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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을 벗고 새가, 물고기가 되다…강원도 평창
푸른 산중에 발이 묶이니 난감한데 웃음이 난다.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창리 샘내마을에서 평창읍 노론리까지 연결된 4㎞의 비포장도로. 해발 670m. 여긴 맷둔재 옛길이다. 전날까지 쏟아진 비로 땅이 물렀다. 웅덩이를 피하려고 오른쪽으로 붙은 차 바퀴가 도랑에 쏙 빠져버린다. 도와줄 차가 오는 동안 삼림욕한다손 치니 콧노래마저 나온다. 마침 동행한 ‘해피 700’ 평창포럼의 김철귀 위원장이 평창 아라리를 한 곡조 뽑는다. ‘한치 뒷산에 곤드레 딱죽이가 님의 맛만 같다면, 올 같은 흉년에도 봄 살아나겠네~.’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지난 7일 ‘Pyeongchang!’을 외친 뒤로 이곳은 축제 분위기다. 주민들은 “2018 동계올림픽 개최로 평창의 매력과 인심을 제대로 알릴 수 있게 됐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웃는다. 야생화와 수풀이 초록 향기를 내쉬는 이곳 옛길은 1991년 맷둔재 터널이 뚫리기 전까지 평창과 정선을 연결하는 오랜 고갯길이었다. 정선 원님이 오지로 부임받는다는 억울함에 울면서 넘어갔다가 이곳 인심에 정이 들어 이번엔 섭섭한 맘에 다시 울면서 넘어왔단다. 지금은 울퉁불퉁 차로 달리는 길로도, 트레킹 코스로도 인기다. 평창 아라리와 맷둔재의 매력을 뒤로하고 평창읍 중리로 내려온다.


▶평창에서 평창을 향해 도약하다…장암산 패러글라이딩 활공=패러글라이딩 체험을 위해서다. 이곳 장암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은 국내에서 비행에 천혜의 환경을 갖춘 곳으로 손꼽힌다. 이곳에 위치한 조나단 패러글라이딩 스쿨(033-333-2625)의 김동술 대표는 우연히 왔다가 반한 평창에 5년 전 아예 귀촌했다. 그는 “이ㆍ착륙장 조건도, 풍광도 좋은 이곳은 초급자부터 고급자까지 두루 비행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엄지를 내민다.

비포장과 포장을 오가는 산길을 구불구불 달려 해발 740m에 위치한 활공장에 도착하면 둥글고 평평한 대지가 반기고, 평창읍내와 그를 말굽 모양으로 휘감아도는 평창강의 절경이 발밑에 펼쳐진다. 장비를 착용하고 강사의 “하나, 둘, 셋, 뛰엇!” 구령에 낭떠러지를 향해 달릴 때의 짜릿함이 최고다. 막상 땅에서 발이 떨어지고 활공이 시작되면 두려움은 날아가고 초록 세상 위를 부유하는 상쾌함만 남는다. 착륙장 위치가 해발 300m이니 실고도 400m를 낙하하는데 상승 기류와 햇빛 노출량이 잘 맞아떨어지는 날엔 해발 1400~2400m 고도까지 경험할 수 있다고. 10분 전후 하늘에 머무는 탠덤 비행(tandemㆍ강사와 함께 타는 초급자용 2인 비행)에 드는 비용은 8만원.

새처럼 날았다면 물고기처럼 물살 가를 일 남았다. 평창은 도시에서 쫓겨온 사람들에게 둘 다 허락하는, 관대한 곳이다.


▶동강에서 물 만나다…평창에서 즐기는 동강 래프팅=여름이면 병풍 같은 산세에 안겨 더 푸르러지는 동강은 평창~영월~정선을 꿰뚫고 흐른다. 래프팅은 코스에 따라 90분이 소요되는 4㎞, 8시간이 걸리는 25㎞까지 즐길 수 있다. 초보자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문희마을~진탄나루의 4㎞ 코스를 택했다. 래프팅 강사는 “비 오고 이틀 뒤 정도가 수량이 많아 박진감 넘친다”고 귀띔한다. 그러나 유속도 빨라 그대로 흘러가면 30분 만에 주파될 상황. 중간중간 물살이 약한 곳에 머물며 물놀이도 즐기고 이야기보따리도 풀어낸다. 다시 노를 저어 급류를 만나면 키높이로 덮쳐오는 파도에 절로 비명이 나온다. 물 위에 뜨는 구명장구를 착용하고 강사와 동승하니 수영을 못하는 사람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오히려 물에 대한 두려움을 더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래프팅을 마치고 뭍으로 나오면 흠뻑 젖은 옷이 비늘이라도 된 듯 아쉬움이 앞선다. 처음 집결했던 래프팅 업체(동강레포츠 033-333-6600)까지는 10분쯤 걸어서 돌아가는데 작은 급류와 흔들다리 등을 구경하고 건너는 잔재미가 있다.


▶영화 속 여일이가 사는 곳…미탄면 율치리 동막골 체험마을=어린이와 함께라면 진탄나루 입구에 위치한 동강민물고기생태관(033-330-2138)을 둘러봐도 좋다. 납자루, 쏘가리, 금강모치, 갈겨니, 어름치 등 동강에 서식하는 다양한 민물어류가 전시돼 있다. 몸길이 1m20㎝짜리 대형 메기도 볼 수 있다.

영화 ‘웰컴투동막골’의 세트장은 미탄면 율치리에 있다. 율치리 초입에 자리한 체험관(033-332-9437)에서는 마을의 역사와 즐길거리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송어 맨손 잡기, 감자전 부치기, 산촌 간식 만들기, 물놀이 등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곤드레밥 점심이 포함된 당일 체험 패키지가 2만5000원. 체험관에서 출발해 비포장도로 산길을 포함해 2㎞쯤 올라가면 인적 없는 마을이 나타난다. 이곳이 동막골 세트장이다. 영화 속에 등장한 아기자기한 옛날식 산촌 가옥들이 배경의 산과 조화를 이뤄 볼 만하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복장을 대여해 입고 사진을 찍어볼 수도 있다.

평창=임희윤 기자/im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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