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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로는 세계화’...하지만 ‘한국은 없다’

  • 기사입력 2011-04-1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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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준이 '욘사마'로 불리고 최지우가 '지우히메'로 칭송받으며 아시아 각국에 한류를 뿌리내렸을 때, 섬세한 감성을 자극하는 이들 멜로드라마 외에도 주목받는 몇몇 작품이 있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그것은 이병훈 PD의 ‘대장금’을 필두로 한 몇 편의 사극이었다.

사극의 열기는 욘사마와 지우히메 못지 않았다. 우리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콘텐츠로 발휘된 힘이 입증된 결과였다. 여기에서 잊고 있었을지 모를 한 문장이 떠오르게 된다.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문장,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명제다. 짧고 진부하지만 이 안에 담긴 뜻은 그리 작지만은 않다.

▶ 우리의 이야기 '대장금'...'세계로 세계로'= 우리의 전통과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한 편의 파급력은 이 문장을 잠언처럼 만들기에 충분했다. 당시 베트남 곳곳엔 장금이를 ‘대’장금으로 모시는 영상과 글들이 눈에 띄었다. 앞집 옆집 할 것 없이 모두 모여 ‘대장금’을 시청했다. 뉴스나 자국 드라마보다도 국민적 사랑을 받았기에 ‘대장금’은 베트남의 국민드라마로 떠올랐다. 드라마를 통해 이들은 한글을 배우고 한국을 익혔다. 이 드라마는 또한 여전히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한국드라마로 꼽혀오고 있다.

브라운관에서 만들어지는 사극의 빛깔은 꽤 다채로웠던 탓이다. 할리우드가 지향하는 속전속결은 사극 한 편에서 기대할 수 없다. 한 마디로 호흡이 길다. 끌어가야할 스토리가 풍부하고 인물 관계도 역시 복잡하다. 최근 해외시장으로 진출한 ‘동이’는 조선조 숙종대의 정사와 야사가 적절히 혼합됐다. 장희빈에 대한 재해석은 흥미로웠으며 천인으로 태어나 빈의 자리에 오른 ‘동이’의 일대기는 역사는 물론 방송을 통해서도 접해보지 못한 스토리였다. 그렇다고 스토리로만 풀어가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 한 편에는 한국의 정서와 문화가 고스란히 담겼다. 구중궁궐을 휘감고 있는 수많은 인물들의 의상에는 한국의 색이 숨어있다. 붉고 푸르고 눈부신 황금을 띄는 오색찬란한 빛깔들은 곧 이 나라를 대변하는 색이다. ‘대장금’은 궁궐 안팎의 이야기에 우리 음식과 의술이 덧대어졌다. 온전히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된 사례다. ’난타’라고 다르지 않으며 ’음식’이라고 딱히 다를 것은 없다.

▶‘한식 세계화’ 부르짖지만...=이제서야 밑바닥에서 끌어올린 이 짧은 명제는 다시금 내세워야할 기치가 됐다. 활용은 정부에서 먼저였다. 지난해 김윤옥 여사는 240여억원의 예산을 투자해 한식 세계화에 앞장섰다. 대중문화로 일기 시작한 한류를 음식으로도 불러오겠다는 생각이다. 예산이 얼마가 들든 취지는 훌륭했다. 우리의 음식을 통해 우리를 알리려는 것만큼 건전하고 발전적인 명분은 없었다. 예산안을 두고 잡음은 끊이지 않았으나 ‘기무치냐 김치냐’를 놓고 국기 아래 설전이 치열한 이 마당에 이렇게라도 알릴 수 있다면 그만큼 확실한 방법도 없다는 설문 결과도 눈에 띄었다.

어차피 G20를 계기로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세계에 알리자고 목청을 높여왔던 때였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정부가 아무리 국격을 부르짖고 글로벌에 사활을 걸어도 현실은 저만치에 있었다. 당시 여러 난점으로 지적됐던 것 가운데 중요하게 거론된 하나는 20개국 정상이 머무는 서울 시내 호텔에 한식당이 없다는 점이었다. 입으로는 ‘한식 세계화’를 말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머무는 특급 호텔에서는 한국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실정이었다.

