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의 생각이 이렇다면 반드시 ‘나가수’에 출연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나가수’는 초반 가수를 등수로 줄세운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가창력을 지닌 가수들이 혼신을 다해 노래를 불러 시청자를 감동시켰다.
‘나가수’는 아이돌 가수 위주의 ‘보는 음악’으로 쏠려있던 음악 소비 환경을 뮤지션들의 ‘듣는 음악’으로 전환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승철이 ‘나가수’에 출연한다면 다시 한번 대중에게 음악의 참맛을 알게하고, 가수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나가수’에서 평가는 가창력도 중요하겠지만 감동이 핵심이다. 이승철이 뛰어난 가창력을 지니고 있음은 거의 인정하는 바이지만 감동을 주는 데는 최고급이다. 힘을 뺀 목소리는 40대 후반에 접어든 ‘관조적 창법’과 점차적으로 어울리면서 역설적으로 사골국 같은 짙은 감성을 우려낸다. 고음에서 감정을 터뜨리고 내질러야 할 시점에 오히려 힘을 뺀 채 절제하는 게 이승철의 매력이다. 절규하듯이 애절하게 부르는 여느 발라드 가수에 비해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승철은 이런 자신의 음악을 주로 라이브 콘서트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나가수’에서 부른다면 전국 시청자들이 감상할 수 있다. MR 사운드가 아닌 리얼 사운드의 입체 라이브 음향이 가능한 ‘나가수’ 무대는 공연 무대와 다를 바 없다.
‘나가수’에 출연할 수 있는 가수의 나이 제한은 없다. 하지만 패티김, 이미자, 나훈아, 송창식, 조용필, 양희은 등의 원로들이 ‘나가수’에 출연하는 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이문세(52)가 데드라인이라는 말도 나왔다.
따라서 이승철이 가요계 선배로서 ‘나가수’에 출연해 후배들에게 도전정신을 보여주는 건 물론이고 시청자에게 깊은 감동을 전하고 보컬리스트의 끝장을 보여주길 바란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