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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취달인백서Ⅲ<Living Tips>
Special Feature
<글 김범근 대학생기자, 일러스트레이션 김다혜 대학생기자>새 학기가 시작된 지도 한 달이 지나간다. 겨우내 동면에 들어갔던 자취생들에게도 드디어 따뜻한 햇볕이 들기 시작할 조짐이 보인다. 여기 2명의 자취생이 있다. 자취계의 모법답안이라 불리는 박군과 자취계의 오답이라고 일컬어지는 김군. 이들의 자취방에 잠입해 평소 이들의 생활공간을 둘러봤다. 새로운 학기, 새로운 마음으로 센스있는 자취생활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그럼 자취 달인이 전하는 다음의 자취생활수칙에 주목~!  



박병준,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05, 자취 3년 차
자취계의 훈남 박군

그가 들어온다. 그와 만날 때면 난 매번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가다듬게 된다. 그의 얼굴은 생기가 넘쳐흘렀고 그의 옷은 항상 정갈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가 벗어놓은 재킷에선 향이 거북한 향수냄새 대신 부드러운 민트향이 난다. 어떤 향수를 쓰냐는 말에 그는 너털웃음을 지어 보인다.  




김모군, 서경대, 자취 3개월 초보
자취계의 비호감 김군

그가 들어온다. 멀리서도 ‘자취생 김’인걸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늘어난 트레이닝복 바지와 색 바랜 후드티.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간에 그에게선 빈티지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그가 겉옷을 벗고 내게 이야기한다. 그의 폐와 목을 통해 해묵은 니코틴 향이 나기 시작한다.  




자취달인 박군의 자취방 추억

어느 흥겨웠던 토요일 저녁 난 박군의 자취방에서 하루 신세를 지기로 했다. 처음엔 완강하게 거부했던 그도 술에 취한 나를 버려둘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의 방에서 우린 맥주 와 함께 프리미어리그 박지성 선발출장 경기에 몰두했다. 경기가 끝나자 그의 방이 내 눈에 들어왔다. 방금 박지성이 뛰어다니던 노트북이 책상 한 편에 늠름히 자리 잡고 있었다. 책꽂이에는 제법 많은 교양서 들이 있었다. 확실한 건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을법한 책들이 중구난방으로 꽂혀 있진 않았다는 것이다. 책상 옆에는 그의 뽀샤시한 피부를 위한 화장품이 일렬횡대로 놓여 있었다. 언젠가 남성잡지에서 본 기초화장품과 비비크림, 수분크림, 마스크 팩 등 각종 화장품이 즐비했다. 평소 자취방에서 마스크 팩을 붙이고 있을 친구를 생각하니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그의 침대 시트는 정갈했고 제법 화려했다. 언젠가 혼자 사는 자취생들의 침대 시트가 얼마나 중요한지 침을 튀기며 연설하던 친구의 얼굴이 떠올라 웃음이 나던 참이었다. 그의 침대 옆으로 TV와 라디오가 보였다. 매일 밤 아무도 없는 방이 너무 외로워 의지했다던 그의 애인이자 친구. 집에 들어는 동시에 TV나 라디오를 켜서 사람 말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이것들 때문에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 않게 보낼 수 있단다. 벽 쪽으로 옷걸이게 차분히 정리된 옷들이 보였다. 평소 그의 성격답게 다양한 옷가지들이 차례로 정리돼 있었다. 도무지 남자 방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이 어색한 풍경. 난 노파심에 화장실로 들어갔다. 하지만, 화장실 거울에는 물기 자국 하나 없이 선명했고 넉넉한 수건과 각종 샤워용품이 나를 더욱 놀라게 했다. 화장실 한 쪽에서 파란색 바디샤워를 발견했다. 바디샤워에는 ‘민트향’이란 글자가 선명했다. 평소 박군에게 났던 향은 이 바디샤워 냄새였던 것이다. 일요일 오후 후배와 점심약속이 있다며 꽃단장을 하는 친구는 연신 휘파람을 불어대고 있었다. 