▶'한식당' 없는 특급 호텔= 서울 시내 특1급 18개 호텔을 찾아보니 중식, 양식, 일식당은 흔해도 한식당은 없었다. 겨우 4곳, 롯데호텔(무궁화), 워커힐 호텔(온달, 명월관), 르네상스 호텔(사비루), 메이필드 호텔(낙원)뿐이었다.

애초부터 이런 상황이었던 것은 아니다. 한식은 조리과정도 까다롭고 재료비와 인건비가 만만치 않다. 해가 다르게 고객들의 발길이 끊기니 호텔에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됐다. 주요 호텔들은 하나둘 운영하던 한식당의 간판을 내렸다. 지난 1999년 밀레니엄서울힐튼의 한식당 ‘수라’를 시작으로 2005년 신라호텔의 한식당 ‘서라벌’, 웨스틴조선호텔의 ‘셔블’,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 한가위 등이 그랬다. 특급호텔에는 더이상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기치는 없다.

호텔신라의 경우 1979년부터 운영되던 서라벌을 폐쇄한 것은 지난 2005년, 전통과 맞바꾼 신라의 서라벌 자리엔 중식당인 ‘팔선’, 일식당인 ‘아리아께’, 프랑스 식당인 ‘콘티넨탈’, 뷔페인 ‘더 파크뷰’ 등이 대신하고 있다. 한식당은 사라진 이곳 호텔신라의 뷔페식당에서는 심지어 한복을 입고선 식사를 할 수도 없다. 13일 거센 논란에 개운치 않은 사과만을 남긴 호텔신라와 한복 디자이너 이혜순 씨의 사건이 그렇다. 그럼에도 지난 2004년 기모노 차림의 자위대 여성들이 신라호텔 안을 버젓이 거닐었던 것은 이와 맞물려공분을 살 만한 일이었다. 
[사진='무한도전' 비빔밥 광고]

▶'김치'없는 국적 항공사= 땅 위에서의 사례들이 이러하니 하늘에서라고 다르지 않다. 국내를 대표하는 항공사 대한항공에서 나오는 기내식을 살펴보니 비빔밥은 있을지언정 김치는 없다. 대한항공의 경우 김치를 대신해 오이지무침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이 경우 외국계 항공사인 에어프랑스가 유럽 항공사 가운데는 최초로 김치를 한국발 기내식에 제공한 것과는 차별된다.

에미레이트 항공사에서도 김치, 된장국 등을 기내식으로 제공한다. 우리의 실상이 가장 우리다운 것을 꺼려할 때 외국에서는 우리를 겨냥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국내 항공노선에서 간혹 김치를 찾는 외국인이 있어도 내놓을 것은 없는 형편이다.

이제 ‘기무치’와 ‘김치’ 사이에서 배추로 만들어진 이 음식의 국적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 정답은 아주 가까운 데에 있다. 갖은 이유들로 밀어냈던 가장 한국적인 것을 실상에서 찾아가자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말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는 한국의 비빔밥을 세계에 알리자는 목적으로 30초 분량의 광고 영상을 제작해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1월 초까지 송출했다. 이 광고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1월 24일까지 한 달간 CNN 등 미국 주요 매체(ESPN, ESPN2, Food Network, Cooking Channel, TAN TV, KBFD TV 등)에 모두 273회 방송됐다. 드라마 ’대장금’은 단지 한국을 알리는 것뿐만이 아닌 매회 등장하는 다채로운 궁중음식을 통해 식문화까지 알리는 역할을 했다. 여러모로 한국을 알리는 것에 있어서는 세계1등 부럽지 않다. 이제는 매체를 통해 알렸던 노력이 실상에서 길어올려질 때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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