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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수영 침몰시킨 집념의 마린보이, 박태환
중국 수영을 ‘만리장성’이라 일컫던 때가 있었던가. 박태환(22)은 요즘 말로 하면 ‘넘사벽’(‘도저히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을 줄인 온라인 용어)이었다. 낡은 만리장성과는 비교할 수 없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2011년 상하이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최근 3년간 중국 본토에서 열린 메이저 국제대회 자유형 400m에서 박태환은 중국 홈 선수들을 제치고 매번 목에 금메달을 걸었다.

24일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남자 400m 결승은 시작 전부터 상쾌한 느낌은 아니었다. 예선에서의 순위 조절이 살짝 예상을 빗나가며 전체 7위를 차지해 결승에서 1레인을 배정받은 것. 1레인은 중간 레인에 늘어선 다른 경쟁자들과 떨어져 있어 페이스 조절이 어렵다. 자신과의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는 곳이다.

그 싸움은 기적같은 한편의 드라마처럼 연출됐다. 가장 빠른 출발 반응시간(0.67초)으로 물에 뛰어들었다. 150m 지점까지 파울 비더만(독일)이 보유한 세계기록의 구간별 기록보다 0.19초~0.57초 앞서 1위로 턴했다. 수영에서 흔히 볼 수 있는,중간 레인을 정점으로 하는 완만한 ‘V’자 형태는 박태환의 도드라진 1레인으로 인해 완전히 어그러졌다. 이대로면 금빛이 보였다.


그러나 200m 턴 직후엔 1~3위에서 박태환이 보이지 않았다. 주춤했던 박태환은 300m 턴에서 다시 1위로 복귀했다. 350m에서는 2위 비더만과 1초25 차이로 여유로웠다. 결국 박태환은 3분42초04로 터치패드를 찍으며 쑨양(3분43초24)과 독일의 파울 비더만(3분44초14)을 1~2초 뒤로 멀리 떨어뜨리고 1위로 골인했다.

고글을 벗은 박태환은 크게 웃지 않았다. 애당초 쑨양도, 비더만도 아닌 자신과의,그리고 기록과의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 샌타클래라 대회에서 전조가 확실했다. 자유형 100, 200, 400미터에서 가볍게 3관왕을 거머쥐었다. 100미터에선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까지 꺾었다.

비결은 돌핀킥과 잠영이었다. 광저우 이후 200m와 400m에 집중한 그는 7~8m에 그쳤던 잠영 거리를 12m 정도까지 늘렸다. 돌핀킥 횟수도 3~4회에서 5회 이상으로 늘었다.

뭍에선 쑨양(198㎝)이 박태환(183㎝)보다 16㎝나 컸지만 물에선 박태환이 더 거대했다.

<임희윤 기자 @limisglue> im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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