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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금감원
금융감독원이 위기다. 바람앞의 등불신세다. 정기검사에서 정상 판정을 내렸던 금융회사가 1년도 안돼 부실 금융기관으로 전락하고, 전현직 직원이 뇌물수수혐의로 검찰에 줄지어 구속되면서 금감원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검사능력의 한계=멀쩡한 줄로만 알았던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고, 당해 저축은행 대주주, 임직원 등이 고객돈을 제 호주머니 쌈짓돈인 마냥 주물러왔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금감원에 대한 책임론이 뜨겁다. 저축은행이 곪고 썩어가는 동안 대체 금감원은 뭘하고 있었느냐는 비난이다. 검사능력 부재에 대한 질타와 함께 눈뜬 장님, 빛좋은 개살구 등 원색적인 비난마저 나온다.

금감원 검사능력의 한계는 비효율적인 조직관리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 1600여명의 조직원 가운데 검사인력은 전체의 31%선인 500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최근 증원해서 그 수준이다. 이전에는 400명에 불과했다. 은행, 증권, 보험, 저축은행, 카드, 할부금융 등 3000개가 넘는 금융회사를 적어도 3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현안이 터질 때마다 수시 또는 특별검사해야 하는 인력으로는 턱없이 모자란다. 금감원의 핵심기능이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감독인 만큼 검사인력이 적어도 700명선은 돼야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렇다면 검사인력을 왜 확충하지 않는 것일까.

금감원 출신의 한 금융회사 간부는 “검사부서는 상대적으로 권한이 적고 일이 많아 기피부서로 인식돼 왔으며 기관장이 교체될 때마다 조직 위상강화를 위한 대외업무 인력으로 차출돼 조직이 쪼그라들 수 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금융당국의 편에서 검사능력 부재 원인을 권한부족에서 찾는 전문가들도 있다. 검찰, 국세청과는 달리 금감원은 압수수색 권한이 없어 비리에 단서가 될 비밀장부 등을 확인할 수 없다. 제출된 자료를 토대로 검사하고, 이상 징후 포착시 추가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지만 이를 강제할 권한은 없다. PC 자료를 조회할 때도 금융회사의 동의를 받아야한다. 금감원에 포괄적계좌추적권을 부여하는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금감원은 사전 파악된 정보에 따라 특정금융회사의 특정점포, 특정인 계좌에 대한 금융거래 정보만 요구할 수 있다. 특정인 명의의 전 금융기관 금융거래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검찰, 국세청과는 차별된다.

▶끊이지 않는 유착비리=금감원 재직 시절 보해저축은행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KB자산운용의 이 모 감사를 포함해 최근 한달새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금감원 직원은 6명에 달한다. 금감원 개원 이래 이 만한 수치는 없다. 비리에 연루돼 검찰에 구속된 자의 수가 2000년 1명, 2008년 3명, 2009년 1명 있었지만 이 가운데 2명만 유죄 판결을 받았고 나머지는 무죄가 확정됐다. 결과가 어쨌든 금감원 전 현직 직원들이 비리에 연루되는 원인은 금융회사와의 뿌리깊은 유착, 관행화된 금감원 직원의 금융회사 감사 이직과 무관치 않다. 이번 검찰 조사에서도 드러났듯이 전 금감원 직원이 뇌물 중개인으로 역할한 사례가 잦다.

올 4월 기준 금융회사에 감사로 재직중인 금감원 출신자는 증권 자산운용사가 15명, 저축은행 9명, 은행 8명, 보험 7명, 카드 5명, 신탁 1명 등 모두 45명에 달하고 있다.

윤재섭 기자/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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