 있으며 현지에서 역공을 받을 소지마저 있다.

우선 방송사가 주관하는 K팝 한류 행사가 너무 자주 열린다. 지금과 같은 집단쇼 성격의 K팝 공연은 국가마다 일년에 한 차례 정도에 그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올해 일본에서는 K팝 공연이 벌써 세 차례나 열렸다.

횟수가 잦아지면 졸속공연이 될 우려가 있다. 명분없이 단지 개별가수들을 모아놓은 종합선물상자식 공연은 가수들의 향후 개별공연 흥행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해서는 한류의 윈윈 효과를 만들어낼 수 없다.

일본의 경우 방송국과 연계된 옴니버스 콘서트나 종합 공연은 섬머소닉이나 후지록, 에이네시아 등 전통과 명분이 확보된 것들을 자국에서 연다. 방송국이 자국 가수들을 모아 외국에서 집단 공연을 열지는 않는다.


한국의 지상파 방송사가 고가의 티켓을 팔아 집단쇼 성격의 K팝 한류 공연을 자주 연다면 현지에서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일본은 한국 지상파 방송사가 자국에서 계속해서 공연을 단독주관할 수 있게 놔두지는 않는다. 개별가수들도 소녀시대의 경우 유니버셜, 샤이니는 EMI, 2PM은 소니사와 각각 계약을 하고 공동주관하는 실정이다.

대중음악 제작자나 대중음악 전문가들은 방송사가 주관하는 K팝 해외 공연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가능한 한 열지 말아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 지상파 방송사가 주관하는 K팝 해외 공연이 잦아지면 문제가 된다”면서 “한류가 꽃피기 시작한 나라에서 집단쇼 성격의 공연을 여는 건 붐 조성이라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지만 한류가 어느 정도 정착된 나라에서는 일년에 한 차례 정도에 그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심지어 해당 방송사가 자신이 주관한 K팝 해외공연을 방송에 내보내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꼬집었다.

지상파 방송사가 이왕 한류에 기여하려면 개별 가수나 기획사가 할 수 없는 K팝 관련 프로모션을 기획하는 게 좋다. 현지 가수들과의 합동무대를 만들어 양국의 대중음악이 교류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상파 음악PD 등 방송 제작자들은 이에 동의하면서도 “일본 가수를 섭외해 쌍방향식의 음악 프로그램을 만들었을 때 우리 가수와 일본 가수가 일본어로 노래 부르는 것을 방송에 내보냈을 때의 반응이 우려된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지상파 방송은 이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한국 아이돌 가수뿐 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고 공연에서 그 매력을 끄집어냄으로써 새롭게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이제 겨우 싹을 틔운 단계인 아이돌 음악으로 해외 공연에 나선다면 매번 더 나은 완성도를 보여주거나 최소한의 퀄리티를 유지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 해외 한류팬들이 그렇고 그런 종합선물상자식 아이돌 공연에서 식상함을 느끼는 순간 K팝 한류 시장은 급속히 냉각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 공공영역이라 할 수 있는 지상파 방송사는 K팝 한류의 싹을 계속 틔우고 그런 음악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

서병기 기자/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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