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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적과의 동침 (28)
글 채희문/그림 유현숙


골프경기를 관람하는 매력 중의 하나는 골프선수의 기량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때문이기도 하다. 나흘 동안 똑같은 경기장에서 게임을 벌이지만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혹은 기분에 따라 경기내용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곤 하는 것이다. 어제는 내질렀지만 오늘은 애써 참아야 하고, 오늘은 아가씨처럼 조신하게 샷을 했지만 내일은 야수처럼 폭발해야만 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지금 유리의 심정이야말로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골프선수와 다름없었다. 그녀는 단지 뇌쇄적인 관능미를 언뜻 내비치기만 해서 유호성의 애를 태우는 것으로 오늘의 작전을 마감했어야 옳았다. 그런데 오히려 제풀에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긴 아직 피가 끓는 20대 청춘인데 남자의 두툼한 손바닥이 젖가슴 위에 한동안이나 머물러 있었으니… 게다가 상대마저 몸이 뜨거워져 손목을 잡아끄는 판이라 도무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오발탄과 같았다.

“사나이 가슴에 불을 댕기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요?”

마치 고량주 광고문구 같은 대사를 읊어대며 유호성이 유리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그가 유리를 차에 태우고 달려간 것은 작은 고갯길 하나를 넘어서 있는 터널식 자동 세차장이었다. 뜨겁게 달구어진 몸을 도저히 참아내기 힘들었던 까닭에 겨우 생각해낸 피신처였다.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그렇지 자동세차를 마치는 데 걸리는 시간이라야 고작 3분에 불과할 뿐인데… 하지만 될 대로 되겠지. 그는 급히 차머리를 돌려 터널식 자동세차기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어서 불을 끕시다. 이리 와요.”

모름지기 여자의 몸이란 신비롭기 이루 말할 수 없다. 의학적으로 보면 똑같이 생겼을 뿐인데 누가 손을 대는가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내는 악기와도 같다. 특히 여자의 가슴, 그 봉긋한 가슴을 마주하는 순간부터 향을 맡고, 입술로 부드럽게 애무하는 일련의 과정은 마치 훌륭한 재즈 한 곡을 연주하는 것과 같다. 같은 악장이라도 어제와 오늘의 느낌이 다르게 표현된다는 뜻이다. 바이올린의 G선이 떨리며 흘러나오는 아리아 선율도 상상력과 페티시가 합쳐지면 벌판에서 흐느끼는 듯한 척 멘지오니의 플리겔 혼 소리로 오묘하게 바뀌어 들리는 이치를 그대는 아는지.

칙칙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가 앞 유리창에 닿기도 전에 그의 입술은 어느새 유리의 젖가슴에 닿아있었다. 얼마나 급했을까? 운전석에 앉은 채로 몸을 외로 틀고, 한 손을 그녀의 어깨 뒤로 두르고, 나머지 한 손으로 블라우스의 단추를 풀어가며 어느새 입술 끝으로 그녀의 검은색 브래지어를 밀어내린 것이다.

“어때요? 지선이 것보다 예뻐요?”

그녀는 비몽사몽간에도 젖가슴의 아름다움을 김지선과 비교하고 있었다. 무한 경쟁이 시작된 것일까? 아니면 무한의 질투? 신희영 여사로부터 현금 500만원과 콩알만이나 한 진주반지를 하사받은 특명 사신으로서는 허술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제 감정조차 이기지 못하고 질투의 나락으로 빠져드는 허술한 사신이 어찌 대비마마의 뜻에 따라 상대방을 회유할 수 있을까.

“유리 씨 가슴은 딸기 푸딩 같아. 향긋하기 달콤하고…”

유리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감정의 혼돈이라고나 할까? 가슴과 호흡은 뜨거워지는데 손가락 끝은 차가와지는 현상, 콧날은 시큰해지고 눈물은 핑 도는데 정신은 두려움 속에서 점점 또렷해지는 이상한 현상, 마비, 전율, 아련한 쾌락…

물론 유호성도 제 정신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그녀의 성난 녹두알을 앞니로 잘근잘근 깨물며 황홀한 세상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중이었다. 입으로 빨면 빨수록 녹두알은 크고 단단해졌다. 그러면서 점점 자신의 몸이며 영혼은 매끄러워지고 작아지는 느낌, 그러다가 금붕어로 변한 채 그녀의 몸속으로 헤엄쳐 들어가는 느낌. 유리창 너머로 출렁이는 바닷물, 넘실대는 파도…

“이봐요, 영화촬영 합니까?”

유리의 가슴 끝에 달린 녹두알을 혀와 입천장 사이에 넣고 잔뜩 부풀리던 유호성은 기겁을 하고 말았다. 바닷물처럼 유리창가로 넘실대던 비눗물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서너 명이나 되는 세차요원들이 차창을 통해 내부를 들여다보고 있질 않은가. 그는 엇 뜨거라! 하고 차를 내몰았다. 그러나 그 짧은 순간에도 볼 건 다 봤다는 듯 ‘우와, 가슴이 엄청 크다, 야!’ 하고 떠드는 소리가 또렷이 들려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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