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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신과 방어사이 다리위 生死전쟁
삶이 꼬일 대로 꼬여 탈출구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주로 찾는 곳은 바로 ‘한강다리’이다. 사람들의 보는 눈이 적은데다 죽음의 ‘고통’이 없고 회생 가능성이 낮은 덕에 한강다리는 자살 명소(?)가 됐다.

그렇다면 자살을 위해 한강다리를 찾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강에서 자살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건수는 총 593회였다. 한강다리가 신행주대교를 포함해 24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리 개당 24번의 자살 소동이 이뤄진 셈이다.

특히 지난해 서울시내 지하철역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지하철 자살시도가 불가능해지자 다리에서 투신하는 사례가 더욱 느는 추세다.

한나라당 윤석용 의원실이 경찰청에 요청한 ‘한강다리 투신자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구조되거나 변사체로 인양된 경우가 총 108건으로 전년(83건)보다 30% 늘었다.

한강다리 투신 자살인원은 지난 2006년 106명으로 최근 10년래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 후 감소 추세를 보였다. 지난 2007년 72명으로 30% 정도 줄어든 후 2008년 89명, 2009년 83명으로 70~80명대를 유지해 왔었다. 하지만 지난해 투신 자살 인원이 급증하면서 다시 2006년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한강대교 위 아치에는 투신 및 불법시위를 막기 위해 그리스가 칠해져 있지만 한강다리에서 목숨을 끊는 사람은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 등이 생명의 전화를 설치키로한 것은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최후의 순간까지 구하기 위함이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자살을 위해 찾는 다리도 세월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인다. 2000년대 초 중반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잠실대교와 양화대교를 주로 찾았다. 지난 2005년 투신자살한 인원 중 잠실대교와 양화대교에서 투신한 사람이 각각 5명과 6명으로 전체 인원의 40%였다. 하지만 2006년 이후에는 한강대교와 마포대교에 투신하는 사례가 늘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마포대교에서 투신 사망한 인원은 총 78명으로, 연평균 15명 이상의 사람들이 마포대교에서 몸을 던졌다. 서울시가 마포대교에 ‘생명의 전화’를 우선적으로 설치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강대교도 같은 기간 동안 64명이 투신, 사망해 자살 인원이 많은 다리로 꼽혔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투신 자살을 막으려는 정부의 의지는 다소 부족하다. 관련 예산을 확보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사업에 밀려 정책 추진이 지지부진하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09년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130억원을 투입, 그해 말까지 한강교량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아직 이 사업은 완료되지 못했다.

윤 의원은 “지하철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는 것처럼 한강다리에도 다리 난간 높이를 조정하거나 안전 구조물을 설치하는 등의 다각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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