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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톱밴드’ 지향점, 대중성이냐? 완성도냐?
국내 최초의 밴드 서바이벌인 KBS ‘톱밴드’는 밴드는 즐거운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한자리에서 수많은 밴드들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그동안 우리는 음악을 편식해왔다. TV가 퍼포먼스 위주의 댄스가수들을 우선시했으니 다양한 음악을 듣기 힘들었다. 유명 기획사에 소속되면 신인이라도 금세 방송 출연 기회를 잡을 수 있었지만 인디밴드는 실력이 있어도 웬만해선 방송에서 불러주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공영방송 KBS가 아마추어 밴드들이 기량을 겨루는 ‘톱밴드’를 방송하는 건 매우 의미가 깊다. MBC ‘나는 가수다’가 음악 편식증을 조금 개선해 주고 있지만 ‘톱밴드’는 모처럼 음악적 다양성을 실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다행히 통기타 붐이 생기고 있고 자기 정체성을 찾으려는 직장인들이 너도 나도 밴드를 만들고 있는 시점이라 밴드음악 대중화의 좋은 기회다. 예선 참가팀이 무려 661팀이 됐다는 사실도 이 기획이 성공했다는 하나의 방증이다.

주말 밤에 지상파 방송으로 밴드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흐뭇해진다. 젊음과 자유, 다양성이 느껴졌다. 기자는 볼륨을 조금 더 크게 해볼까 하고 망설이기도 한다. 


그간 예선을 거쳐 24개 본선팀이 정해졌다. 정통 헤비메탈밴드들이 많이 입상하지 않고 조용필의 ‘단발머리’를 편곡한 팀들이 예선 1, 2위를 다퉈 아쉬움이 남지만 밴드음악과 록음악이 저변에 가득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재야에 이렇게 많은 밴드 고수들이 있는지 몰랐다. 게이트 플라워즈와 액시즈, 브로큰 발렌타인, TOXIC, POE, SI, 2STAY 등 응원하고 싶어지는 밴드들이 적지 않다.

밴드음악이 특이한 것은 아님에도 미디어에서는 낯설다. 기껏 발라드와 댄스음악만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음악이다. 영국은 밴드음악의 저변이 탄탄하기에 팝음악의 본고장이 될 수 있었다. 음악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양식인 밴드음악은 그래서 더욱 살아나야 한다. 연주 실력은 기본이며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 등 파트별 역할과 하모니도 느낄 수 있어 좋다.

다만, 예선에서 많은 팀들의 연주를 보여주다 보니 병렬식으로 구성돼 산만하게 느껴지기는 한다. 본선에서는 팀의 스토리도 드라마틱하게 살아났으면 한다. 연출진이 예능국이 아닌 교양국 소속 PD여서 화면은 다소 거칠지만 밴드를 하는 사람들의 정성과 진심, 고생, 열정, 순수함 등을 다큐적 감성으로 잘 표현할 것으로 보인다.

심사의 방식도 24팀을 가리는 3일간의 예선전에서 매일 심사위원들이 달라 객관성이 떨어질 우려가 제기됐다. 연출된 개성과 창의적인 개성을 냉정하게 평가하겠다던 심사위원인 송홍섭은 거의 60점 또는 80점만을 주고 있다. 60점을 준 경우에는 심사위원이 준 가장 낮은 점수는 합산에서 제외된다는 규정상 심사에 영향을 못 미치게 돼 결과적으로 “성의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톱밴드’가 원하는 밴드가 대중성을 갖춘 밴드인지, 완성도를 추구하는 밴드인지를 좀 더 분명하게 알려주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심사위원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감을 잡기 힘들 때가 간혹 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드러머 전태관이 게이트 플라워즈의 보컬에게 “비호감으로 들린다”고 심사평을 내놓은 것은 아티스트형을 원하지 않는다고 이해해야 할지 헷갈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톱밴드’는 밴드음악의 다양성을 보여주며 숨은 인재를 발굴하는 것만으로도 수확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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