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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애라, ‘로봇’ 같았던 그 남자…동반자가 되다
‘한국의 피비 케이츠’였던 신애라는 하희라와 함께 90년대를 사로잡은 청춘스타였다. 굳이 흐르는 세월을 거스르지 않고 나이듦의 자연스러움을 다른 사람으로 보여주던 이 여배우는 어느덧 새로운 자녀교육의 화두로, 남편 차인표와 함께 연예계를 대표하는 선행부부로 자리하게 됐다.

신애라의 이야기가 20일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를 통해 전해졌다. 유난히 예뻤던 여고시절, 최근의 인터넷에선 송혜교 이진 한혜진으로 귀결되는 ‘은광여고 전설의 3대 얼짱’이 화제지만 신애라는 그보다 앞서 유명세를 떨쳤던 ‘숙명여고 피비 케이츠’였다. 워낙에 도드라진 외모는 신애라를 자연스럽게 연예계로 이끌었다. 데뷔시절부터 ‘사랑을 그대 품안에’를 통해 운명의 배우자를 만나게 된 이야기, 배우 신애라가 아닌 엄마 신애라, 또 그런 신애라의 가장 멋진 친구이자 스승인 부모님의 이야기가 이날 하나하나 전해지기 시작했다. 

▶ ‘로보트’ 같았던 그 남자…동반자가 되다=차인표에 대한 신애라의 첫 인상은 독특했다. 180cm를 훌쩍 넘는 키에 근육질 체격의 남자배우가 브라운관에 등장하기는 차인표의 경우가 처음이었을 것이라는 게 신애라의 생각이었다. 그런 탓인지 신애라 역시 차인표를 보았던 첫 인상은 ‘로보트같다’는 특이반응이었다.

늘 도시적인 역할을 도맡아 해오던 신애라에게 ‘사랑을 그대 품안에’는 수수하고 서민적인 이미지를 입을 수 있는 변신의 계기가 됐던 작품이자 운명의 반려자를 만날 수 있던 드라마였다. 그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출연자 미팅을 통해 이뤄졌다.

신애라는 차인표에 대해 "무릎을 꿇고 있었는데 로보트 같았다. 진하고 강해 보여 내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마음은 동했다. 연애를 시작한 것은 한창 연기에 물이 올랐을 무렵, 로보트같은 이 남자가 신애라를 사로은 것은 따뜻한 마음씨와 배려 때문이었다. 신애라는 당시 차인표에 대해 “신인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스태프들을 정말 잘 챙겼다. 촬영이 어려워질 만큼 인기가 높아진 뒤에도 변하지 않았다”고 칭찬했다.

두 사람이 연인으로 발전한 계기는 의외였다. 밝고 적극적인 신애라가 관계진전을 유도했던 것. 여기에는 차인표가 워낙에 먼저 표현하는 성격이 아닌 탓이 컸다고 한다.

두 사람 사이에 특별한 감정이 흐르기 시작할 때 신애라는 운전을 해서 차인표를 데려다주며 ‘나 한 손으로 운전 잘 하는데’라는 말로 손을 잡자고 유도했다. 차인표의 반응은 짧고 강했다. ‘손을 잡으면 결혼해야 한다는 것’. 두 사람은 이렇게 연애를 시작했고, 신애라와 친한 기자의 특종 기사로 연애 사실이 알려지며 세기의 결혼식의 주인공이 됐다.

당대를 대표하는 톱스타였기에 화려하고 동화같은 결혼식을 상상할 수도 있지만 이들의 결혼식은 의외로 소박했다. 신애라는 “둘 다 화려한 장신구류는 좋아하지 않아 백금반지와 중저가 시계로 예물을 대신하고 교회에서 검소하게 진행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 ‘두 딸의 공개입양, 아이들의 불안에 가슴은 아프지만…’=화려했던 스타로서의 삶은 결혼 이후 다른 길로 접어들게 됐다. 첫 아들 정민 군을 키우며 입양한 예은 양, 예은이를 위한 가장 든든한 동반자가 될 동생 예진 양의 공개 입양. 그리고 국내 최초 여성PD였던 어머니를 꼭닮은 신애라의 특별한 자녀교육 방식까지.신애라는 늘 당차고 친구같기도 스승같기도 했던 그녀의 엄마로부터 ‘엄마’를 배웠다.

아들 정민이를 낳은 뒤 7년, 신애라가 두 딸을 입양하게 된 것은 결혼 후 복지관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였다. “입양은 결혼하기 전부터 생각한 것”이었지만 “결혼 후 복지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예은이를 만났다. 예은이의 자고있는 모습이 아들 정민이와 똑같았다. 다른 아이들과 다른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고 가슴으로 낳은 딸 예은이의 이야기를 전하기 시작했다

예은이와의 만남은 신애라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예은이를 보고 온 뒤) 일주일동안 예은이 생각만 났다. 특별한 인연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입양을 결정했다”면서 예은이를 입양할 때 외롭지 않고 서로 의지할 수 있게 동생 한 명을 더 입양하자고 생각했다. 예진이는 그런 예은이와 꼭 닮아있었다”고 했다.

‘심장이 아팠던 아이’ 예은이는 하지만 해외입양 대상자였기에 입양 절차가 쉽지만은 않았다. 국내에선 건강에 문제가 있는 아이를 입양하면 파양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야기를 듣고 신애라는 “아이의 심장이 아프다고 해서 이미 결정한 일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면서 “예은이가 아프다는 이야기는 내게 뱃 속에 있는 정민이가 아프다는 이야기로 들렸다”면서 “입양을 결정했고 지금은 아팠던 적도 없는 것처럼 잘 자라고 있다”고 했다.

마음만큼 쉽지않던 절차, 입양을 결정하고 신애라는 또 한 가지를 결정해야 했다. 바로 공개입양. “아이들이 커가는데 어떻게 보면 입양사실을 굳이 말하지 않는 것도 좋을 수 있겠지만 언젠가 그 사실을 알게 되고 비밀이라고 쉬쉬했던 것에 상처를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공개입양을 결정했다”는 신애라, “하지만 아이들이 커가면서 입양에 대한 부담과 슬픔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낳아준 엄마와 곁을 지켜준 엄마, 딸 예은이는 아빠 차인표와의 대화에서 ‘나도 엄마가 낳은 딸이었으면 좋겠다’든가 ‘꿈에서 낳아준 엄마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전한다고 한다. 받아들이면서도 막연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어린 마음에 신애라 역시 같이 아파하면서도 이 모든 것이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가슴이 아프지만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공개입양을 받아들이는 것이 옳은 것 같다”고 소신을 전했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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