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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라고 불리는 비범한 소녀, 여고생 심은경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친구한테 전화가 왔어요. ‘야, 지금 서태지랑 이지아 이혼설 났어, 어떡하냐?’. 제가 미국에 있었다고 친구가 거짓말하는 줄 알았어요. 인터넷으로 확인했더니 진짜였어요. 쇼킹했죠. 저하고 연관짓는다는 것도 참…. 아역을 연기했고, CF를 찍었을 뿐인데. 졸지에 제가 ‘서태지 딸’까지 됐어요. ”

심은경(17)은 어린 나이로는 드물게 탄탄한 연기력으로 TV와 스크린에서 주목받는 여고생 배우다.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는 탁월한 해석력과 능청스런 연기에 힘입어 이미 10살 데뷔시절부터 ‘아역스타’로 인기를 누렸다. 그런데 최근엔 뜻하지 않은 일로 유명세를 탔다. 서태지와 이지아 때문이다. 심은경은 지난 2007년 ‘태왕사신기’에서 여주인공 이지아의 아역을 연기했고, 직후 ‘서태지의 굴욕’을 컨셉트로 한 한 이동통신 CF에서 서태지와 함께 출연했다. ‘태왕사신기’에서 심은경을 눈여겨 본 서태지가 직접 추천해 CF에 출연했다는 뒷얘기.

심은경이 자신이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써니’ 개봉을 앞두고 봄방학을 이용해 재학 중인 미국 피츠버그 빈센션 고등학교(10학년)에서 한국으로 들어왔다. 인터뷰는 ‘서태지-이지아 사건’이 터진 직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이뤄졌다. 서태지, 이지아 관련 검색어로 뜨고, 심지어 두 사람과의 인연을 새삼스레 들춰낸 기사와 “심은경이 서태지 딸”이라는 루머까지 쏟아졌지만 심은경은 당혹스러워하기보단 심드렁한 편이었고, 한편으로는 재미있고 신기하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하지만 서태지에 대해서만큼은 ‘그 분’이라며 열성팬인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비범한 소녀의 비범한 취향

“몇 년전 컴백 때 서태지가 과연 누구길래 뒤집어질 정도로 화제일까 궁금해서 음악을 듣기 시작했어요. 왜 문화대통령이라고 불렸는지 알게 됐죠. (이)하나 언니하고 친분이 있어서 공연(ETP 페스티벌)을 같이 보러 갔어요. 그리고는 팬이 됐죠.”

동방신기나 빅뱅이 더 어울릴 법한 고교 2학년생 나이지만 심은경은 록음악 마니아다. 그 중에서도 핑크 플로이드, 킹 크림슨, 카멜, 토토, 퀸 같은 70~80년대의 록, 아트록 밴드들을 줄줄이 읊는다. 어머니뻘 세대에게 더 익숙한 취향이다. 서태지에 꽂힌 귀는 록의 뿌리들을 거슬러 올라가 이들 음악을 만났다. 영화에 대한 취향도 웬만한 영화학도를 넘어선다.

“이와이 슌지, 허우샤오시엔, 레오 카락스,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영화를 좋아해요. 최근엔 스탠리 큐브릭의 ‘시계 태엽 오렌지장치’를 봤어요. 색감과 미장센이 너무 좋았어요.”

뚜렷한 자기 세계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작가주의 영화 감독들이다. 특히 심은경은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연연풍진’과 ‘비정성시’를 봤는데 특유의 색깔이 드러났다”며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심은경은 배우로 활동하고 있지만 열혈 감독지망생이기도 하다.

심양이 보는 영화목록엔 ‘시계 태엽 오렌지장치’같은 청소년관람불가의 ‘하드’한 작품도 있다. “어머니는 보지 말라고 하시는데 미국에선 혼자 방을 쓰기 때문에 미뤄뒀던 영화를 봤다”며 웃었다. 옆에 있던 심양의 어머니도 따라 미소를 지었다. 


▶연기와 공부, 배우와 감독, 욕심많은 소녀

심은경이 주연한 ‘써니’는 영화로는 7번째 출연작이다. 80년대 중반 고교를 다니며 교내 ‘칠공주파’로 뭉쳐 다녔던 여성들의 25년 전후 이야기를 펼치는 작품이다. 심은경은 여고시절 고향인 전라도에서 서울로 전학와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는 공부잘하고, 쾌활하며 한편으로는 엉뚱한 면모의 학생으로 등장한다. 성인역인 유호정과 함께 극의 중심으로 심은경은 국내에선 출생 후 서울을 한번도 벗어나지 않은 토박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사투리 연기에 당돌하고 능청스러운 연기를 보여준다. 전작인 ‘로맨틱 헤븐’에선 어린 소녀의 모습을 한 노파의 역할을 해내기도 했고, ‘퀴즈왕’ ‘반가운 살인자’ 등에서도 이야기의 중심에서 자유자재의 표정과 말투를 척척 소화했다. ‘써니’는 강형철 감독이 “꼭 같이해보고 싶다”는 제안으로 출연하게 됐을 정도로 영화계에서 심은경의 연기력은 정평이 나있다.

“어렸을 때는 그냥 열심히 하는게 중요했다면 2년여전부터는 어떻게 인물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연기에 대한 고민이 훨씬 진지해지고 있어요. 배우 뿐 아니라 영화감독으로도 꼭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당장은 공부에 집중해야 하지만 방학시기과 맞출 수 있는 좋은 작품이 있으면 계속 활동을 할 거에요.”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고자 어린 시절 찾았던 연기학원이 인연이 돼 아역배우부터 시작한 심은경은 지난해말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미국에선 “한국에서 액트리스가 온다는 학교 게시판이 붙기도 했고, 현지의 미국인 남학생으로부터 ‘내가 매니저 해주겠다’는 얘기에 퇴짜를 놓기도 했다”며 에피소드를 전했다. 심은경은 요새 기타와 드럼, 디제잉도 배우고 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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