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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선 김홍도’, 가장 한국적인 무대의 3D화(化)
첫 장면부터 ‘실제인가 그림인가’ 싶다. 20여 명의 국악관현악단이 앉아 현을 퉁기는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마치 파스텔톤 붓 터치로 쓱쓱 그린 것처럼 아련하다. 바로 옆에는 한복 두루마기를 입은 마에스트로가 지휘봉을 잡았다. 10인의 서양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모습도 환상같다.

8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오르는 ‘화선 김홍도’는 평면 위의 그림을 3차원의 공간에 불러온, 새로운 시도다. 무대는 우리가 생각했던 극의 형태를 넘어선다. 앞서 손진책 연출이 음악, 미술, 연극 등이 모두 합쳐진 총체극이라고 표현한 이유다. 마치 3D영화를 보는 것처럼, 무대의 입체감을 더했다. 눈앞에 보이는 이미지가 공간감을 갖고, 매직 아이처럼 툭툭 튀어나온다. 나무가 앞뒤로 살아 움직인다. 그림 속 나비가 날아다니고, 가을이 되니 낙엽도 떨어진다. 소낙비가 내리고 벼락이 쾅쾅거리고, 해가 쨍쨍한 것도 현실의 풍경과 유사하다.

눈앞에 펼쳐지는 이미지는 두 눈을 현혹하는 반면, 이야기는 매우 단순하다. 극중 ‘김동지’와 ‘손수재’가 김홍도의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김홍도의 그림 속 인물들을 차례로 만나며 자연스럽게 김홍도의 세계관과 인생을 전한다. 그 과정에서, ‘씨름터’ ‘나루터’ ‘장터’ 등 김홍도의 풍속화첩이 5개의 프로젝트와 24m의 대형 스크린, 3개의 샤막 등을 통해 무대화 된다.


그나마 그림 속으로 사람이 들어간다는 설정이 극의 재미를 더한다. 그동안 맛깔 나는 이야기로 사람들을 웃기고 울려온 손진책 감독 작품의 전형적인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이야기보단 형식에 보다 많은 신경을 기울였음이 역력하다. 극장이 너무 커서일까. 아니면, 연기와 노래를 함께 소화하는 것이 힘에 부쳤던 걸까. 배우들의 대사가 귀에 쏙쏙 안 들어오는 것도 보완해야 할 점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보고 감탄이 나오는 것은 한국화의 최고봉인 단원 김홍도의 그림을 매개로 ‘한국적인 것은 무엇인가’에 천착했기 때문이다. 중국풍의 산수나 사군자 신선도 등을 답습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조선인의 살아있는 일상을 그린 단원 김홍도. 그가 그린 그림만큼 이 작품도 한국적인 정취와 매력을 주재료로 삼았다.

<조민선 기자@bonjod08>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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