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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적과의 동침 (16)
글 채희문/그림 유현숙


지금 우리 대중문화계가 ‘현빈’을 앓고 있다고 한다. 사랑받던 어느 드라마 한 편으로 불이 붙은 그 신드롬의 실체는 곳곳에서 여성 팬들의 환호성이나 들뜬 목소리로 확인되곤 한다. 잘 생긴 배우, 너무 아름다워서 문득 슬픈 이미지마저 불러일으키던 그 배우가 드디어 해병대로 지원입대하게 되었다는 소식에 놀라움과 감탄이 이어지는 까닭은, 우리 모두가 밑지는 마음이 들 정도로 그를 사랑하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그는 예정된 해병 입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배우로 일해 온 20대를 지나 본연의 나를 찾아가는 것 같아 무척 흥분됩니다. 물론 기대도 되고요.”

유민 회장의 심정도 꼭 그와 같았다. 그는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를 향해 갯벌을 기는 해병 대원처럼 낮은 포복자세로 현관을 향해 복도를 기는 중이었다. 낮은 자세로 임하면 그리 되는 것일까? 유민 회장 역시 재벌 회장으로 지내온 과거를 지나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 같아 무척 흥분되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 흥분은 현빈처럼 기대에 찬 흥분이 아니라 두려움과 비겁함에 찌든 흥분이란 점이 달랐다.

“이게 초현실적인 즐거움이에요. 어때요? 짜릿하지요?”

현성애가 유민 회장의 배 위에 올라 탄 채로 이렇게 불을 지필수록 그는 걱정이 태산 같았다. 아무리 비밀스런 아지트지만 혹시라도 경비원에게 들키면 어쩌나… 만에 하나, 청소부라도 올라오면 어쩌나… 

“아니야, 환장하겠어. 어서 방으로 들어가자고.”

“야외에서는 처음 해보지요?”

“여길 야외라고 할 수 있나? 길거리나 다름없다고.”

“둘이 사랑하는데 길거리면 어때요? 하늘이 이불이고, 땅이 침대지요, 뭐. 감정에 충실하면 그뿐 아닌가요?”

“땅이 침대라고? 여긴 돌바닥이잖아. 제발 살려주라. 엉덩이가 걸레처럼 헤지겠어. 동상에 걸릴지도 몰라.

60을 훌쩍 넘긴 나이 탓일까? 현성애가 배 위에 지그시 걸터앉아 있을 뿐인데 아무리 용을 써도 그녀를 떨쳐낼 수 없었다. 마음 같아선 ‘그래, 사랑 앞에 뭐가 두렵니?’ 하면서 그녀를 품에 안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용기가 없었다. 눈을 뜨면 하늘이 보이고, 눈을 감으면 엘리베이터의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내가 통뼈냐? 여기서 상열지사를 벌이자고? 안 되지, 안 돼.

“비겁해요, 회장님.”

급기야 현성애가 눈물을 글썽였지만 유민 회장은 용감무쌍한 해병대원처럼 철조망 통과 자세로 낮은 포복을 계속 감행했다.

“나이가 들면 원래 그런 법이요. 현 양은 아직 몰라.”

“소심하고 치사해요, 회장님.”

“미안해요, 그래도 어쩔 수 없소. 에고, 힘들다.”

유민 회장은 이를 악물고 벅벅 복도를 기었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는 말이 있던가? 유민 회장이 하반신을 벌거벗은 채 복도를 기는 모습이야말로 기가 막힐 뿐이었다.

“자, 다 왔소. 어서 안으로 들어갑시다.”

그는 현성애를 배 위에 태운 채로 바닥에 누워 번호 키를 누르기 시작했다. 누워서 보면 6자가 9자로 보이니 불과 여섯 글자로 조합된 비밀번호를 누르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드디어 문이 열리자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다행히 남에게 들키진 않은 모양이었다. 좋다, 이제 본때를 보일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이제 문만 닫아걸면 현성애를 희롱하는 것쯤이야 누워서 땅콩 먹기였다. 단지 문 하나를 닫아걸었을 뿐인데 유민 회장의 온 몸에서는 불끈! 스테미너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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