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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 웃긴’ 염정아, 입담 터졌다
그녀에겐 못 하는 것이 딱 세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체육, 두 번째는 진(眞), 세 번째는 요리다. 맞다. 그녀는 미스코리아 출신 여배우, 게다가 의외의 유머러스함이 깃든 고양이처럼 도도하고 강아지처럼 다정한 배우 염정아다.

염정아가 25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 염정아는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를 넘는 ‘차동녀(차가운 동탄 여자, 염정아는 동탄에 거주하고 있다)’로 거듭나며 ‘라디오스타’에 10분 편성이라는 굴욕을 안기는 긴 분량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염정아식 유머’는 꽤 효과적이었다.

에피소드는 다양했다. 미스코리아 입문기부터 배우로서의 성장기, 훈남남편과의 달달한 로맨스 등이다. 여기에는 전형적인 ‘자기 자랑’이 바탕했으나 결코 밉지도 그렇다고 얄밉지도 않은 염정아의 예능감이 숨어있었다. 게다가 독설에도 일가견이 있어 유세윤에게는 ’로열패밀리’를 패러디해 ’저거 치워’라는 대사를 던졌고, 올밴에게는 ’지금까지 한 게 뭐가 있냐’며 솔직 입담을 전하기도 했다.

먼저 미스코리아 당시의 에피소드다. 염정아는 1988년 오현경이 미스코리아 진으로 선발됐을 당때 텔레비젼을 보면서 ‘나도 미스코리아에 나가고 싶다. 저 예쁜 옷 입고 예쁜 액세서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물론 당시는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염정아에게 “미스코리아 대회를 권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 그녀의 이야기다.

막상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가니 염정아는 자신의 생각이 옳았음을 실감했다. ‘얼굴이 유난히 예쁜 것과 (본인처럼) 전체적으로 예쁜 사람은 다르다’는 것이 염정아의 기본 마인드다. 당연히 당선도 예감했고, 낙방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 염정아의 이런 이야기가 황당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인정 안 할 것도 없다. 염정아의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차가운 외모와는 다른 털털함이 뚝뚝 묻어나 유머로 승화되는 매력이 있다.

염정아가 배우생활을 시작한 이후 다방면에서 활동을 하기는 했지만 스스로도 말하듯 인지도가 대단히 높은 배우는 아니었다. 한 마디로 인상적이지 않았다. 13년간 다작을 했음에도 존재감이 없었다. "스타도 아니고 그렇다고 스타가 아닌 것도 아닌" ‘연예인’이었다.

그러던 차 김지운 감독의 영화 ‘장화홍련’을 통해 제2의 전성기가 시작됐다. 염정아는 이 당시를 '인생의 전환점'이라 꼽으며 “김지운 감독은 새로운 색을 찾게 해주고 나의 예민함과 섬세함을 끄집어낸 캐릭터에 입혀준 분”이라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 와중에도 염정아 특유의 유머는 잊지 않았다. 영화 촬영 당시의 에피소드를 전하며 “김갑수 선배는 정말 재미있고, 당시 말하는 사람은 우리 둘 뿐이었다”면서 “(임)수정이는 말을 한 마디도 안 하고, 중학교 3학년이었던 (문)근영이는 풀 캐러 다녔다”면서 얼음처럼 차가운 얼굴도 이웃집 언니 혹은 옆집 아줌마같은 수다스러움을 끝도 없이 발산했다.

드라마 ‘로열패밀리’의 K로, 김인숙으로 사는 동안 시청자들은 염정아에게 이러한 매력이 있는 줄은 몰랐다. ‘웃기는 매력’이다. 흔히 말하는 ’공주병’에 ’자뻑’은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예쁘고 연기도 잘한다’고 스스로 말하는 염정아를 통해 승화됐다. 여기에 선배 연기자 이정길로부터 ‘발음이 정확하다’는 찬사를 받아온 것을 애써 숨기지도 않는다. 다만 너무 급한 성격 탓에 요리를 못 하고, 미스코리아 대회에서는 진이 아닌 선이 돼 눈물을 펑펑 쏟았고, 공부는 곧잘 하지만 체육은 ‘꽝’이라며 안타까워하는 염정아다. 

방송 후 한 시청자는 “도도하고 차가운 이미지였는데 오늘 방송을 통해 이미지가 완전 바뀌게 됐다. 전에는 염정아씨가 이렇게 웃기고 재밌는 배우인 줄 몰랐다.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했으면 좋겠다”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염정아가 출연한 ‘황금어장’은 14.6%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 전주 방송분이 기록한 12.3%보다 소폭 상승하며 3주째 하락세를 걷던 프로그램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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