자취초보 김군의 자취방 체험

한 달 전부터 놀러오라는 김군의 성화에 못 이겨 그의 방에서 조촐하게 소주 한잔했다. 신문지를 깔고 소주를 놓고, 몇 가지 과자부스러기를 안주 삼아 우린 주거니 받거니 술 잔을 비웠다. 그의 방은 책상과 침대를 제외하곤 특별히 경계가 없어 보였다. 어쩌면 이게 바로 진정한 원룸이 아닐까? 그의 방의 가장 큰 특징은 냄새다. 담배를 한 몇 달 묵혀두면 이런 냄새가 날까? 이 냄새 때문에 추운데도 창문을 열어놓고 있어야 했다. 그의 방에 당장 시급한 것은 냉장고도 세탁기도 아닌 방향제다.

옷장은 따로 없어 보인다. 방의 모서리 한 쪽에 평소에 그가 즐겨 입는 트레이닝복 바지와 지난해 겨울을 책임졌던 검은색 패딩은 언제든 입고 나갈 수 있게 널브러져 있다. 항시 출동상태이다. 침대는 깔끔해 보였으나 침대 밑에 언제 신었는지 사용 여부가 불분명한 양말들이 여기저기 분포돼 있었다.

그리고 남자라면 군대 시절에 하나쯤 있었을 법한 세면 바구니가 방 한 쪽에 갖춰져 있었다. 공동화장실과 세면실을 이용하러 약간의 이동이 필요한 그에게 이 바구니는 필수 아이템일 것이다. 하지만, 그 안의 내용물은 단출했다. 비누와 치약 칫솔뿐. 얼마 전 함께 간 대중목욕탕에서 치약으로 치아를 닦고 비누로 나머지 모든 곳을 닦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의 주말은 평일과 같다. 이렇다 할 약속이 없어 보였다. 여느 때처럼 그는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편의점에 마실을 나간다. 

자취 3개월째 되는 달부터 그에게 미치도록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 오던 전화가 이틀에 한 번으로 잦아졌다. 반면 통화시간은 점점 길어진다. 사람 목소리가 그리웠단다. 대화가 그리웠단다.  

자취9단 박군이 전하는 자취생활 수칙

1. 규칙적인 식습관과 운동은 필수

자칫 늘어질 수 있는 자취생활을 위해 운동을 추천한다. 자취생활은 알게 모르게 우리의 몸과 마음을 허약하게 한다. 부모님의 부재는 식생활의 빈약함으로 이어지고, 결국 이는 자취생들의 건강에 적신호를 키게 만든다. 끼니를 거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 하나, 운동을 해라. 헬스 수영 요가 어떤 것이든지 좋다. 되도록이면 자취방 근처의 시설에 등록하기 바란다. 투자한 만큼 나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2. 식물을 키워라

단조로운 당신의 방에 파란 화분을 하나 놓길 바란다. 손이 많아 가는 꽃보다는 비교적 관리가 편한 선인장 같은 다육식물을 추천한다. 자취방은 자칫 어둡고 침침한 공간으로 전락하기 쉽다. 화분 하나로 당신의 자취방은 좀 더 화사해진다.

3. 주기적으로 대청소를 해라

자취방 공공의 적 1호가 바로 쓰레기다. 혼자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청소와 멀어지게 된다. 하루에 한 번 하던 청소가 일주일, 한 달을 넘어가는 건 시간문제다. 그러는 사이에 당신의 방은 칙칙한 동굴로 전락하게 된다. 일주일 간격으로 대청소를 하고 만약 자신의 자취방에 화장실이 있다면 화장실도 함께 청소할 것을 적극 추천한다. 당신의 지인들이 방에 놀러 올 기회가 있다면 빼놓지 않고 가는 곳이 바로 화장실이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 번 당신의 손에 청소기와 걸레를 들어라. 갑작스런 여친, 남친의 방문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4. 행복해지려는 노력을 스스로 해라

혼자 생활하다 보면 외로움과 고독에 매우 익숙해진다. 이런 생활이 계속되면 매사에 자신이 없어지고 주눅이 들게 된다. 외로움과 고독을 즐기면서 행복해 지려는 노력을 스스로 하길 바란다. 자신의 방을 꾸미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크리스마스 한 달 전부터 자신의 방에 트리를 설치해 번쩍번쩍 밝혀봐라. 아니면 당신의 칙칙한 이불보와 커튼을 화사한 색으로 바꿔봐라. 이런 작은 것에서부터 당신의 행복은 시작된다.   

http://www.camhe.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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