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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속으로 막 내린 담철곤 회장의 ‘빗나간 미술 사랑’
지난달 14일 오리온 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이던 검찰이 담철곤(56) 회장의 서울 성북동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을 때 수사관을 맞은 건 마당에 늘어선 고급 외제차량과 마당에 떡하니 자리 잡은 커다란 돌덩이, 아니 미술품이었다. 특별한 것 없어 보이는 이 작품은 독일 출신 신표현주의 작가 알젤름 키퍼의 작품이었다. 가격은 무려 14억원.

집안은 더욱 화려했다. 식당에는 추상표현주의를 대표하는 프란츠 클라인의 작품과 영국의 유명 작가 데미언 허스트의 작품이 걸려 있었다. 각각 55억, 20억원에 달하는 그야말로 ‘억’소리나는 고가였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식탁 위에는 28억원에 달하는 모빌의 창시자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이 매달려 있었다. 모두 담 회장 개인돈이 아닌 법인자금으로 서미갤러리(대표 홍송원.구속기소)로부터 사들인 것들이다.
 
Franz Kline(1919 ~ 1962)의 ' Painting 11'(1953)

재벌가의 유별난 ‘미술품 사랑’에 검찰이 철퇴를 내렸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검사 이중희)는 13일 3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로 담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특히 법인자금으로 구입한 미술품을 사택 인테리어 장식품으로 설치한 행위에 대해 처음으로 횡령죄를 적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인 활동과는 무관한 해외 유명작가의 고가 미술품을 사주 취향에 따라 회삿돈으로 사오던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고 밝혔다. 

Alexander Calder(1898년 ~ 1976년)의 'Three White Dots and One Yellow'

고가 미술품은 그 가격이 주관적으로 결정되는 데다 거래가 워낙 소수의 부유층 사이에서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그동안 비자금 조성 통로로 심심찮게 지목돼왔다.

또한 신고가 없으면 상속·증여세를 물리기도 쉽지 않아 재벌가의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Anselm Kiefer(1945. 3. ~ )의 'Rock and Lead Books'(2007)

담 회장은 이 외에도 위장계열사의 서울사무소를 회삿돈 16억원을 들여 개인 별채로 꾸미고 법인자금으로 리스한 람보르기니, 포르쉐 등 고급 외제승용차를 자녀 통학 등 개인용도로 사용하는 등 회삿돈을 ‘쌈짓돈’처럼 써온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재벌그룹 사주가 법인자금을 사금고화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데 이번 수사의 의미가 있다”며 “이러한 범행에 엄정한 법적 잣대를 들이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amien Hirst(1965. 6. ~ )의 ' After Stubbs Cigarette Butts Wall Mounted Cabinet'(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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