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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음악의 전도사’ 바이올리니스트 강혜선 “현대음악은 무지개빛”
“어려서부터 같은 곡을 반복해서 연주하는 건 너무 싫었어요. 투어에서 같은 곡을 10번 넘게 연주했을 때 ‘죽어도 못하겠다,이건 내 길이 아니다’고 결심했죠. 그래서 운명처럼 현대음악을 만났고 이 길을 걷게됐어요.”

23일 서울시향과 협연을 앞두고 내한한 바이올리니스트 강혜선(50) 파리 국립음악원 교수를 지난 20일 만났다. 그는 현대음악계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펼치는 연주자다. 난해한 음악이라는 편견 때문에 대중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 현대음악을 자신만의 색채로 선보이는 연주자로, 불레즈, 파스칼 뒤사팽 등 세계적인 현대음악 작곡가가 그에게 곡을 헌사했다.

그의 현대음악에 대한 애정은 동시대 음악사를 써내려간다는 사명감에서 비롯된다. 100년후에 음악사를 돌이켜보면 그가 연주해온 것은 한 기록으로 남아있을 것이고, 현대음악이 없으면 음악의 진보는 없다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창작을 좋아했어요. 앞으로 나가는 거니까. 새롭고 재미있었죠. 제가 현대음악을 하는 이유는 의무적으로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입니다. 몇 세기전 모차르트가 곡을 썼고, 그 곡을 누군가 연주했겠죠. 후세의 음악인들이 그곡을 흡수하면 현대음악이 아닌 클래식이 됩니다. 100년 전에 스트라빈스키와 라벨이 현대음악이었지만, 이제 클래식 안으로 들어가듯이 말이죠.”

이번 서울시향과의 협연에서 그는 필립 마누리의 바이올린 협주곡 ‘시냅스’를 아시아 초연한다. 이 곡은 마누리가 그에게 헌정한 곡이다. “지적이고 멜로디가 넘치며 기교가 많은 곡이죠. 그래서 연주자가 힘든 곡이에요. 현대음악은 같은 콘텐츠가 아닌 항상 달라지는 탓에, 유독 지적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편이죠. 들으시는 분은 재미있을 겁니다”

현대음악에 대한 편견을 버려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어린아이들이 현대음악을 듣고 클래식보다 더 좋아한다”며 “학습된 음악이 아닌 자연스럽게 본능과 감성에 맡긴다면 현대음악의 매력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무지개빛이에요. 각자 자신에게 맞는 색을 고르는거죠. 정해진 빛깔은 없어요. 정해진 강요가 아닌 각자 취향과 개성에 따라 창의적으로 받아들이는 거죠. 아, 무지개로도 안되겠다. 무지개 플러스 플러스. (웃음)”

최근 정명훈과 김선욱이 파리 무대에 나란히 오르는 등 프랑스 내 한국 클래식의 활약에 대한 견해를 더했다. “정명훈씨야 말할 것도 없고, 백건우씨는 프랑스에서 정말 대단하죠. 동양 사람으로서 그만한 입지를 잡았다는 건, 거의 기적이에요. 보통 외국에서 보면 부모의 후원이나 인맥이 좌우하는데, 한국인 음악가들은 실력만으로 올린 성과라 더 대단합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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