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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효린, “면도날같은 엄친딸에서 화투판 뒤집는 가사도우미돼요”
영화 ‘써니’에서 민효린(25)이 맡은 ‘수지’는 말하자면 ‘잔혹한 공주’다. 유리같은 미모가 빛나는 여고생이지만 면도날같고 얼음장같은 서슬이 ‘접근금지’라고 말하는 듯한 기운을 내뿜는 소녀다. 극중 80년대 중반 상류층의 자제에 공부도 잘하고 싸움도 잘하는, 요샛말로 하자면 ‘엄친딸’이지만, 어린 시절 겪었음직한 상처가 독기로 변한 인물. 영화 속 ‘칠공주’들 중에선 단연 ‘화룡첨정’같은 존재다. 이번 작품으로 영화 데뷔하는 민효린에겐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적역이다.



“드라마 ‘트리플’을 찍고 나선 어려보이는 이미지 때문에 오디션에도 많이 낙방했어요. 아직도 민효린 연기는 어떤 것일까 찾는 과정이기 때문에 꼭 하고 싶은 배역을 기다리기도 했죠.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었는데, 마침 ‘수지’라는 친구를 만나게 됐어요. (강형철) 감독님이 오디션을 보자고 하셨죠. 역할을 정해주지 않고, 이미지에 맞게 결정하신다고. 그런데 오디션용으로 받은 대본에 욕이 있었어요. 아마도 함부로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신 듯 해요. 받은 대로 했더니 감독님께서 ‘현장같았으면 OK’라고 말씀해주셨어요. 하루 이틀 뒤에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연락을 받았어요.”



장편영화 데뷔작, 첫 촬영이 쉽지 않은 장면이었다. 어딜보나 공주같은 소녀가 각목을 휘두르는 신이었다. 흡연(전자담배로 대체) 장면도 있었다. 그래도 큰 NG없이 무사히 해냈다. “의외로 잘 어울린다”는 것이 주위의 반응이었다.



각목을 휘두르던 소녀는 이제 9일부터 방영되는 ‘로맨스 타운’에서는 당돌하기 짝이 없는 신세대 가사도우미가 된다. “초반에는 가사도우미끼리 치던 화투판을 뒤집는 장면도 있다”고 전한다.



“감독님이 그러시더군요. 기껏 강남 부잣집의 엄침딸로 만들어놨더니 왜 가사도우미를 하냐고 말이죠.”



4일 개봉한 ‘써니’에 이어 드라마 ‘로맨스 타운’ 출연은 아직 가능성뿐이었던 민효린의 배우로서의 폭이나 경험을 키울 것이다. 민효린 스스로도 기대하는 바다.



“관객과 시청자들에게 의외성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번이 배우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해요. ‘써니’에서도 만만치 않은 역할이었지만 ‘로맨스 타운’에선 더 밉살스러운 인물로 보여질 수 있어요. 막내인데도 고참에게 대들기도 하고,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고 거침없이 말하는 맹랑한 캐릭터이니까요. 연기를 잘 해야죠. ”



스스로 다짐하듯 말하는 민효린은 “이중적이고 상반된 면모를 가진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민효린은 원래 가수지망생으로 JYP엔터테인먼트 연습생출신이다. 그 또래의 많은 연예스타들이 그렇듯 민효린도 역시 서태지와 아이들을 보면서 꿈을 키웠다.



“여고시절 대구 번화가에서 교복입고 뛰어가다가 명함을 받았죠. JYP 오디션 보지 않겠냐, 관심있느냐고 말이죠. 원래 연예인이 되고 싶었지만 보수적인 부모님 반대로 엄두도 못내고 있다가 이것이 운명이라면 해볼만 하다고 생각해 오디션에 응했어요. 층층시하 3~4차까지 가는 오디션을 통과했고 주로 가수로서 훈련을 받았었죠.”



이제 민효린은 노래나 연기나 모두 잘 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를 꿈꾼다. 엄두가 안나 예능프로그램은 자제해왔지만 최근 ‘밤이면 밤마다’나 ‘해피투게더’같은 오락프로그램에서도 재기를 발휘했다.



“처음 가수의 꿈을 가졌을 때 저를 가르쳐주신 선생님이 연기하고 노래는 다른 매체가 아니라고 하셨죠. 모두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인데 노래가 3분간의 연기라면, 영화나 드라마에서의 연기는 조금 더 긴 호흡일 뿐이라고 말이죠. 지금은 연기에 초점을 맞추고 배우로서 자리잡는 게 목표지만 노래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강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개봉과 드라마 첫 방영을 앞두고 만난 민효린은 씩씩하고 유쾌한 스물 다섯살내기였지만 “항상 미진하다는 느낌이 들고, 이번에도 작품으로 사랑받지 못하면 어쩔까 하는 생각도 든다”는 걱정을 앞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지금이 아니면 뭐 어때요, 또 기회가 있겠죠, 언젠가는 제 세상이 올 것이라고 믿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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