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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브가 뜨는 시대, 연주자가 주목받는다
‘보는 음악’에서 ‘듣는 음악’으로. 한국 대중음악계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TV를 보던 시청자가 음악을 듣는 청취자로 변화하고 있다. 입만 뻥끗하는 립싱크와 화려한 퍼포먼스로 무장한 댄스 가수들은 살짝 물러났다. 이제 청중들은 ‘어떤 음악이 좋은 음악인지’에 보다 집중한다. 이 같은 분위기를 타고, 무대 위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보다 음악을 든든히 떠받치는 실력파 ‘연주자’들이 부각되고 있다.

▶‘나가수’ 열풍, 연주자에 대한 관심↑=기성 가수들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나는 가수다’의 열풍은 이 같은 흐름을 부추겼다. 예전에는 무대에 오르는 ‘가수’가 주인공이었다면, 이젠 좋은 음악을 만드는 모든 이가 관심의 대상이다.

그동안 방송에서 연주자가 부각될 기회는 적었다. ‘윤도현의 러브레터’나 ‘유희열의 스케치북’과 같은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에서도 가수가 주인공이었고, 연주자들은 항상 화면의 배경에 머물렀다. 화면상 조명도 떨어지지 않아 얼굴을 가늠하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나가수’의 인기는 자연스럽게 연주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프로그램이 서바이벌로 진행되면서, 곡이 어떻게 만들어지느냐가 탈락의 주된 요인이 됐고, 대중들은 편곡이라는 작업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됐다. 기성 가수들이 그들의 매력을 부각시킬 만한 곡을 선정하고 곡을 어떻게 편곡하느냐가 가수의 탈락 여부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소라가 독특한 록 스타일로 바꿔 부른 보아의 넘버원은 원곡과 또 다른 매력을 부각시켰고, 편곡을 맡은 작곡가 이승환이 주목받았다. 또 ‘나는 가수다’에 이어 ‘나는 세션이다’를 만들어도 될 정도로, 최고의 세션맨들이 나가수 밴드에 참여했다. 홍준호(기타), 조재범(퍼커션), 강수호(드럼), 서영도(베이스) 등 최고 실력을 자랑하는 연주자들이 완성도 높은 라이브를 들려줬다.

‘나가수’는 가수가 노래를 부르기 전, 세션으로 참여한 연주자의 이름을 하나하나 화면에 새긴다. 어떤 악기가 등장하고, 어떤 연주자가 무대에 오르는지 화면에 내보내면서, 가수뿐만 아니라 연주자들의 중요성도 부각시켰다.

최근에는 각종 음악 동호회에서 ‘나가수’에 나온 곡을 카피해보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서영도, 강수호, 홍준호 등 쟁쟁한 세션맨들의 연주에 반한 시청자들은 ‘나가수에서 홍준호가 쓰는 기타가 어떤 종류냐’ ‘서영도가 선보인 베이스가 뭐냐’ 등 다양한 질문을 주고받으며 연주자에 대한 관심을 표현했다.

▶YG 온에어, 라이브 아이돌 만들기=아이돌 그룹이 이 같은 열풍의 선두에 선 것도 주목할만하다. 2NE1, 빅뱅 등 실력파 아이돌을 보유한 YG엔터테인먼트는 아이돌표 라이브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2NE1 박봄의 히트곡 ‘Don’t Cry’의 새로운 라이브(밴드 버전)를 인터넷 방송 ‘YG 온에어(10분 내외 분량의 동영상 방송)’를 통해 공개했고, 2NE1의 신곡 ‘Lonely’의 라이브 영상도 공개했다.

무엇보다 YG온에어에 등장하는 연주자들의 면면을 보면 기가 막힐 정도다. 국내 최고의 드럼 세션 강수호, 부활 창단멤버로 그동안 송골매, 서태지와 아이들,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등과 함께해온 베이시스트 이태윤, 김현식 이승철 서태지 조용필 등 당대 최고 아티스트들과 연주해온 피아니스트 최태완, 전인권 임재범 등과 호흡을 맞춘 국내 최고의 기타 세션 함춘호가 2NE1의 라이브 세션으로 함께한다.

2NE1은 국내 최고의 세션과 환상의 호흡을 맞춰, 듣는 이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화려한 의상이나 외모보다는 목소리나 화음에 집중한 라이브 음악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YG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의 음악이지만 최고의 연주자들이 함께 라이브를 꾸미며 음악성을 강조하고 있다. 연주자들 가운데는 음반 녹음 때 도움을 준 분도 있고, 전문 음악인도 있다. 최고의 퀄리티를 만들기 위해 이분들을 별도로 섭외해 참여시켰다.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자 하는 회사의 일관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임정희 밴드, 비주얼+꽉찬 사운드=얼마 전 컴백한 가요계 디바 임정희도 여성 밴드 ‘골든 밴드’와 함께 무대 위에 올랐다.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정평이 난 임정희의 라이브를 빛나게 해줄 밴드를 배치해 팝스타의 이미지와 실력파 라이브 가수의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가겠다는 전략이다.

임정희의 ‘골든 밴드’는 모두 실용음악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들로 구성됐으며, 무대 위의 화려한 비주얼과 풍성한 사운드를 책임진다. 임정희 소속사 관계자는 “밴드 멤버들을 학교 쪽에 의뢰해 추천받았다”며 “실제 음반 녹음과 라이브 공연에서는 다른 전문 세션 연주자들이 연주를 맡지만 비주얼적으로 이번 임정희 곡의 음악성과 분위기를 잘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임희윤ㆍ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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