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해 전문가들은 몇 가지 우려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기업과 주주 자본주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26일 열린 정책 토론회에서 이원일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 사장은 “국민연금은 장기 투자하는 기관투자가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장기적 관점에서 효율적인 기업 경영전략 수립을 위해 주주권을 적극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은 가족 경영 승계, 결정권자의 비전문성 등 지배구조의 취약성으로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지적하며, 연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이런 취약점을 보충하는 역활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시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현대 기업경영의 고질적 문제인 대리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주주의 경영감시를 통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가장 유효한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전문 경영인들이 단기적 기업 이익에 집착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기업과 경제 전반의 성장기회 박탈이라는 부작용을 공적 연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사회 구성, 기업전력, 성과평가 기준 등에 의미있는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기금 주주권 행사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했다.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가입자들의 이익 보호 측면에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태준 금융연구원 원장은 “다수의 가입자가 확보된 공적 연기금은 사회적 책임 투자를 실행하기 가장 적합한 주체”라며 “궁극적으로 연금 투자의 장기적 수익성을 제고하고 연금 수혜자의 이익과도 부합한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앞서 전문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경서 고려대학교 교수는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위축시켜왔던 요인으로 기금운용위원회 등의 전문성ㆍ효율성 부족, 단기적 성과 평가, 연금가입자의 무관심 등이 있다”며 경영자 협의, 주주 제안, 주주 협의회 구성, 사외이사 후보 추천, 주주소송 등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와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무원 연금은 ‘캘퍼스(CalPERS)’의 사례를 소개한 김우찬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도 “국내 연기금은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의 내용이나 의결권 행사내역의 공시방법에서 크게 미흡하다”며 구체화된 행사 내역의 사전 공시 및 협의를 통해 자본시장 개혁에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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